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동물원이 '동물 감옥'인가…학대해도 처벌 규정 없다?

김수지 2023. 9. 15.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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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보호법·동물원수족관법 등에선 상해나 살생 등 주로 극단적인 상황만 제재
동물원 동물, 반려동물과 비교해 서식환경을 비롯한 복지 보장 수준 미흡
개정 동물원수족관법, 12월 14일부터 시행…동물원 설립 등록제→허가제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김수지 인턴기자 = 최근 경남 김해 부경동물원에서 사육 중인 사자가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모습이 공개돼 동물원 동물들에 대한 학대 논란이 불거졌다.

또한 인터넷 게시판에선 대전의 한 수족관에서 가물치가 비위생적인 환경에서도 잘 산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일부러 쓰레기를 수족관에 넣어놓았다는 글이 올라와 설왕설래가 있었다.

이를 본 네티즌들은 해당 동물원과 수족관에 대해 '동물원이 아니라 감옥이다', '학대 행위를 합법적으로 전시해 놓은 것 아니냐', '저렇게 학대해도 동물원은 처벌 안 되나 보다'와 같은 반응을 보였다.

현행 '동물보호법'에서는 동물 학대를 '동물을 대상으로 하여금 정당한 사유 없이 불필요하거나 피할 수 있는 고통과 스트레스를 주는 행위 및 굶주림, 질병 등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게을리하거나 방치하는 행위'라고 규정하고 있다.

동물보호법의 이런 동물 학대 정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동물원은 보유 중인 동물들을 학대하더라도 처벌받지 않을까?

김해 부경동물원의 갈비뼈가 보일 정도로 말라 갈비 사자로 불렸던 '바람이'는 현재 청주동물원으로 이관됐다. [김해시청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동물보호법은 동물에 대한 학대 행위 방지 등을 목적으로 1991년에 제정됐다. 이 법은 모든 동물에 적용된다. 2016년엔 동물원과 수족관에 있는 동물을 대상으로 한 별도 법인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동물원수족관법)'도 제정됐다.

이에 따라 동물원 동물들은 동물보호법뿐만 아니라 동물원수족관법의 보호도 받게 됐다. 동물원에 있는 야생 동물의 경우엔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야생생물법)'의 조항이 적용되기도 한다.

동물원수족관법 제7조에서는 야생생물법의 제8조가 규정한 학대 행위(포획, 감금해 고통을 주거나 상처를 입히는 행위, 살아있는 상태에서 생체 일부 채취하는 행위 등)와 더불어 도구·약물 등을 이용한 상해, 광고·전시 등을 목적으로 한 상해, 먹이 제한 혹은 질병에 걸린 동물 방치 행위 등을 금지하고 있다.

이 조항의 면면을 보면 주로 동물원 동물에 대한 명백한 상해 등에 대해서만 금지하고 있다는 한계가 있다. 더위에 약한 침팬지가 그늘막 없는 외부에 종일 노출돼도, 양의 털을 깎아주지 않아 몸이 갑옷처럼 돼도 이 7조를 적용하기 쉽지 않은 것이다.

동물원 동물들한테도 적용할 수 있는 동물보호법의 조항도 비슷하다. 처벌 기준이 나와 있는 동물보호법의 학대 행위엔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 유기 행위 등 극단적인 상황만 포함됐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이형주 대표는 동물원의 동물에 적용되는 "동물보호법 또한 동물원수족관법처럼 신체적 고통이나 상해가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한 처벌이 어렵다"며 "그런데 동물원의 입장에서 동물들은 자산이다. 그 자산의 가치를 일부러 낮추는 곳은 없을 것이다. 실효성 없는 조항"이라고 의견을 표했다.

이런 규정을 반려동물에 적용되는 금지행위와 비교했을 때 동물원 동물들이 상대적으로 적절한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폭염에 늘어진 동물원 곰. [연합뉴스 자료 사진]

동물보호법은 제10조 4항에서 반려동물만을 대상으로 최소한의 사육 공간을 마련하고 위생·건강 관리를 하게 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어겨 해당 동물에 상해를 입히거나 질병을 유발하면 처벌받게 했다.

이 법의 시행규칙에선 개·고양이·토끼·페럿·기니피그·햄스터 등 반려동물의 몸 길이에 따른 사육 공간의 크기를 제시하고 있고, 털과 발톱 관리 등 준수사항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반면 동물원 동물은 현행 동물 관련법 체계상 '보유동물' 또는 '야생동물'로 분류돼 반려동물을 대상으로 한 이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

한재언 법무법인 해온 변호사는 "똑같은 행위의 학대를 하더라도 반려동물한테 하면 동물보호법에 의해 학대죄가 적용될 수 있는데, 동물원의 동물은 해당 법 적용이 안 돼 학대가 아니게 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물론 동물원수족관법에도 사육기준에 대한 조항이 있긴 하다. 이 법의 제6조에서 '동물원을 운영하는 자는 보유 생물에 대해 생물종의 특성에 맞는 영양분 공급, 질병 치료 등 적정한 서식환경을 제공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동물보호법과 달리 이 '적정한 서식환경'에 대한 기준이 시행령, 시행규칙 등 하위 법령에서 따로 제시돼 있지 않다. 적정한 서식환경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고 해서 받게 되는 법적인 제재나 처벌 규정도 없다.

단, 동물원에 사는 야생동물의 경우엔 야생생물법 제16조의4가 적용된다. 이 법의 관련 시행규칙에선 동물별 사육시설 크기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예컨대 호랑이와 사자의 경우 사육시설 기준을 넓이 14㎡로, 높이 3.5m로 규정하고 있다. 14㎡의 공간은 가로·세로가 3.5m×4m인 크기다.

