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뉴스타파 ‘尹 보도’ 다음날...신장식이 곧장 확성기 역할했다

이세영 기자 2023. 9. 1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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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선을 앞두고 ‘윤석열 수사 무마’ 뉴스는 여러 매체와 프로그램을 통해 확산됐다. 그 중 하나로 정의당 사무총장 출신 신장식 변호사가 진행했던 TBS 라디오의 시사 프로그램이 꼽힌다. TBS(교통방송)는 서울시 미디어재단이 운영하는 라디오 방송이다.

TBS 라디오 '신장식의 신장개업' 이미지. /TBS 홈페이지

‘윤석열 수사 무마’ 가짜 뉴스는 ‘윤석열 대통령이 2011년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수사하면서 대장동 대출 브로커 조우형(천화동인 6호 실소유주)씨에게 커피를 타 주고 수사를 덮었다’는 내용이다. 2011년 당시 대검 중수부가 수사했던 ‘부산저축은행 불법 대출 사건’은 저축은행 비리 전반에 대한 수사로 확대됐고,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 이상득 전 의원, 전직 청와대 홍보수석·정무비서관,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 등이 사법 처리됐던 사건이다.

JTBC는 2022년 2월 21일과 28일 ‘윤석열 수사 무마’ 의혹을 두 차례 보도했고, 뉴스타파도 대선 사흘 전인 2022년 3월 6일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이 김만배(화천대유 대주주)씨와 했던 인터뷰 녹음 파일 편집본을 공개하면서 유사한 내용으로 보도했다. 이에 대해 TBS 방송의 ‘김어준의 뉴스공장’뿐만 아니라 ‘신장식의 신장개업’도 그때마다 가짜 뉴스가 맞는 것처럼 방송했다.

‘문재인 검찰’도 2021년 10월부터 김오수 당시 검찰총장의 지시로 ‘윤석열 수사 무마 의혹’을 수사했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고 관련자들은 반대로 진술했다. 한 법조인은 “당시 검찰이 침묵하는 가운데 라디오 진행자가 가짜 뉴스의 신뢰도를 높여준 셈”이라고 했다.

JTBC가 2022년 2월 28일 대출 브로커 조우형씨 측근들이 ‘조씨가 부산저축은행 사건으로 조사받을 당시 주임 검사였던 윤석열 대통령과 커피를 마셨다고 말했다’는 취지로 보도하는 장면(위 사진). JTBC는 같은 달 21일에 이어 같은 내용을 반복해 보도했다. 뉴스타파는 그해 3월 6일 ‘윤 대통령이 검사 시절 자신의 사무실에서 조우형씨를 만났고 조씨 수사를 무마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김만배씨 녹음 파일을 보도했다. 이들 보도는 ‘가짜 뉴스’로 드러났다. /JTBC·뉴스타파

◇JTBC 보도 다음날… “윤석열 검사가 커피 타주고 불기소 정황”

‘신장식의 신장개업’은 JTBC 첫 보도 다음날인 2022년 2월 22일 <”윤석열 게이트” vs “몸통은 이재명” 다시 뜨거워진 ‘대장동 녹취록’, 2주 남은 대선판 화약고되나>라는 제목의 방송을 했다. 거기서 신장식씨는 “(전날 대선 TV)토론이 있기 직전에 JTBC가 대장동 수사 기록을 입수해서 보도했다”며 “조우형씨가 대장동 대출 브로커 (역할을) 하고 돈을 받았던 분인데 과거 윤석열 중수2과장으로부터 커피 대접을 받고 불기소됐다는 정황이 담긴 녹취록이 (JTBC에서) 보도됐다”고 말했다.

이어 시사저널 A 기자가 출연해 “JTBC는 남욱 변호사(천화동인 4호 소유주)가 2021년 11월 검찰에 진술한 발언을 보도했다”며 “조씨는 불법 대출 알선 혐의로 당시 중수부 조사를 받았지만 다른 관계자들과 달리 소환 조사만 받고 무혐의 처리된 바 있다”고 말했다. 이후 신씨는 “윤석열 후보가 (조씨에게) 커피 한 잔 직접 타줬다는 거 아니예요”라면서 “중수2과장이 커피를 타준다? 저는 처음 보는 장면이다. 그것도 피의자한테”라고 했다.

검증없이 보도한 이 내용은 지금 허위로 드러나고 있다. JTBC는 남욱씨가 2021년 11월 19일 검찰 조사에서 “김만배씨로부터 들었다”고 했던 전언 진술을 근거로 보도했다.

그런데 조우형씨는 닷새 뒤인 2021년 11월 24일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초기 수사팀 조사에서 “(2011년 대검 중수부 조사를 받으면서) 윤석열 검사를 만난 적이 없다”며 “박OO 검사가 돈 전달 경위에 대해 조사했다”고 진술했다. 이후 남욱씨도 자신의 초기 진술을 번복했다. 남욱씨는 2021년 12월 조씨와의 대질 신문에서 “김만배씨에게 들은 얘기라 착각했다”고 진술한 것이다.

