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원·문현빈 있는데…한화는 왜 2루수를 또 뽑았을까 "타격 특화, 외야 포변 가능"
[OSEN=이상학 기자] 한화는 2024 신인 드래프트에서 1~2라운드로 장충고 좌완 투수 듀오 황준서와 조동욱을 연이어 지명했다.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2학년 때부터 청소년대표팀에 뽑힌 ‘최대어’ 황준서를 호명한 뒤 2라운드 11순위로 192cm 장신의 좌완 스리쿼터 조동욱을 뽑았다. 좌완 투수가 부족한 팀 구성상 1~2라운드에서 황준서, 조동욱 지명은 예상 가능한 픽이었다. ·
하지만 3라운드 전체 21순위로 휘문고 내야수 정안석을 지명한 건 예상을 벗어났다. 정안석은 주 포지션이 2루수다. 한화에는 정은원과 문현빈이 2루에 있다. 정은원은 올해 부진하긴 하지만 2년 전 골든글러브 2루수였고, 올해 신인 문현빈도 전반기 중견수로 뛰다 후반기 들어 2루수로 기용폭을 늘려며 눈에 띄는 활약을 하고 있다. 여기에 유틸리티 야수 김태연도 2루 수비가 가능하다. 상무에서 군복무 중인 정민규 역시 잠재적인 2루수 후보로 꼽힌다.
팀 내에 젊은 2루수 자원들이 많은 상황에서 또 한 명의 2루수를 상위픽에 뽑았다. 의외이지만 이유가 있었다. 정민혁 한화 스카우트팀장은 “공격에 특화된 선수를 찾았고, 정안석은 타격 능력이 좋은 선수다. 올해 발목, 발가락 부상으로 자기 기량을 다 보여주지 못했지만 갖고 있는 타격 능력치가 좋다. 향후 테이블세터가 될 수 있는 선수”라고 설명했다.
최근 몇 년간 투수 유망주들을 꾸준히 모으며 마운드 곳간을 가득 채운 한화이지만 여전히 야수진은 약하다. 특히 타격 쪽에서 재능이 부족하다. 수비는 훈련으로 발전 가능하지만 타격, 특히 컨택은 타고난 재능이 중요하다. 지난해 드래프트에서 예상을 깨고 2라운드 전체 11순위로 문현빈을 ‘얼리픽’ 한 것도 타격 강화를 위해서였는데 정안석도 마찬가지 이유. 포지션보다 타격 재능을 우선으로 봤다.
184cm, 80kg 체격 조건을 갖춘 우투좌타 내야수 정안석은 올해 고교 14경기에서 타율 2할9푼8리(47타수 14안타) 7타점 11사사구 6삼진 OPS .828을 기록했다. 청소년대표팀에서도 1~2번을 오가며 테이블세터를 맡아 공격 첨병 역할을 했다. U-18 야구 월드컵에서 9경기 타율 2할8푼(25타수 7안타)에 볼넷 4개를 골라내 출루율 3할7푼9리로 선구안도 보여줬다. 중복 포지션을 감수하고서라도 타격 재능 있는 선수가 필요했던 한화는 정안석을 외면하기 어려웠다.
정민혁 팀장은 “포지션은 무조건 내야수로 단정짓는 것보다 외야 가능성도 열어놓았다. 2루든 외야든 타격에 집중하는 쪽으로 갈 것이다”고 덧붙였다. 2루에서 경쟁력 있는 타격을 보여주면 정은원, 문현빈과 경쟁하고, 아니면 한화에 가장 부족한 외야로 포지션 바꿀 수도 있다. 올해 롯데의 수확인 김민석, 윤동희도 내야에서 외야로 포지션을 바꿔 성공한 케이스. 정안석은 야구 월드컵에서도 2루에서 경기 후반 코너 외야수로 옮겨 2경기를 소화한 바 있다.
장기적으로 보면 한화의 2루 자원이 넘치는 것도 아니다. 정은원은 아직 군 미필이고, 문현빈도 고정 2루수로 확정하지 않았다. 외국인 타자, FA 영입 같은 굵직한 팀 전력 변화에 의해 문현빈의 자리가 바뀔 수 있다. 상황에 따라 2루에 많은 변동이 일어날 수 있고, 정안석도 주요 옵션으로 2루 뎁스를 채울 수 있다.
4라운드 전체 31순위로 독립구단 연천미라클 내야수 황영묵을 지명한 것도 내야 경쟁을 가속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 내야수 숫자는 많지만 확실한 상수는 많지 않다는 게 내부의 냉정한 판단이다. 황영묵은 내야 전 포지션에서 견제 세력이 될 만한 자원이다. 정민혁 팀장은 “유격수, 2루, 3루 수비가 다 되는 선수로 지금 현재 신인 중 타격 완성도가 제일 높다. 군대도 다녀왔고, 빠르게 즉시 전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고 기대했다.
5라운드에서 뽑은 유신고 우완 투수 이기창은 향후 ‘스틸픽’이 될 만한 선수로 기대된다. 2학년이었던 지난해 150km 강속구를 뿌려 올해 상위 지명이 기대됐지만 팔꿈치 부상 여파로 부진하면서 5라운드까지 순번이 내려왔다. 정민혁 팀장은 “지난주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고, 조만간 인대접합수술도 한다”며 “능력치가 있는 선수이고, (수술을 감안해) 5라운드에서 전략적으로 잡을 계획이었다”고 이야기했다. 입단 첫 해는 재활을 하면서 내후년을 기약한다.
한편 한화는 6라운드로 동국대 외야수 최준서를 뽑은 뒤 8~11라운드로 각각 경북고 포수 이승현, 인창고 투수 원종혁, 장충고 외야수 권현, 유신고 투수 승지환을 택했다. 한화 구단은 ‘대학 진학 후 기량이 향상된 중견수 자원 최준서를 비롯해 강속구형 투수 원종혁, 파워 툴을 갖춘 외야수 권현, 다양한 변화구 구사 능력의 승지환 등 중위 라운드부터 선수별로 가진 특장점을 고려해 팀에 필요한 유형의 선수들을 지명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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