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승 4홀드 ERA 2.73' 트레이드 이적생의 대반란…'좌완 기근' 시달리던 롯데, 토종 좌완 선발 찾았다
[마이데일리 = 광주 박승환 기자] "던지면 던질수록 좋아지는 것 같다"
롯데 자이언츠 심재민은 지난 13일 광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팀 간 시즌 15차전 원정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동안 투구수 75구, 3피안타 2볼넷 2탈삼진 1실점(1자책)으로 역투, 시즌 2승째를 손에 넣었다.
지난 13일 승리는 심재민이 프로 무대를 밟은 뒤 거둔 수많은 승리 가운데 가장 의미가 남다른 승리였다. 2014년 신생팀 특별지명권을 보유하고 있던 KT 위즈의 선택을 받은 후 무려 10년 만에 거둔 '첫 선발 승리'였던 까닭. 게다가 '강우 콜드'로 인해 첫 선발 승리를 완투승으로 장식했다는 점은 기쁨이 '배'가 되는 요소였다.
정말로 오래 걸렸다. 리틀야구 시절부터 부산에서는 유명세를 떨쳤던 심재민은 2014년 신인드래프트에서 우선지명을 통해 KT의 유니폼을 입었다. KT가 심재민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롯데가 심재민을 지명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이야기가 뒤따를 정도로 재능이 뛰어난 투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프로 무대에 입성한 후 초기의 모습은 아마추어 시절의 '명성'에 비해 조금 아쉬웠다.
중·고등학교 시절 '혹사'를 당했던 심재민은 입단 직후 토미존 수술을 받게 되면서 단 한 번도 1군 무대를 밟지 못했다. 데뷔 첫 시즌 2군에 머물렀던 심재민은 2016년 1군 무대를 밟았고, 그해 50경기(1선발)에 등판해 2승 3패 1홀드 평균자책점 6.87을 기록하며 경험치를 쌓았다. 그리고 이듬해 59경기에서 2승 3패 7홀드 평균자책점 5.47, 2017년 64경기에 출전해 1승 7패 13홀드 평균자책점 5.17을 기록했지만, 큰 기대감에 비해 눈에 띄는 성장세는 보여주지 못했다.
심재민이 데뷔 직후 줄곧 5점대 이상의 높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던 이유에는 들쭉날쭉한 '제구'가 있었다. 심재민이 달라지기 시작한 것은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이후였다. 심재민은 2021시즌 28경기에서 1패 1홀드 평균자책점 2.89의 성적을 남기더니, 지난해 44경기에 등판해 41⅓이닝을 소화, 4승 1패 6홀드 평균자책점 3.74로 활약하며 드디어 재능에 꽃을 피우기 시작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던 중 심재민에게 변화가 생겼다. 롯데가 내야수 이호연을 내주고, KT로부터 심재민을 영입한 것. 이로써 심재민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10년 만에 '고향팀'의 유니폼을 입게 됐다. 롯데는 성민규 단장은 심재민은 영입하면서 "심재민은 현재 몸 상태는 좋지 않지만 후반기 불펜 뎁스를 강화할 수 있는 자원으로 판단했다"고 영입 이유를 밝혔다.
심재민은 5월 19일 트레이드 된 이후 한 달 이상 마운드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체중을 감량하고 시즌을 풀타임으로 소화할 수 있는 몸을 만들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6월 22일 '친정' KT를 상대로 이적 첫 등판을 가졌고, 네 경기에서 1승 2홀드 무실점을 기록했다. 좋은 흐름은 7월로도 연결됐고, 7경기에서 4⅔이닝을 소화, 평균자책점 3.86, 8월 또한 10경기에서 2홀드 평균자책점 3.55의 훌륭한 성적을 남겼다. 그 결과 롯데는 부진으로 선발진에서 이탈한 이인복을 대신해 심재민에게 기회를 주기 시작했다.
KT 시절에도 종종 선발로 마운드에 올랐던 심재민은 불펜보다 오히려 더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심재민은 지난 7일 삼성 라이온즈와 맞대결에서 5이닝 동안 5피안타 1볼넷 4탈삼진 1실점(1자책)을 마크하더니, 13일에는 최근 타격감이 절정에 달한 KIA를 상대로 5이닝을 1실점(1자책)으로 묶어내면서 데뷔 첫 선발 승리를 강우콜드 완투승으로 장식하는 기쁨을 맛봤다.
이종운 감독 대행은 13일 광주 KIA전에 앞서 심재민을 향해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종운 대행은 "(심)재민이는 우리가 봐도 안정적으로 보이는데, 선수들도 그럴 것이다. KIA 타선을 상대로 5이닝 1실점이면 정말 잘 던졌다. 경기를 운영하는 것은 원래 잘하지만, 제구가 안정이 되다 보니 자신감이 붙은 것 같다. 던지면 던질수록 좋아지는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KT 시절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 이종운 대행은 "2군에서 감독을 할 때도 봤지만, 당시에는 제구가 밋밋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던지는 모습을 보면 자신감이 없어 보였다. 그런데 이적 이후 생각이 달라졌는지 훈련도 열심히 하는 모습이다. 특히 1군에서는 스스로 존재감을 보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롯데는 오는 22일부터는 박세웅과 나균안까지 토종 원·투 펀치가 항저우 아시안게임(AG) 대표팀으로 차출되는 까닭에 선발진에 공백이 생기는데, 일단 한자리에 대한 고민은 덜 수 있게 됐다. 이종운 대행도 당분간 심재민에게 선발의 한자리를 맡길 생각을 드러냈다. 사령탑은 "(아시안게임 때문에) 선발이 빠지면 누군가는 던져야 하는데, (심)재민이가 이렇게 좋은 피칭을 하면 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재민은 롯데로 이적한 이후 23경기에서 2승 4홀드 평균자책점 2.73을 기록 중. KT로 건너간 이호연과 롯데 심재민의 활약을 고려해 볼 때 이들의 트레이드는 KT와 롯데가 모두 미소를 짓는 '윈-윈' 트레이드가 되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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