한반도 한복판 등판한 러…尹정부 동북아 정세·대러외교 관리 시험대
푸틴, 1년 전 경고 “평양 무장시키면 어떤 기분이겠나”
선명한 가치외교 수반되는 결과…新냉전구도 구체화
대통령실·정부, 러시아에 “한러 관계 훼손” 가능성 언급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지난 13일 북러 보스토치니 정상회담을 계기로 러시아가 한반도 문제 전면에 등판했다. 러시아는 한반도 4강국으로 주요국 중 한 곳이었지만 2018~2019년 남북 및 북미 대화 분위기, 이후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한반도 문제에 러시아가 개입할 여지는 적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북러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간 공조가 더욱 밀착하면서 문제는 달라졌다. 북한이 포탄을 제공한다면 우크라이나 전쟁 정세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러시아가 북한에 첨단기술을 제공한다면 한반도 안보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동북아 군비경쟁에 대한 우려와 정세 불안이 격화될 우려가 고조되는 가운데 윤석열 정부의 외교가 시험대에 올랐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후 전략적 모호성을 탈피해 선명성을 강조하며 가치외교를 선보였다. 우크라이나 전쟁 중인 러시아에 대한 우리의 국가안보전략 역시 “국제규범과 보편적 가치에 기반해 러시아의 무력 침공을 강력히 규탄하며, 대러 제재에 동참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적극적으로 펴는 등 국제공조에 긴밀히 동참한다”는 기조를 세웠다. 한러 양자 관계는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노력을 병행”하면서 주요 현안에 대해 외교적 소통을 지속하고, 러시아 진출 기업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전략이다.
이후 한미일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담으로 3국 협력체계가 공고화됐고, 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방문하면서 연대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한국에 무기 지원을 요청해왔지만, 정부 방침은 살상무기 지원은 없다는 것이었다. 전쟁의 참혹함을 겪은 나라가 다른 나라에 전쟁에 사용되는 무기를 지원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국민적 합의가 내포돼 있다.
신(新)냉전 구도가 형성되는 국제질서 재편 속에서 윤 대통령이 가치외교를 선택했고, 그에 따른 효과는 예견된 측면이 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국제 러시아 전문가 모임인 ‘발다이 클럽’ 회의에서 “러시아가 평양을 무장시킨다면 어떤 기분이 들 것이냐”며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할 경우 한러 관계가 파탄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이때부터 북러 간 군사협력 가능성이 보였다고 짚었다. 러시아 공사를 지낸 박병환 유라시아전략연구소장은 “발다이 클럽에서 푸틴 대통령은 이미 경고를 한 것”이라며 “지금 약 1년이 지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통령실과 정부는 북러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대응을 시작했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14일 정례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고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책임이 무겁다고 밝혔다. 한미일 국가안보실장은 유선협의를 통해 북러 간 무기거래와 군사협력 동향 파악 및 대응에서 3국 간의 공조와 국제사회와의 연대를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북러 간 군사협력이 현실화될 경우, 한러 관계에도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임을 러측은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교부가 공개적으로 한러 관계 훼손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러시아에 선을 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강한 어조로 경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은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정부의 기존 원칙에 변함이 없다는 강조했다. 고위 관계자는 “주변 어떤 세력들이 어떤 행동을 한다고 해서 하루이틀사이에 한국의 입장이 돌변해 원칙과 우리의 접근법이 바뀌는 것도 정상은 아닐 것”이라고 밝혔다.
박 소장은 북러 정상회담 전 러시아가 “한국에 김 위원장의 방러 계획 세부 사항을 전달할 수 있다”고 제안한 것을 언급하며 “한국 정부가 러시아에 대해 비우호적인 태도를 취해왔음에도 러시아가 한국과의 관계에 대해 완전히 접을 생각은 없다는 해석도 가능하다”고 짚었다. 대통령실은 “한중 간, 한러 간 현재 의사소통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silverpap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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