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란 피운 아이 청소시키자, 학부모 "담임 바꿔" 반복 요구.. 교권 침해일까

대법원 "학부모의 부당한 간섭" 판단
부모 측, 청소시킨 건 아동학대 주장도
교사는 쓰러져 구급차에 병원 실려가

수업시간에 소란을 피운 아이에게 청소를 시켰단 이유로 학부모가 담임 교체를 수차례 요구한 건 반복적 교권 침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대법원은 학부모의 반복적인 담임 교체 요구는 교권 침해가 아니라는 원심 판단을 깨고 판결을 다시 하라며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 담임교사인 A씨는 2021년 4월 수업 중에 학생 B가 페트병을 가지고 놀며 소리를 내자 주의를 줬지만 B는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담임교사 A씨는 B의 이름표를 칠판의 ‘레드카드’ 부분에 붙이고 방과 후에 빗자루로 교실 바닥을 14분간 쓸게 했습니다.

같은 날 B가 하교한 직후 학부모가 학교로 찾아왔고 “청소를 하게 한 것은 아동학대고, A씨와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며 담임 교체를 요구했습니다.

이어 B의 학부모는 담임교사 A씨가 있는 교실로 찾아가 항의했습니다. 학부모는 약 한 달간 학교 측에 8차례 담임 교체를 요구했습니다.

대법원

또 B를 학교에 보내지 않거나 조퇴시키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담임교사 A씨는 스트레스 증세와 불안, 우울증으로 두 차례 병가를 냈습니다.

A씨는 이 일로 스트레스를 받아 쓰러져 119 구급차를 타고 병원에 이송된 적이 있고, 일과성 완전기억상실 증세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학부모는 “A씨의 수업을 믿지 못하겠다며 교장이 A씨의 수업을 모니터링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학부모는 교육청에도 민원을 넣었습니다.

담임교사 A씨는 ‘학부모의 교권 침해 활동과 민원제기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정신적 충격이 크다’며 학교에 교육활동 침해 신고를 했습니다.

학교 교권보호위원회 심의 결과 학교장은 학부모의 담임교체 요구가 부당했다고 보고 ‘교육활동 침해행위를 중단하도록 권고’하는 조치를 했습니다.

소송은 학부모가 학교장의 이 같은 조치를 취소하라며 낸 것입니다. 1심, 2심 판단은 정반대로 갈렸습니다.

1심 전주지법은 “학부모 측이 정당한 교육 활동에 대해 반복적으로 부당하게 간섭하는 행위로 교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습니다.

2심은 달랐습니다. 광주고법은 “교사(A씨)가 B의 이름을 공개해 창피를 줌으로써 따돌림의 가능성을 열어 주고, 강제로 청소 노동까지 부과했다”며 학부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교육에 관한 학부모의 의견 제시도 교사의 전문성과 교권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교사의 정당한 교육 활동에 대해 반복적으로 부당하게 간섭하는 행위는 허용되지 않는다”며 광주고법 판결을 깨고 사건을 파기, 환송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정용기 (brave@jibs.co.kr)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