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철도노조 파업 돌입…시민은 '불편'·물류 수송은 '빨간불'
전날 퇴근길에도 열차 운행 중단으로 시민 불편
수원역 열차 6대 중 4대 중단…2대만 정상 운행
화물열차 운행 26%…의왕ICD 물류량 절반으로 줄어
당장 큰 피해 없지만 2차 파업 여부가 관건
"어제 지하철을 이용해보니 너무 늦고, 사람들도 몰려 불편했어요. 지각도 피하고 편하게 갈 겸 오늘은 평소보다 일찍 나왔습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철도노동조합 총파업 이틀째인 15일 오전 6시 경기도 수원시 수원역 곳곳에 '전국철도노동조합 파업으로 일부 열차 운행이 중지되었습니다'라고 적힌 안내문이 붙었다.
이른 시간대지만 지하 1층 1호선 출입구에는 서둘러 지하철을 타기 위해 승강장으로 향하는 시민들이 눈에 띄었다.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으로 출근한다는 김모(36)씨는 "어제는 평소처럼 지하철을 이용했는데 시간도 오래 걸리고, 사람들이 너무 몰려 불편했다"며 "오늘은 몸도 마음도 편하게 출근하려고 새벽부터 서둘러 나왔다"고 말했다.
전날 퇴근시간대에도 철도노조 파업으로 일부 열차 운행이 중단되면서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14일 오후 6시쯤 수원역에는 새마을, ITX, 무궁화 등 6대가 운행될 예정이었지만, 이중 4대가 운행이 중단돼 2대만이 정상 운영됐다. 전광판에는 운행 중단 열차에 '중지'라고 표기돼 있었다.
평택에 있는 군부대로 복귀한다는 군인 오모(26)씨는 "뉴스로 철도노조가 파업해 열차 운행이 일부 중단된다는 소식을 접했다"며 "평소에는 1호선 급행을 이용하지만, 제시간에 복귀하기 위해 KTX를 예약했다"고 말했다.
일부 시민들은 혼잡을 피하려고 평소와는 다른 퇴근수단을 이용하거나 평소대로 지하철을 이용했다가 불편을 겪기도 했다.
직장이 서울 강남구 논현동이라는 김모(36)씨는 "평소 지하철을 타고 퇴근하는데, 오늘부터 파업을 시작한다고 해서 버스를 타고 퇴근했다"며 "버스가 지하철보다 20분가량 더 걸리지만, 오늘은 지하철이 더 오래 걸릴 것 같았다"고 말했다.
가산디지털단지에서 군포시 산본동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조모(34·여)씨는 "가산디지털단지역에서 금정까지 오는 1호선은 평소와 다를 바 없었다"며 "하지만 금정역에서 4호선으로 갈아타니 평소보다 사람이 많고 배차 간격이 늘어 집까지 오는데 10분정도 더 걸렸다"고 설명했다.
철도 수송 '빨간불'…절반으로 떨어진 물류량
광역전철과 KTX 등의 운행률을 평소의 70% 수준으로 확보하며 시민들의 피해는 '불편'으로 그쳤지만, 산업계는 직격탄을 우려하고 있다.
이날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파업 영향으로 열차가 일부 감축 운행돼 평시대비 76.4%가 운행되고 있다. KTX 76.4%, 여객열차 68.1%, 수도권전철 83%다. 수도권 전철은 출근 시간대는 90% 이상, 퇴근 시간대에는 80% 이상 운행한다.
다만 화물열차 운행은 26.3%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로 인해 수도권 물류 거점인 경기 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는 전날 철도 수송이 평시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1대당 60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대분)를 왕복 운반할 수 있는 철도 수송이 10대에서 5대로 줄면서 하루치 물류 총량이 600TEU에서 300TEU로 급감했다.
부산 신항역에서 경기 의왕 오봉역까지 하루 13회 운행했던 화물열차도 5회로 줄었다.
경기 침체 영향으로 물동량이 줄어 최근 적재율이 60~70% 수준에 그친 점을 고려하면 실제 줄어들 화물 물량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의왕ICD 관계자는 "실제 물류량은 평소의 3분의 1 수준으로, 이번주는 이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당장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고 있지만, 2차 파업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철도노조 "열차안전·시민편익 지키는 투쟁"
철도노조는 이번 파업이 열차안전과 시민편익을 지키기 위한 투쟁이라고 설명한다.
철도노조의 요구 사항은 △수서행 KTX 투입, 공공철도 확대 △1일부터 증편된 부산~서울 KTX 종착역 수서역으로 변경 △KTX와 SRT 고속차량 통합 열차운행 △4조2교대 전면 시행 등이다.
철도노조는 전날 오후 12시쯤 서울 용산구 서울역 인근에서 총파업 돌입 출정식을 열고 "철도 쪼개기 10년의 결정판은 9월 1일 국토부발 철도대란"이라며 "그들은 단 한 번의 공청회나 의견수렴 없이 하루 최대 4920개의 좌석을 축소해 열차대란을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호남선 410석, 대전 1054개의 좌석이 하루아침에 사라졌다"며 "국토부의 좌석할당은 울산과 신경주, 김천구미, 대전지역의 열차 이용을 힘겹게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시민불편을 해소할 유일한 대안은 수서행 KTX다. 국토부가 수서~부산 노선을 감축하며 증편한 KTX 시종착을 수서역으로 하면 된다"며 "KTX와 SRT 연결 운행으로 효율을 극대화하고, KTX와 SRT 운임차별을 해소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파업에는 필수 유지인력 9천여명을 제외한 조합원 1만3천여명이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다.
철도노조는 국토부와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측의 입장을 지켜보며 제2차 파업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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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이준석 기자 ljs@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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