평균 몸길이가 3m 내외인 호랑이가 제자리에서 한 바퀴 정도 돌 수 있는 공간만 있다면 호랑이를 기르는 데 아무 문제가 없는 셈이어서 이를 '적정한 서식환경'이라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스위스의 동물보호법에선 호랑이, 사자의 경우 실내에선 30㎡, 실외에선 80㎡ 규모의 사육시설을 갖추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실내와 실외 사육, 개체 수에 대해 명확한 기준이 마련돼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사육기준과 차별된다.

인위적인 조명에 지속해서 노출된 동물원 동물들. [연합뉴스 자료 사진]

동물원에 있는 동물들이 같은 곳을 계속 맴돌거나 반복적으로 두리번거리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는데, 이를 정형행동(극심한 스트레스에 따른 이상행동)이라고 한다. 전문가는 이런 행동의 주된 원인으로 협소한 사육장을 꼽는다.

한재언 변호사는 "좁은 사육장 크기로 인한 정형행동은 법상에서 동물 학대가 아니다"라며 "동물들이 살 수 있는 정말 최소한의 기준이고, 어떻게 해야 동물들이 행복한지 등에 대한 복지 관련 사항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영국, 미국 등 주요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동물원 설립 방식이 등록제인 것도 문제점으로 거론되고 있다. 현행 동물원수족관법에선 시설과 운영 계획, 전문 인력에 대한 상황만 보고한다면 누구든지 동물원을 설립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동물원이나 수족관이 보유한 생물에 적절하고 안전한 환경을 제공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

환경부가 지난해 12월에 발표한 동물원 등록현황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동물원은 모두 114곳이다. 이 중 105곳이 민간에서 운영하는 동물원이다. 민간 동물원은 수입이 규칙적이지 않아 재정 상황이 어려워지면 해당 동물원의 동물들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많은 이들의 동정을 받았던 '갈비 사자'가 있던 부경동물원 측은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재정난이 심해 동물들에게 먹이를 줄 수 없었다"고 말한 바 있다.

동물원수족관법은 이런 상황을 방지하고자 동물원 동물의 적절한 보전 등에 필요한 경비와 기술을 지원한다는 조항을 두고 있다. 하지만 동물원수족관법이 시행된 2017년 이후 정부가 해당 법 예산으로서 동물원에 이런 비용을 지원한 적은 없었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동물원수족관법은 예산 필요성 등을 입증하는 과정에서 여러 한계가 있어 지원된 적은 없지만, 다른 형태의 지원은 있었다"며 "야생생물법 제37조(생물자원 보전시설에 대한 지원)에 배당된 예산을 통해 청주동물원 등 몇몇 동물원에 지원해준 적이 있다"고 해명했다.

지난해 9월 서울 국회 앞에서 열린 동물원수족관법 및 야생생물법 개정안 통과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 사진]

이러한 지적들이 반영돼 지난해 개정된 동물원수족관법이 올해 12월 14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동물원 설립 규정이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전환한 점이다.

동물원을 개원 및 운영하고자 하는 이는 보유동물 질병관리, 동물원 안전관리 등에 대한 세부 계획을 제출하고, 소재지 관할의 시·도지사에게 이에 대한 허가를 받아야 한다. 단, 이미 운영 중인 동물원에는 법령에 따른 기준을 맞출 수 있게 5년의 유예기간을 준다.

이번 개정안은 동물원 운영에 대한 감시 기능도 확대했다. 이에 따르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격을 갖춘 전문가가 동물원에 대한 검사를 시행하고 사육환경 등에 대한 적정성을 평가한다.

평가 기준에 부합하지 않은 동물원에 대해선 특정한 조치를 시행할 수 있다. 금지행위도 더 구체적으로 구성됐다. 환경부에서 선정한 지역별 우수 거점동물원에 한해 기술 및 경비도 지원할 예정이다.

대전오월드 사육사 정경조(55) 씨는 이런 동물원 규제의 강화 조치에 대해 "20년 동안 현직에서 일하며 봤을 때 규제 강화는 당연히 필요하다"라며 "그런데 동물원수족관법은 명확한 규정이나 어겼을 때의 규제가 따로 없어서 어떤 게 맞는지 확실하게 알기 어려웠다. 이런 부분이 개정안에서 많이 바뀌긴 했지만, 해외처럼 더 명확한 규정이 있어야 한다"고 의견을 표했다.

청주동물원의 산양. 청주동물원은 산에 위치한 공영 동물원으로, 동물원 동물들이 야생과 비슷한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 사진]

동물 복지를 중시하는 영국, 미국 등 해외 동물원의 경우 동물을 전시 수단의 개념으로 여기지 않는다. 동물원 동물들을 보호해야 하고 생물다양성 차원에서 보전이 필요한 존재로 인식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영국은 동물원허가법(Zoo Licensing Act)을 운영한다. 해당 법에는 동물원 동물들에게 줘야 하는 먹이와 물부터 스트레스 예방, 건강관리 등 권리를 넘은 복지에 대한 사항을 포함했다. 심지어 동물들이 받을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대중의 눈을 피할 수 있는 '비밀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까지 담았다.

법으로 일일이 사육기준을 정할 수 없을 때는 해당 국가의 동물원 협회 지침 사항을 따르기도 한다.

현행 우리나라 동물원수족관법은 야생생물과 사람이 공존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고 있다. 개정안이 시행되더라도 모든 동물원이 이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는 여러 상황상 쉽지 않아 보인다. 어떻게 해야 동물원 동물들의 권리를 보장해주고, 더 나아가 복지까지 실현할 수 있을지에 대한 정부 부처와 동물원 관계자들의 고민이 필요하다.

charcoal611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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