2011년 당시 조우형씨는 ‘불법 대출 알선’ 혐의가 아니라 부산저축은행 김모 부회장의 부탁으로 로비스트 박모씨에게 돈 심부름을 한 ‘전달책’으로 지목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대장동 사업 초기 시행사 대표였던 이강길씨는 2021년 11월 검찰에서 “대장동 대출은 정상적인 담보 대출이었기 때문에 2011년 대검 중수부의 수사 대상에 오른 적이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최근 본지 통화에서 “2011년 한두 차례 대검 중수부에 출석한 적은 있지만, 조씨와 관련된 질문은 전혀 없었다”면서 “내가 ‘조우형 커미션’에 대해 처음 진술한 것은 2014년 경기남부경찰청의 대장동 수사 때”라고 했다.

뉴스타파가 2022년 3월 6일 ‘윤 대통령이 검사 시절 자신의 사무실에서 조우형씨를 만났고 조씨 수사를 무마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김만배씨 녹음 파일을 보도했다. /뉴스타파 캡처

◇뉴스타파 보도 다음날… 이재명 변호인 출연

‘신장식의 신장개업’은 뉴스타파 보도 다음날인 2022년 3월 7일에도 ‘김만배 허위 인터뷰’ 보도 내용을 전했다. 그날 신장식씨는 “어제(3월 6일) 밤 늦게 ‘대장동 게이트’ 관련해서 김만배씨 본인의 음성 파일이 공개됐다”고 말했다.

이 방송에 출연한 유튜버 B씨는 “녹취록이 아니라 음성 파일이라서 보도의 여파가 굉장히 컸다”며 “(뉴스타파 보도는) 조우형씨가 당시 10억원 정도의 알선비를 받아챙기고 1000억원대 부실 대출을 알선해줬는데 별다른 조사조차 받지 않고 그대로 넘어갔다는 것에 대해 설명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B씨는 “이게 왜 중요하냐면 기존의 JTBC가 남욱씨의 검찰 진술을 보도한 적이 있는데 거의 같은 내용”이라고 했다.

신씨는 또 김모 변호사를 출연시켜 뉴스타파 보도 내용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김 변호사는 현재 ‘대장동·위례 개발 특혜 사건’으로 기소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변호인으로 선임돼 있다.

김 변호사는 “(조씨가) 2011년 큰 액수를 대출 받았는데도 제대로 수사가 이뤄지지 않은 이유에 대해 여러 말이 있었는데 이번 (뉴스타파의 김만배 인터뷰) 녹취록으로 한 번 더 확인이 된 것”이라며 “검사가 커피 타주면서 좋게 얘기해서 돌려보냈다, 아예 수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신씨는 “(뉴스타파 보도 전부터) ‘봐주기 수사 아니었나’라고 했는데, 봐주기 수사라고 보이는 정황이 굉장히 구체적으로 드러난 녹취 파일”이라며 “김만배씨가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과 직접 나눈 이야기”라고 했다. 그러면서 신씨는 “김씨가 신 전 위원장과 얘기를 한 게 2021년 9월 15일이고, (JTBC에서 보도된) 남욱씨의 검찰 조사 진술은 2021년 11월이고, JTBC가 조우형씨 측근들의 이야기를 (후속) 보도한 건 2022년 2월 28일”이라며 “서로 다른 시기에 서로 다른 사람이 동일한 이야기를 한 것”이라고 했다.

신씨가 “(뉴스타파가) 대선을 앞둔 시기에 이런 녹취록을 공개한 것을 두고 ‘정치공작’이라고 하는 얘기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묻자, 김 변호사는 “뉴스타파가 왜 이런 식으로 공개했는지 여부에 대해 저희도 알 수가 없다”면서도 “대선 토론에서 직접 언급이 될 정도의 중요한 내용이었기 때문에 이 내용은 공개해야 될 상황이라면 공개하는 게 맞지 않았을까”라고 답했다. 현재 서울중앙지검은 ‘대선 개입 여론 조작’ 특별수사팀은 김만배씨가 지난 대선 사흘 앞두고 신학림 전 위원장이 전문위원으로 있던 뉴스타파를 통해 허위 인터뷰를 보도해주는 대가로 1억6500만원을 건넨 혐의를 수사 중이다.

TBS

◇안민석 출연 “녹취록 본질은 ‘대장동 출발점’ 윤석열이란 것”

또한 그날 방송에선 안민석 민주당 의원이 출연해 뉴스타파 보도에 대한 논평을 하기도 했다. 안 의원은 당시 민주당 선대위 총괄특보단장이었다.

안 의원은 “김만배 녹취록의 본질은 대장동 사태의 출발점이 윤석열이라는 이런 판단을 하게 만든다. 굉장히 심각한 것”이라며 “부산저축은행 사건의 핵심 인사인 조우형씨를 봐줬다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그러자 신씨는 “네. 커피 먹고 나왔다고”라고 했다.

이후 ‘신장식의 신장개업’은 대선 전날인 3월 8일에도 뉴스타파 보도 내용을 한 번 더 방송에 내보냈다. ‘신장식의 신장개업’ 측은 작년 3월 7일과 8일 방송된 내용 일부를 유튜브에서 비공개 처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MBC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

신장식씨는 2022년 12월까지 TBS라디오에서 ‘신장식의 신장개업’을 진행하다가 올해 1월부터는 MBC라디오에서 ‘신장식의 뉴스 하이킥’ 진행자로 자리를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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