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지속’ 신호에 은행 대출금리도 ‘고공행진’[머니뭐니]
은행채 올라 주담대 고정금리 상승 부추겨…“변동성 크진 않아”
[헤럴드경제=문혜현·김광우 기자]브렌트유에 이어 서부텍사스산원유(WTI)까지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서는 등 국제유가가 크게 오르면서 최근의 고금리 현상이 상당기간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현재 높은 금리 수준을 당분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에 국내 채권시장도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은행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 지표가 되는 은행채 금리를 밀어 올리고 있는 것. 최근 은행채 금리가 6개월래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주담대 금리도 올라 이자 부담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 연준이 다음주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발표된 8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시장 전망치(3.6%)를 소폭 웃돌은 전년 동월 대비 3.7%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국제유가 상승 영향으로, 미국 휘발유 가격은 전월보다 10.6% 올라 8월 소비자물가 상승에 대한 기여도가 절반을 넘어섰다.
다만,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동월 대비 4.3% 올라 둔화 흐름을 보이면서 연준의 금리 동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문제는 국제유가 상승세가 CPI 상승률을 부추기고 있어 금리 인하 시기는 내년 2분기 또는 그 이후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는 점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그동안 국제유가가 많이 올랐기 때문에 연준이 긴축 기조를 오래 가지고 갈 것”이라며 “연말까지 국제유가가 90달러 중반 혹은 90달러 선에서 계속 유지될 경우 금리 인하는 내년 하반기 중으로 미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국제유가는 물가 흐름을 뒤바꾸고 있다. 작년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하락세를 이어갔던 국제유가는 지난 7월 다시 반등해 물가를 밀어 올렸다. 향후에도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당분간 물가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감산 연장 결정으로 브렌트유 가격은 이달 들어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서며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유가 상승이 지속되면 근원 CPI 둔화도 더딜 것”이라며 “상황에 따라 연준이 금리를 더 올릴 수도 있다”고 짚었다.
반면 미국의 초과저축 소진에 따른 소비 부진이 연준의 금리 인하를 앞당길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보고서에서 “그간 고강도 통화긴축의 소비 위축 효과를 감소시켜왔던 초과저축의 소진으로 통화긴축 시차가 뒤늦게 발현되며 경기 둔화 효과를 확대시킬 경우 연준의 통화정책 전환 시점이 다소 앞당겨질 가능성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에 채권금리가 치솟고 있다.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최근 연 4.3%까지 오르며 자금을 흡수하고 있다. 2년물 수익률도 연 5%를 넘어섰다. 일반적으로 한국과 미국의 국채금리는 동조화 현상을 나타낸다. 시장금리가 오르는 이유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은행채(AAA, 5년물) 금리는 4.442%로 지난 3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문제는 시장금리에 연동되는 대출금리가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12일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는 3.91~6.02%로 지난 8월 1일(3.77~6.12%)과 비교해 하단이 0.14%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인터넷은행(케이뱅크·카카오뱅크) 주담대 고정금리는 3.88~5.20에서 4.26~6.8%로 상하단이 각각 1.6%포인트, 0.38%포인트 올랐다.
주담대 변동금리 또한 상승 전망이 나오고 있다. 변동금리의 기준으로 활용되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지난달 기준 3.69%로 전월(3.7%)에 비해 소폭 감소했다. 그러나 최근 은행채 금리 상승과 함께 조달 부담이 커진 은행들은 예금금리를 인상하며 자금 확보 경쟁에 돌입했다. 이 경우 조달 비용에 따라 결정되는 코픽스 금리 또한 상승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날 기준 5대 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는 연 4.05~7.03%로 상단이 7%를 돌파한 상태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현재 기준금리 전망에 대해서는 다소 엇갈리는 부분이 있지만, 미 국채금리가 상승세를 보이고 국내 시장금리가 따라 오르는 현상은 이미 실현되고 있다”며 “시장의 기대가 금리에 선반영된 부분이 있어 큰 폭의 대출금리 상승을 우려할 정도는 아니지만, 올해 안에 대출금리 하락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국의 시장 상황이 소비자들의 대출금리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국은행은 지난 11일 발표한 ‘한·미 금리 동조화 현황 및 평가’ 보고서를 통해 한·미 국채금리의 동조성이 장기물에서 높은 수준을 유지한 반면, 단기물에서는 약화됐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국내 가계·기업대출 상당 부분이 1년 미만 변동금리인 점을 고려하면, 미 국채금리 상승에 따른 변동성 우려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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