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좌서 내려온 에코프로…다음 황제주 유력하다는 ‘이 종목’

차창희 기자(charming91@mk.co.kr) 2023. 9. 15.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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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100만원 넘는 기업 실종
LG생활건강·엔씨소프트 등은
이익 둔화로 주가 70%대 급락
삼성전자·SKT 등은 액면분할
투자자 늘리며 국민株 탈바꿈
다음 황제에 누가 오르나 관심
삼성바이오로직스 1순위 꼽혀
에코프로. [사진 출처 = 연합뉴스]
국내 증시에서 ‘황제주(주당 100만원)’가 사라졌다. 가파른 실적 성장을 통해 주가가 주당 100만원을 훌쩍 넘겼던 종목들이 이후 이익 침체, 기업 분할 등으로 상승 동력이 둔화하면서 황제주 자리에서 내려왔다. 삼성전자처럼 액면분할을 통해 고액 투자자의 전유물이었던 황제주 자리를 스스로 내놓고 국민주로 탈바꿈한 곳도 있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종가 기준 국내 증시에서 주당 100만원을 넘는 소위 황제주는 단 한 종목도 없다. 주당 주가가 가장 높은 종목은 2차전지(배터리) 종목인 에코프로로 90만4000원에 시세를 형성 중이다. 에코프로는 배터리 산업 고성장 모멘텀을 얻어 지난 7월 153만9000원까지 주가가 상승했지만, 최근 주가가 조정을 겪으면서 100만원대가 붕괴됐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LG생활건강, 엔씨소프트, 삼성바이오로직스, LG화학, 태광산업이 황제주 자리를 유지하면서 국내 증시 상승세를 견인했다. 하지만 국내 증시가 2021년 중순부터 조정을 받으면서 우량주들도 주가 하락을 피해가지 못했고, 고금리, 고물가 여건 속 과거 주가 고점을 회복할만한 폭발적인 실적 성장도 이뤄내지 못하면서 국내 증시 황제주 명맥은 끊기게 됐다.

김재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는 상반기 실적 저점 확인했지만, 다음 실적 시즌까지 모멘텀이 부재인 상황”이라며 “실적 모멘텀이 약화한 상황에서 할인율 상승에 따라 기업가치 및 기업 실적에 대한 잣대가 이전보다 엄격해졌다”고 밝혔다.

과거 삼성전자, 오뚜기, 롯데제과, 롯데칠성, SK텔레콤, 아모레퍼시픽 등도 황제주 자리에 올랐지만 주당 가격을 낮추는 액면분할을 통해 스스로 황제주 대신 국민주를 선택한 기업들도 적지 않다. 주식 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액면가를 낮춰 투자기회를 늘리는 것이 기업가치나 브랜드 제고 등 여러 면에서 유리하다는 인식이 퍼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통상 실적이 뒷받침되면 액면분할 후 주가는 오르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 2013년엔 남양유업, 영풍도 황제주에 진입했지만 이후 주가가 하락해 이탈했다.

액면분할 외 황제주 자리에서 내려온 종목들은 대체로 현재 주가 흐름도 좋지 못하다. 보통 실적이 정체되면서 주가가 하락한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인기 게임 ‘리니지’ 시리즈로 폭발적인 실적 성장을 기록했던 게임주 엔씨소프트는 지난 2021년 2월 104만8000원까지 주가가 올랐지만 현재는 4분의 1 토막이 난 25만원대 수준이다. 고점 대비 주가 하락률은 76%로 과거 황제주 중에서도 최악의 성적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엔씨소프트의 올해 추정 매출액,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대비 26%, 64% 급감할 것으로 추정됐다. 증권가에선 현 주가 대비 낮은 수준의 목표주가를 제시한 곳도 있다. 삼성증권은 엔씨소프트의 목표주가로 현 주가 대비 약 5% 낮은 24만원을 내걸었다.

LG생활건강도 한때 중국 내 강력한 화장품 시장 영향력 프리미엄을 인정받아 주가가 2021년 7월 178만4000원까지 상승했지만, 현재는 45만7500원에 머물고 있다. 고점 대비 주가 하락률은 74%다. 최근 중국이 국내 단체 관광을 허용하면서 주가가 반등세를 보이곤 있지만, 증권업계는 하반기 화장품 사업부 내 면세 채널 매출액이 –5% 역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LG화학은 핵심 사업 부문이던 LG에너지솔루션 물적분할로 인해 기업가치가 위축된 경우다. LG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 지분 81.84%를 보유 중이긴 하지만, 알짜 사업 부문을 분리한 만큼 투자자 수급은 일부 분산될 수밖에 없다. 또 2차전지 사업 외 주력인 화학산업의 공급 과잉 업황 영향도 많이 받아 과거와 같은 가파른 주가 상승은 나오지 못하고 있다. LG화학의 올해 영업이익은 3조1051억원으로 전년 대비 3.6%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2021년(5조원) 대비해선 약 37% 줄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본사. [사진 출처 = 삼성바이오로직스]
그나마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고점 대비 주가 하락률이 29%로 양호한 편이다. 증권업계에서 목표주가로 100만원 이상을 제시한 곳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유일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꾸준히 실적이 우상향하고 있어 재차 황제주에 오를 수 있는 유력 후보로 손꼽힌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올 매출액, 영업이익은 3조5340억원, 1조352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7.7%, 5.2%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고성장 섹터인 2차전지 종목들의 향후 주가 흐름도 주목해볼 만하다. 현재 국내 증시에서 주당 가격이 높은 종목은 에코프로(90만4000원), 삼성SDI(58만4000원), 포스코홀딩스(55만3000원) 등 대체로 2차전지 종목들이다. 올 상반기 주가가 급등한 만큼 최근 주가 조정을 받고 있는데, 산업 성장성 및 실적 추이에 따라 황제주 자리에 오를 종목이 탄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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