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0대 젊은 암환자 80% 급증…백신 없는 비인두암 위협

곽노필 2023. 9. 15.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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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습관 변화 등 영향…40대가 가장 위험
유방암, 폐암, 대장암, 위암 순으로 많아
흡연과 음주는 암의 주요한 위험 요인이다. 픽사베이

암은 전통적으로 노년층에서 주로 발병해온 질환이다. 면역력 감소나 건강에 좋지 않은 생활습관, 유전적 요인 등의 위험 요인이 쌓여 발병의 임계점을 넘어서기까지는 긴 세월에 걸친 축적 기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요즘에는 50살 이하의 젊은 세대에서도 암 발병 진단을 받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미국 하버드대와 영국 에든버러대, 중국 저장대가 중심이 된 국제연구진이 2019년 기준 세계 질병부담연구(GBD)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 30년간 전 세계 50살 미만 인구에서 암 발병자는 약 80%, 사망자는 약 2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국제학술지 ‘비엠제이 종양학’(BMJ Oncology)에 발표했다.

세계 각국에서 젊은층의 암 발병률이 증가하고 있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를 전 세계 차원에서 살펴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209개국에서 수집된 29개 암에 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전 세계 14~49살 인구의 암 발병 사례는 1990년 182만건에서 2019년 326만건으로 79.1% 급증했다. 또 이들 연령대의 암 사망자 수는 연간 100만명을 넘어섰다.

식습관의 변화가 젊은층의 암 발병률을 높이는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 Unsplash

■ 전체 1위는 유방암…남성 1위는 폐암

특히 유방암의 발병률과 사망률이 10만명당 각각 13.7명과 3.5명으로 가장 높았다. 지역별로는 북미 지역에선 젊은층의 유방암 발병률이 30.6명에서 23.1명으로 줄어든 반면, 아시아에서는 4.9~13.1명에서 8.7~15.6명으로 증가했다.

연구진은 “전 세계적으로 조기 암 검진이 확산되면서 유방암 발병률이 높아진 측면이 있으나 더 중요한 것은 이것 없이도 일부 국가에서 젊은층의 유방암 발병률이 증가했다는 점”이라며 “이는 최근 수십년 동안 초경 연령 하락, 경구 피임약 사용, 첫 출산 연령 상승, 모유 비수유, 비만, 신체 활동 부족, 음주, 흡연 등이 발병률 증가에 기여했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암 발병으로 인한 사망 및 장애에 따른 기대수명 손실(DALY) 위험이 가장 큰 암은 유방암, 폐암(비인두암, 기관지암 포함), 대장암, 위암 차례였다. 폐암은 전체적으론 2위였지만 남성에게선 발병률 1위였다. 남성의 폐암 발병률과 사망률은 여성의 1.7배, 1.8배였다.

젊은층 암 발병 사례가 30년새 80% 늘었으며 사망자는 연간 100만명을 넘어섰다. pexels

■ 동아시아 대장암 급증…식습관 변화에 주목

젊은층 암 발병 증가세의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연구진은 젊은층의 암 발병률이 높아진 데는 여러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겠지만 주로 건강에 좋지 않은 식습관, 음주 및 흡연, 신체 활동 부족 및 비만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우선 남성 폐암의 경우 가장 큰 위험 요인은 흡연이지만 높은 공복혈당과 과일 섭취 부족도 위험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대장암에 대해선 나쁜 식습관, 음주, 흡연, 신체 활동 부족, 비만, 높은 공복혈당을 6대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특히 동아시아에서 대장암 조기 발병률이 10만명당 4.2명서 10명으로 증가해 세계 상위권 지역이 된 점을 강조했다. 연구진은 위험 요인 분석 결과 우유와 통곡물, 칼슘 함량이 낮은 식단이 조기 발병 대장암의 가장 큰 위험 요소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위암의 경우엔 흡연과 짜게 먹는 식습관을 조기발병의 주요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예방 백신이 있는 간암은 발병 건수가 줄고 있지만 백신이 없는 비인두암은 매우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픽사베이

■ 비인두암과 전립선암 증가 속도 가장 빨라

젊은층의 발병률이 가장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암은 비인두암과 전립선암으로 나타났다. 증가율이 연평균 2.28%, 2.23%였다. 반면 간암은 발병 사례가 연평균 2.88%씩 감소했다.

연구진은 예방 접종 여부가 비인두암과 간암의 발병 흐름을 바꿔 놓은 것으로 추정했다. 간암은 B형 간염 예방접종 덕분에 발병 사례가 줄어든 반면, 엡스타인 바이러스가 유발하는 비인두암은 아직 효과적인 예방 백신이 없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1990년 이후 조기 발병 암의 발생률과 사망률이 전 세계적으로 크게 증가했다”며 “건강한 식습관과 금연, 음주 절제, 적절한 야외활동 등 건강한 생활 습관을 들이면 조기 발병 암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젊은층 암 발병률이 가장 높은 지역은 북미, 오세아니아, 서유럽이었으며 사망률이 가장 높은 곳은 오세아니아, 동유럽, 중앙아시아였다. 성별로는 저소득 및 중간소득 국가에서 남성보다 여성의 암 발병률과 사망률이 더 높았다.

연구진은 지난 30년간의 추세로 보아 2030년까지 전 세계 조기 암 발병 건수와 사망 건수는 각각 31%, 21%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연구진은 특히 40대의 암 발병 위험이 가장 높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계질병부담연구(GBD)는 워싱턴대 보건계량평가연구소(IHME)가 중심이 140여개국 3600여 연구자들의 협력체로 전 세계 100여개의 질병과 부상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며 1990년 시작됐으며, 지금까지 6차례 연구 보고서가 나왔다.

*논문 정보

doi: 10.1136/bmjonc-2023-000049

Global trends in incidence, death, burden and risk factors of early-onset cancer from 1990 to 2019.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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