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는 이제 기적이 필요한데… 속 썩이는 구드럼, 외국인 실패가 시즌 망쳤다

김태우 기자 2023. 9. 15.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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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지 않은 성적에 허벅지 근육통까지 겹친 니코 구드럼 ⓒ곽혜미 기자
▲ 부상으로 정상적이지 못한 몸 상태에서 저조한 성적을 남기고 퇴출된 잭 렉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광주, 김태우 기자] “구드럼이 없다고 해서 못할 것은 없다. 다른 선수들이 대체하면 된다”

이종운 롯데 감독 대행의 목소리는 비교적 단호했다. 허벅지 근육통으로 13일과 14일 광주 원정에 동행도 못한 외국인 타자 니코 구드럼(31)에 대한 이야기였다. 허벅지 통증을 안고 경기에 나선 것으로 알려진 구드럼은 병원 검진을 받고 부산에 남았다. 가뜩이나 갈 길이 바쁜 롯데는 외국인 타자 없이 광주 원정길에 나서야 했다. 원정 성적이 좋았지만, 고민은 계속되고 있다.

이 감독 대행은 구드럼에 대해 “본인이 안 좋아서 이야기를 했다. 하고 싶지만 (상태가) 안 좋다고 하니까…”라면서 “안 좋다는 선수를 괜히 굳이 쓰면 서로 그렇다. 구드럼 없다고 해서 못할 건 없고 다른 선수들이 대체하면 된다. 다른 선수들에게는 기회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없으면 미련을 두지 않고 없는 대로 가겠다는 의지다. 이 감독 대행은 “검사 받고 일주일 정도면 좋아질 것이라고 하는데, 갈 길이 바쁜데 구드럼만 보고 있을 수는 없다”고 재차 그 의지를 확인했다.

검진 결과에서 특별한 이상이 나온 건 아니다. 의학적으로 보이는 손상은 없다. 그러나 선수가 불편해 한다. 불편해 하는 선수를 억지로 뛰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일주일 정도면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지금 롯데는 그 일주일에 모든 것이 달려 있는 상황이다. 구드럼에 신경을 쓸 여력도 사실 별로 없다.

시즌 초반 LG‧SSG와 3강 구도를 형성하며 롯데 팬들을 설레게 했던 좋은 기억은 이미 사라졌다. 6월 이후 부진으로 시즌 초반 벌어놨던 것을 다 까먹었다. 그 과정에서 팀을 이끌었던 래리 서튼 감독까지 팀을 떠나 대행 체제로 시즌을 운영하고 있다. 이제는 승률 5할 회복도 벅차 보인다. 롯데는 14일 현재 시즌 120경기를 치러 56승64패(.467)를 기록 중이다. 5위 SSG와 경기차는 7경기, 6위 두산과 경기차도 6경기로 벌어졌다.

만약 1~4위가 현재 순위를 유지하고, 5위 SSG가 남은 24경기에서 승률 5할을 기록한다고 하면 74승이 된다. 무승부 등 복잡한 산술이 남아있지만 어쨌든 롯데는 이 경우 남은 24경기에서 17~18승을 거둬야 역전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0.750 수준의 승률이 필요하다. 현재 롯데의 전력과 분위기, 그리고 아시안게임에 두 명의 선발 투수(나균안 박세웅)가 빠진다는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기적이 필요한 시점이다.

▲ 예전의 기량을 보여주지 못한 채 쓸쓸히 짐을 싼 댄 스트레일리 ⓒ곽혜미 기자
▲ 구드럼은 타격과 수비 모두에서 기대 이하의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 ⓒ곽혜미 기자

그런 상황에서 내야 전 포지션을 오가며 부지런히 팀에 힘을 보태야 하는 구드럼의 부상은 성가신 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돌아와도 기대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잭 렉스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입단한 구드럼은 시즌 36경기에서 타율 0.263에 머물고 있다. 152타석에서 홈런이 하나도 없다. OPS(출루율+장타율)는 0.682로 리그 평균보다도 떨어진다. 공격만 놓고 보면 그냥 국내 선수를 쓰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

여기에 수비에서도 36경기에서 11개의 무더기 실책을 저지르며 팀 패배의 원흉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공‧수 모두에서 도움이 안 된다. 안정적인 유틸리티 플레이어라는 영입 당시의 소개도 무색해졌다. 도박은 자제하고, 최대한 실패를 하지 않기 위해 뽑은 유형의 선수였는데 오히려 무색무취한 실패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롯데가 올해 이대로 반전을 이뤄내지 못한다면, 결국 외국인 선수 농사 실패가 상당한 지분을 차지할 전망이다. 롯데는 올해 댄 스트레일리, 찰리 반즈, 잭 렉스와 모두 재계약하며 시즌에 돌입했다. 세 선수 모두 지난해 좋은 활약을 선보였다. 비싸다는 의견은 있었지만 재계약 명분은 확실했다. “외국인 변수 없이 시즌에 들어가는 롯데가 무서울 수 있다”는 전망은 꽤 합리적이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 이하였다. 스트레일리는 예전의 스트레일리가 아니었다. 16경기에서 3승5패 평균자책점 4.37에 그치며 짐을 쌌다.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는 네 번에 불과했다. 렉스는 잦은 부상에 시달리더니 결국 55경기에서 타율 0.246, 4홈런, OPS 0.683에 머물며 퇴출의 비운을 맛봤다. 어마어마한 돈을 쓴 두 외국인 선수가 롯데의 기대를 배신한 것이다.

반즈도 후반기 들어 나은 활약을 했지만 사실 전반기 상당 기간 들쭉날쭉한 피칭으로 애를 태웠다. 롯데가 치고 나가야 할 때 그렇지 못했던 이유로 외국인 선수들이 뽑히는 건 당연하다. 애런 윌커슨이 좋은 활약을 하고 있으나 구드럼은 또 문제다. 외국인 세 명이 모두 제대로 활약한 시기가 며칠 되지 않는다. 전력의 반이라는 외국인 선수의 부진은 롯데의 부진으로 직결됐다.

▲ 그나마 분전 중인 반즈도 전반기 동안 들쭉날쭉한 피칭으로 애를 태웠다 ⓒ곽혜미 기자
▲ 외국인 선수 덕을 보지 못한 채 쓸쓸히 팀을 떠난 래리 서튼 감독 ⓒ곽혜미 기자

투자 대비 성과는 최악이다. 통계전문사이트 ‘스탯티즈’가 집계한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를 보면 알 수 있다. 렉스는 0.35의 성적만 남겼다. 그냥 대체 선수 수준이었다. 구드럼은 0.55다. 두 야수를 합쳐 1이 안 된다. 스트레일리도 0.83을 남긴 채 팀을 떠났다. 5명 외국인 선수의 WAR을 다 합쳐봐야 6.17이다. NC의 에이스 에릭 페디 홀로 5.64를 해냈다는 것을 고려하면 너무 비교가 된다.

외국인 선수 영입은 어쨌든 프런트의 영역인 만큼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만의 문제도 아니었다. 최근 4년간 외국인 선수에서 이것저것 골치가 아팠던 롯데이기도 하다. 아드리안 샘슨, 앤더슨 프랑코, 글렌 스파크맨, DJ 피터스가 부진했고 지난해와 올해는 교체 한도까지 모두 써 5명의 외국인을 맞이했으나 효과는 크지 않다. 내년에는 달라져야 팀도 기적에 기대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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