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동주→김서현→황준서' 3년 연속 꼴찌가 만든 '전원 150㎞↑' 강속구 선발진 가능성, 한화 마운드가 높아진다
한화는 14일 오후 2시 서울 중구에 위치한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4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장충고 3학년 좌완 황준서를 전체 1라운드 1번으로 지명했다.
예상대로의 결과였다. 이달 초 끝난 2023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U-18 야구월드컵(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서 인천고 우완 김택연(18)이 구원투수 올스타에 선정되는 등 가치를 높였지만, 한화는 흔들림이 없었다. 드래프트 후 한화는 "전반적으로 구단이 원했던 선수들을 지명했기 때문에 만족스러운 드래프트다. 상위 라운드에서 황준서, 조동욱(장충고)이라는 훌륭한 좌완 투수를 연속 지명해 좌완 마운드 뎁스를 강화했다"고 자평했다.
황준서는 2학년 때부터 한국을 대표할 좌완으로 주목받던 대형 유망주다. 최고 시속 150㎞의 빠른 공에 커브, 스플리터를 주무기로 슬라이더도 차츰 실전에서 활용하기 시작했다. 3학년인 올해도 15경기 6승 2패 평균자책점 2.16, 49⅔이닝 17사사구(16볼넷 1몸에 맞는 볼) 58탈삼진으로 성공적인 한 해를 보냈고, 고교 통산 31경기 9승 4패 평균자책점 1.93, 112⅓이닝 132탈삼진의 기록을 남겼다.
올해 드래프트 선수 중 유일하게 시속 150㎞ 이상의 빠른 공을 던질 수 있어 구속에 눈길이 가기 쉽지만, 오히려 안정적인 제구가 더 장점인 선수다. 모든 구종을 스트라이크존 안쪽, 바깥쪽에 자신이 원하는 곳에 집어넣는 커맨드가 뛰어나 상대 타자들의 헛스윙을 많이 유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보완해야 할 점도 있다. 좌타자를 상대할 슬라이더 등 아직 변화구의 완성도가 높지 않아 타순이 거듭될수록 공략당하는 빈도가 늘었다. 하지만 아직 체격이 완성되지 않았고 구속이 늘어나고 결정구 및 구종 추가에 성공한다면 리그를 대표할 좌완 선발 투수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평가다.
그렇게 되면 한화는 KBO리그에서는 불가능에 가까웠던 최소 시속 150㎞ 이상을 던지는 5인 선발 로테이션을 꾸릴 수 있게 된다. 보통 외국인 투수는 시속 150㎞ 이상 강속구를 던지는 선수를 데려오기 마련이고, 아이러니하게도 3년 연속 꼴찌로 성적이 좋지 않았던 덕분에 생긴 가능성이다.
2020년 46승 3무 95패로 리그 최하위를 기록한 한화는 광주진흥고 우완 문동주(20)를 뽑았다. 지난해 데뷔한 문동주는 조정 기간을 거쳐 올해 23경기 8승 8패 평균자책점 3.72, 118⅔이닝 95탈삼진을 기록하면서 토종 1선발로 거듭났고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팀에도 선발되며 차세대 한국 대표 우완 에이스로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특히 지난 4월 12일 광주 KIA전에서는 1회말 박찬호를 상대로 KBO 공식 기록통계업체 스포츠투아이 피치트래킹시스템(PTS) 기준으로 시속 160.1㎞의 공을 던졌다. KBO리그 1군에서 국내 투수로는 처음으로 문동주는 시속 160㎞ 시대를 열어젖혔다.
2021년 49승 12무 83패로 꼴찌에 머문 한화는 시속 160㎞를 던질 수 있는 투수를 한 명 더 확보했다. 서울고 우완 김서현(19)이 그 주인공으로 올해 데뷔한 그는 20경기 동안 승패없이 1세이브, 평균자책점 7.25에 그쳤다. 하지만 김서현도 1군에서 PTS 기준 최고 시속 157㎞의 빠른 공을 던지면서 22⅓이닝 동안 26개의 삼진을 잡아내 가능성을 보여줬다.
여기에 황준서까지 추가하면서 한화는 단숨에 투수 리빌딩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끝냈다. 미국, 일본과 달리 시속 150㎞ 이상을 던질 수 있는 투수들이 드문 한국에서는 좀처럼 나오기 힘든 행운이다.
마인드와 워크에식도 합격점이다. 드래프트 후 황준서는 "스스로 제구력과 경기 운영 능력이 장점인 투수라 생각한다. 타자를 쉽게 쉽게 상대하면서 삼진을 잡아낼 구위도 있다"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보직은 상관없다. 위기 상황 때 찾는 선수가 되고 싶다. 개인적인 목표보다는 팀 우승이 먼저다. 팀이 최대한 높이 갈 수 있도록 열심히 던지겠다"고 당찬 각오를 밝혔다.
소공동=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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