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타 허경민' 소리가 퍼지자 환호가 터졌다…"엔도르핀 얻었습니다" 캡틴이 미라클 두산을 만들었다 [MD잠실]
[마이데일리 = 잠실 김건호 기자] "(팬분들 함성) 엔도르핀을 얻었습니다."
두산 베어스는 1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SSG 랜더스와의 맞대결에서 3-2로 승리했다.
극적인 승리였다. 두산 타선은 8회까지 SSG 선발 로에니스 엘리아스를 상대로 점수를 뽑지 못했다. 엘리아스는 8이닝 동안 실점 없이 5피안타 1사사구 4탈삼진으로 호투를 펼쳤다. 하지만 0-2로 뒤진 9회말 기적을 만들었다.
마무리투수 서진용을 상대로 양석환이 안타, 양의지가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했다. 대타 이유찬은 희생번트를 시도했지만, 2루에 있던 대주자 박지훈이 3루에서 아웃됐다. 하지만 강승호의 타석에서 서진용의 폭투가 나오며 1사 2, 3루가 됐다. 이어 강승호의 유격수 앞 땅볼로 1점을 뽑았다.
1-2로 추격한 상황에서 대타 김인태 볼넷, 박계범 자동고의4구로 만루가 됐다. 그리고 조수행의 타석에 대타 허경민이 들어섰다. 초구에 폭투가 나오며 이유찬이 홈으로 들어왔다. 김인태와 박계범도 한 베이스씩 진루했다. 이어 허경민이 서진용의 포크를 때려 끝내기 안타를 터뜨렸다.
경기 후 취재진을 만난 허경민은 "내가 끝내기 안타를 친 것보다 동료들이 그 상황을 만들어 준 것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내가 9회까지 뛰면서 공헌을 했으면 더 기뻤을 텐데 사실 후반에 나가 스윙 한 번 했다. 그래서 동료들에게 더 큰 고마움이 있는 하루인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모든 타자가 항상 이 순간에는 자기가 쳐서 영웅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그래서 부담감이 없지 않아 있긴 했는데, 그래도 폭투가 나와 동점이 되다 보니 조금 편한 마음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밝혔다.
허경민은 최근 손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그의 마지막 타석은 지난 10일 잠실 삼성 라이온즈전이었다. 그리고 4일 만에 다시 타석에 나온 것이다. 9회말 2사 만루에서 대타 허경민의 이름이 호명되자 두산 팬들의 엄청난 환호가 나왔다. 그리고 허경민이 두산 팬들의 응원에 보답했다.
허경민은 "많은 엔도르핀을 얻으면서 타석까지 걸어간 것 같다. 대타 상황이 올 것이라고는 생각했는데, 정말 끝까지 안 와서 '언제 나가나?' 생각했다"며 "그런데 그 상황에 나가 안타를 때렸다. 하지만 최소 실점으로 막아주고 9회말 (양)석환이부터 시작된 집중력이 내게 좋은 기운을 가져다준 것 같다"고 말했다.
두산은 극적인 승리를 따내며 SSG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4위 KIA 타이거즈, 5위 SSG와의 경기 차는 1경기다. 두산은 15일부터 광주에서 KIA와 3연전을 치른다. 포스트시즌 진출에 중요한 경기가 될 수도 있다.
주장 허경민은 "선수 개개인이 모두 자기 몫을 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자기가 할 역할을 잘하면 된다는 마음으로 자기 자신이 '키 플레이어'라고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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