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I도 10개월 만에 90달러 돌파…“스태그플레이션 우려”

브렌트유 93.7달러로 올해 최고치 경신
기름값 고공행진에 美 물가지표도 상승

(시사저널=김은정 디지털팀 기자)

14일(현지 시각) 뉴욕상업거래소의 10월 인도분 WTI 선물 가격 종가는 배럴당 90.16달러로 전날 종가 대비 1.64달러(1.85%) 상승했다. WTI 가격이 배럴당 90달러를 넘은 건 지난해 11월 이후 10개월 만이다. ⓒ AP=연합뉴스

브렌트유에 이어 미국 원유 가격의 지표가 되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섰다. 국제 유가 상승세가 꺾일 조짐을 보이지 않으면서 미국 물가 지표에도 영향을 끼치자, 시장에서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경기침체 속 물가상승)'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내주 열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어떤 메세지를 던질 지 시장의 이목이 집중될 전망이다.

14일(현지 시각) 뉴욕상업거래소의 10월 인도분 WTI 선물 가격 종가는 배럴당 90.16달러로 전날 종가 대비 1.64달러(1.85%) 상승했다. WTI 가격이 배럴당 90달러를 넘은 건 지난해 11월 이후 10개월 만이다. 이날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도 전날 종가 대비 1.82달러(1.98%) 오른 배럴당 93.70달러로 마감해 올해 최고치를 다시 썼다.

앞서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러시아·사우디아라비아의 감산 연장으로 올해 4분기 하루 330만 배럴의 석유 공급 부족분이 예상된다며 석유 공급 차질 우려를 키운 바 있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에너지 안보 전문가인 벤 케이힐 선임 연구원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비OPEC 산유국 협의체인 '오펙 플러스'(OPEC+)의 공급 감축이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했다"며 "우리는 상당한 공급 부족으로 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7월부터 지속된 원유 가격 상승은 휘발유·디젤 가격을 순차적으로 끌어올리며 미국 물가상승률(인플레이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 전날 발표된 8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1년 전 대비 3.7%를 기록, 같은 기간 7월 상승률(3.2%)보다 상승 폭이 확대됐다. 휘발유 가격이 전달보다 10.6% 오르며 소비자 물가를 끌어올렸다.

이날 발표된 미국 8월 생산자물가지수 역시 전월 대비 0.7% 상승해 지난해 6월(0.9%) 이후 가장 가파른 상승률을 그렸다. 휘발유·디젤·항공유 등 석유류 가격 상승이 생산자 물가 상승을 견인하며 물가 반등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가중시켰다. 미국의 8월 소매 판매는 7월 대비 0.6% 오르며 소비가 계속해서 증가 중이라는 것을 입증하긴 했지만, 이는 휘발유 가격 상승에 따른 지출액 증가로부터 상당 부분 기인한 것이다.

유가 상승의 여파는 이제 오는 19∼20일 열리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와 이어질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기자회견에서의 발언에 어떤 영향을 끼칠 지 주목될 전망이다. 연준이 주시하는 물가지표 중 하나는 석유류 가격을 제외한 근원물가다. 현 상황 하에서 유가가 꺾이지 않고 계속 오른다면, 근원물가가 다시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이 나온다. 

JP모건체이스의 브루스 카스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금리 인상을) 여기서 끝내겠다고 신호를 보낼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라고 밝혔다.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그룹 고문은 국제유가 상승을 두고 "스태그플레이션의 바람이 세계 경제 대부분 지역에 불어오고 있다"며 "선진 경제 중 미국보다 유럽에 더 큰 충격을 가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