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스토리]정부가 특례보금자리론 감싼 이유
"은행, 리스크 관리없이 50년 주담대 공급" 지적
금통위 "정책모기지, 가계부채 급증 원인"
은행권 "애초 특례보금자리론 부동산 시장 자극"
정부가 정책금융상품인 특례보금자리론을 옹호하고 나섰습니다. 특례보금자리론은 집값과 소득기준을 크게 낮추면서 부동산 시장을 자극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는데요. 특히 시중은행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공급 단초가 됐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그러자 정부가 이 부분에 대해 명확히 선을 그었는데요. 특례보금자리론은 촘촘한 상품 구성으로 차주들의 부담이 크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오히려 50년 주담대를 취급한 은행들의 느슨한 대출 행태가 문제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같은 듯 다른 특례보금자리론과 50년 주담대
금융위원회는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발표하면서 특례보금자리론과 시중은행이 판매한 50년 주담대가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특례보금자리론은 만기를 최대 50년까지 설정할 수 있습니다. 다만 초장기 주담대로 분류되는 40년과 50년은 연령 제한이 있는데요. 만기 40년을 이용하려는 금융 소비자는 만 39세 이하 혹은 신혼부부(혼인 7년 이내), 만기 50년은 만 34세 이하 또는 신혼부부여야 가능합니다.
특례보금자리론의 가장 큰 특징중 하나는 순수 고정형 상품이라는 점인데요. 주택금융공사가 MBS(주택저당증권)을 발행해 조달한 자금으로 공급하는 만큼 오랜 기간 금리를 유지할 수 있어서죠.
반면 시중은행이 취급한 50년 주담대는 신한은행 등 일부를 제외하면 연령 제한이 없습니다. 실제 금융위 분석을 보면 50년 주담대를 이용한 차주 연령대는 40~50대가 57.1%로 절반 이상입니다. 60대 이상도 12.9%인데요.
이런 이유로 차주들의 상환능력이 논란이 됐습니다. 40대 이상 중장년층은 20~30대 청년층에 비해 은퇴 도래 시기가 짧고, 은퇴 후에는 개인소득이 줄어들 가능성이 큰 까닭입니다.
여기에 시중은행 주담대는 변동 혹은 혼합형(변동+고정) 상품입니다. 초장기 주담대의 경우 매달 부담해야 하는 원리금에서 원금 비중이 적은데요.
매달 상환액이 고정되는 원리금균등분할상환 방식으로 4억5000만원을 50년 만기, 금리 5%를 적용한 경우 만 4년 동안 월 상환금에서 이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90%를 넘었습니다. ▷관련기사: [50년 주담대 딜레마]④10년 갚아도 94%, 20년에도 85% 남아(8월20일)
원금을 갚는 속도가 워낙 느리다보니 향후 금리 변동성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는데요. 지난해처럼 금리가 빠르게 오른다면 차주의 부담이 크게 늘어나게 됩니다.
금융위 관계자는 "특례보금자리론은 소득이 낮은 청년층 등이 주거 실수요 등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설계됐다"며 "무주택 청년층과 신혼부부 등을 대상으로 50년 전 기간에 걸쳐 고정금리로 취급될 수 있도록 해 DSR규제 우회, 변동금리 노출 등 가능성을 사전에 방지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례보금자리론과 은행, 네탓 공방
금융위는 특례보금자리론을 옹호하는 동시에 50년 주담대를 취급한 시중은행의 대출 행태를 비판했는데요. 특례보금자리론은 50년 만기여도 안정적으로 운영이 가능하지만 시중은행이 취급하는 50년 만기 주담대는 리스크가 큼에도 은행이 무분별하게 공급했다는 게 금융위 주장입니다.
특히 금융위는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발표하면서 "차주가 상환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대출 만기와 상환금액을 설정해야 한다"는 대출 원칙을 강조했습니다. 은행들이 50년 주담대를 취급하는 과정에서 이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시킨 셈이죠.
최근 2개월 동안 가계대출이 급격히 증가한 것도 이 영향이 크다는 게 금융위 분석입니다. 올해 50년 만기 주담대는 총 8조3000억원 공급됐는데 이 가운데 6조7000억원이 7~8월에 판매됐습니다.
은행들은 억울함을 토로합니다. 50년 만기 주담대는 일부일 뿐 실제 부동산 시장을 자극해 가계대출이 증가하게 된 것은 특례보금자리론이라는 게 은행권 입장인데요.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50년 만기 주담대 판매가 늘어난 것은 부동산 시장이 다시 살아날 조짐을 보이자 집을 사려는 수요와 함께 대출한도가 늘어난다는 특성으로 소비자 선택이 증가했기 때문"이라며 "최근 공급이 늘면서 부각되는 측면이 있지만 실제로는 특례보금자리론이 가계부채 증가에 더 큰 영향을 줬다"고 항변합니다.
실제 특례보금자리론이 부동산 시장을 자극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데요. 지난 3월 부동산R114는 "특례보금자리론 대상인 9억원 이하 주택을 중심으로 실수요자가 유입되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통화당국도 이같은 부분을 지적했는데요. 지난달 24일 진행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을 보면 한 금통위원은 "현재 가계대출 증가에 정책금융(특례보금자리론)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특례보금자리론 한도 잔액과 신청분중 미실행액을 고려하면 앞으로 수개월 동안 정책금융이 가계대출 증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 같다"고 언급했습니다.
가계부채는 우리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는 고질병으로 꼽힙니다. 금리 인상으로 한동안 감소하다 최근 다시 급증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요. 가계부채 증가, 과연 누가 범인일까요.
노명현 (kidman04@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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