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건설기계업계가 북미, 인도네시아, 중남미,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사업을 확대한다. 사진은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건설현장에 공급된 HD현대건설기계 40톤급 굴착기. /사진=HD현대건설기계
국내 건설기계업계가 북미, 인도네시아, 중남미,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사업을 확대한다. 사진은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건설현장에 공급된 HD현대건설기계 40톤급 굴착기. /사진=HD현대건설기계

▶기사 게재 순서
①땅 파서 돈 번다… HD현대·두산, 밀려드는 주문에 함박웃음
②'탈중국' 성공한 K-건설기계… 북미·신흥시장으로 눈 돌린다
③수소·전기로 움직이는 굴착기…건설기계에 부는 '친환경 바람'


국내 건설기계업계가 중국 사업 비중을 줄이고 다양한 국가로의 판로 개척에 성공하는 등 세계 경제환경 변화에 성공적으로 대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 정책 등의 영향으로 중국 업황이 악화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발 빠르게 대처한 영향이다. 앞으로도 국내 업체들은 중국 대신 인프라 및 자원개발 수요가 높은 북미와 신흥국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中 건설기계 시장 악화… 탈중국으로 실적 개선

일대일로 프로젝트와 건설 경기 부양 정책으로 세계 최대 규모로 성장했던 중국 건설기계 시장이 코로나 유행 시기(2020~2022년)를 기점으로 성장세가 꺾였다. 고강도 봉쇄 정책으로 소비 위축과 부동산 시장 경색이 발생, 건설기계 수요가 급감한 탓이다. 일본 굴삭기 업체 코마츠 등에 따르면 중국의 월평균 굴삭기 가동 시간은 2019년 122.0시간에서 2022년 91.2시간으로 25.2% 줄었다. 월평균 가동 시간은 굴삭기 판매 선행 지표로 꼽힌다. 가동 시간이 짧을수록 기존 제품을 이용하는 기간이 길고 신제품 구매를 늦춘다는 의미다.


중국 건설기계 시장은 고전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정책이 예상보다 효과를 나타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중국 주요 부동산 업체들이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를 겪은 것도 건설 경기 악화에 영향을 줬다. 최근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이 7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상환 기한을 연장하는 데 성공하며 디폴트를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으나 건설 경기는 지속적으로 어려울 전망이다. 올 7월 중국 미분양 상업용 부동산 면적이 6억4564만㎡에 달하는 등 부동산 건설 부담이 가중되고 있어서다. 전년 동기 17.9% 늘어난 규모로 서울 전체 면적(6억524만㎡)보다 넓다.

국내 업체들은 중국 건설 경기침체 영향으로 현지 매출이 줄었지만 종합 실적은 되레 개선됐다. HD현대건설기계는 올 2분기 매출 1조321억원, 영업이익 966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지난해 2분기보다 17.9%, 163.2% 늘었다. HD현대인프라코어 건설기계 부문은 같은 기간 매출 1조133억원, 영업이익 1158억원을 거뒀다. 전년도 2분기보다 매출은 7.8%, 영업이익은 126.6% 늘었다.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 건설기계 부문의 중국 매출이 동 기간 각각 48.2%, 51.0% 줄어든 것과 대비된다.

두 업체의 실적 개선은 중국 사업 비중을 줄이고 북미와 신흥국을 중심으로 사업을 펼친 덕분이다. HD현대건설기계의 중국 매출 비중은 2021년 21%에서 2022년 2분기 10%, 올 2분기 4% 등으로 축소됐다. HD현대인프라코어 건설기계 사업의 중국 매출 비중은 동 기간 30%, 16%, 7% 등으로 감소했다. 두 회사는 중국 매출 비중이 줄어든 만큼 북미·인도 등에서 사업 규모를 키웠다.

韓 건설기계, 북미·인도네시아·중남미·사우디 '주목'

HD현대인프라코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현지법인 및 부품공급센터 개소식. /사진=HD현대인프라코어
HD현대인프라코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현지법인 및 부품공급센터 개소식. /사진=HD현대인프라코어

국내 기업들은 북미 시장 공략에 주력할 계획이다. 미·중 갈등이 깊어지면서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도가 빨라졌고 그에 따른 인프라 투자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신규 공장 건설이 잇따라 진행되면서 건설기계 수요도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 지원법(칩스법)을 추진한 미국의 건설장비 시장은 오는 2028년까지 연평균 6.0% 성장해 400억달러(약 53조원)에 달할 것이란 게 시장조사업체 블루위브컨설팅 전망이다.


인도네시아와 중남미 시장도 주목된다. 전기차 전환으로 인한 이차전지 핵심광물 수요 증가 영향으로 자원 채굴 프로젝트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인도네시아는 전 세계 니켈 매장량의 23%가 매장돼 있다. 생산량은 연 160만톤으로 세계 1위다. 아르헨티나·볼리비아·칠레 등 중남미 3국은 전 세계 리튬 매장량의 절반 정도를 보유했다. 국내 업체들은 인도네시아를 아시아 시장 전초기지로 삼고 부품공급센터 등을 운영하고 있다. 중남미에서는 리튬 염호 광산에 필요한 건설기계를 수주하는 데 주력하는 중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시장도 성장이 기대된다. 사우디는 홍해와 인접한 사막과 산악지대에 서울 면적 44배 규모로 신도시를 짓는 '네옴시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프로젝트 핵심인 '더 라인'은 높이 500m, 폭 200m의 선형 건물을 170km 길이로 조성하는 게 골자다. 대규모 공사인 만큼 건설기계도 다수 필요하다. HD현대건설기계는 지난 8월 '더 라인' 건설현장에 40톤급 굴착기 12대, 대용량 버킷 휠로더 5대 등 50대를 공급하는 등 사우디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시장 침체로 기업들의 현지 매출이 줄었고 이를 상쇄하기 위해 다른 지역 매출을 끌어올렸다"며 "부동산 경기 악화 등의 영향으로 한동안 중국 사업이 위축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네옴시티와 같은 대규모 공사가 예정된 사우디나 자원 채굴 수요가 큰 중남미 시장이 확대될 전망"이라며 "기업들은 현지 사업을 강화해 수익성을 확보해 나가는 전략을 선택할 것"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