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러에 미사일 판매 가능성 “실전테스트 기회… 안보 위협”

구현모 2023. 9. 15.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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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러 ‘군사 밀월’ 전문가 분석
“러, 北위성 정교한 기술문제 도울 것” “러 과학자 北 보낼 수도”
北 실패해온 우주발사체 ‘천리마-1형’
러 현지서 발사 시험 대행안도 거론
‘ICBM 부담’ 정찰위성만 지원할 수도
“북·러 서로에게 이득되는 거래 분명”
“양국 우방 적어 부분적 도움” 시각도

북·러 정상회담 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한의 위성 개발을 돕겠다’는 뜻을 밝힌 가운데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정찰위성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관련 기술을 북한에 이전하게 될 경우 한반도 안보에 커다란 위협이 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았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을 환영해 지난 13일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연회를 마련했다고 조선중앙TV가 14일 보도하고 있다. 조선중앙TV 캡쳐
14일 러시아 타스·인테르팍스 통신 등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푸틴 대통령과 함께 정상회담이 열린 러시아 아무르주의 보스토치니 우주기지 내 최신형 ‘안가라’ 로켓 조립·시험동과 ‘소유즈2’ 우주 로켓 발사 시설 등을 둘러봤다. 두 정상은 안가라 로켓의 조립 과정과 발사체 원리에 관한 설명을 들었다. 특히 김 위원장은 현장 관계자에게 발사체에 대해 많은 질문을 하고 수첩에 메모하기도 했다. 안가라 로켓은 2013년 발사에 성공한 한국 최초 우주발사체 ‘나로호’의 1단과 엔진이 같다. 이 로켓이 북한에 간다면 남북이 러시아 기술을 공유하는 셈이 된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북한과 러시아의 무기 거래 및 군사정찰위성 기술 협력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전 주한 미국대사는 13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에 “이번 북·러 정상회담은 두 나라의 긴밀한 전략적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버시바우 전 대사는 “김정은은 아마도 인공위성 발사에서 겪는 몇 가지 문제에 대해 (러시아의) 도움을 받고 싶어 할 것”이라며 “북한이 그동안 개발하지 못했거나 최소한 자체적으로 개선할 수 없었던 정교한 기술을 얻게 될 것은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마크 피츠패트릭 전 국무부 비확산 담당 부차관보도 같은 매체에 “중요한 것은 북한과 러시아가 분명히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거래를 성사시켰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우주기지서 방명록 쓰는 金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가운데)이 13일(현지시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를 찾아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왼쪽)이 지켜보는 가운데 방명록에 글을 적고 있다. 김 위원장은 “첫 우주 정복자들을 낳은 로씨야(러시아)의 영광은 불멸할 것이다”라고 썼다. 평양=노동신문·뉴스1
특히 북한이 그동안 실패해 온 우주발사체와 정찰위성에 대한 기술을 받으려고 한다고 분석도 나온다. 류성엽 21세기 군사연구소 전문위원은 “이미 러시아는 북한 백두산 엔진이 모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RD-250 엔진 등 다양한 부품 및 기술 지원을 해 왔다고 봐야 한다”며 “특히 우주발사체의 경우 절차나 실제 상황에서 소소한 부분들이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큰데, 러시아가 이런 전반에 대해 컨설팅을 해 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유력한 방안으로는 러시아의 엔지니어들을 북한에 파견해 제작이나 발사 절차들을 점검해 주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미국 워싱턴 싱크탱크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은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러 정상회담이 러시아 우주기지에서 열린 것은 러시아가 북한에 우주 발사 능력을 갖도록 관련 기술을 제공할 의지가 있음을 밝힌 것이라고 분석했다. 베넷 연구원은 매체에 “러시아 과학자들을 북한으로 보내 (그동안의) 실패 원인을 진단하고 이를 해결하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를 방문 중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3일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상봉했다고 조선중앙TV가 14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푸틴과 함께 우주기지를 참관하고 있다. 조선중앙TV 화면
북한이 실패를 거듭하고 있는 우주발사체인 ‘천리마-1형’을 사전에 테스트해 볼 수 있는 시험장을 제공해 주는 방안도 거론된다. 고도 100∼200㎞에서 점화되는 2단과 3단 엔진의 경우 이를 지상에서 측정하려면 ‘진공 체임버’가 있어야 하고 이를 갖춘 연소 시험장이 필요하다. 하지만 북한은 아직까지 이를 갖추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때문에 러시아가 북한의 시험을 자국에서 대행해 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가 우주발사체보다는 정찰위성 제작을 더 적극적으로 지원해 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북한의 위성 본체 ‘만리경-1호’의 기술 수준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만리경-1호는 지난 5월 1차 발사 실패로 우리 군에 인양됐고, 한국과 미국의 공동 조사 결과 군사적 효용성이 전혀 없다고 판명 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가 보유한 위성체, 위성에 탑재하는 카메라 등을 제공하는 방법이 거론된다. ICBM에 직접 전용될 수 있는 발사체 기술보다는 인공위성의 경우 ‘우주의 평화적 이용’이라는 명분을 내세울 수 있기 때문에 부담도 작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3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을 했다고 조선중앙TV가 14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 화면
북한이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 포탄뿐만 아니라 미사일 등을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러시아도 무기 생산 상황이 안 좋아 이란제 드론을 살 정도인데 생산 일정에 차질을 빚으면 북한의 미사일을 살 수도 있다”며 “북한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실전 테스트를 해 주는 것이니 못 줄 이유도 없다. 우리에게 큰 안보 위협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러시아도 미그-29 부품을 확보하려고 했던 북한에 수리 부품, 혹은 전투기 자체를 제공할 수도 있고 더 나아가 북한의 ICBM 개발에 남은 숙제로 여겨지는 대기권 재진입 기술과 다탄두 기술 등을 제공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반면 양국이 서로 얻을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다는 의견도 나왔다. 미 싱크탱크 브루킹스 연구소의 마이클 오핸런 선임연구원은 북·러 정상회담은 양국 간에 부분적인 도움만 될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고 RFA는 전했다. 북한과 러시아가 우방이 많지 않고 이미 두 나라 모두 국제사회에서 상당히 엄격한 제재를 받고 있기 때문에 양국 협력이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구현모 기자,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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