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러시아 도운 기업 등 150곳 무더기 제재…동맹국 기업도 포함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14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물자 조달을 막기 위해 150여개 기업과 개인을 대거 신규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북·러 정상회담 직후 발표된 미국의 제재 조치는 러시아 군수산업은 물론 에너지, 철도·항공, 제조·건설, 금융 등 분야를 망라했다. 특히 러시아의 제재 회피를 도운 혐의를 받는 튀르키예와 핀란드 등 동맹국 기업도 제재 조치했다. 북한과 러시아가 정상회담을 통해 무기와 군사기술 이전 등에 합의한 것에 미국이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러시아와 관련 이날 약 150개 단체를 제재 명단에 새로 추가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자금을 직간접적으로 대고 있는 주요 제조업체, 금융 기관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자동차 제조업체 모스크비치, 에너지 분야 기업 가즈프롬 네드라, 금융기관인 신코 은행 등이다.
특히 새로 갱신된 재무부 제재 명단에는 나토 동맹인 튀르키예와 핀란드 기업들도 포함됐다. 이들 튀르키예 기업들은 러시아 군용 무인기나 순항미사일에 쓰이는 핵심 부품 등을 해상 운송 또는 환적 방식으로 공급한 혐의를 받는다. 핀란드 기업들은 러시아에 다양한 종류의 전자제품을 배송했다고 재무부는 밝혔다.
국무부도 같은 날 제재 대상인 러시아 선박을 수리하거나 부품을 중개한 튀르키예 기업 3곳을 별도로 제재했다. 국무부는 이밖에도 러시아의 제재 회피를 돕거나 러시아군 무기 개발에 관여한 개인과 기업 관계자 등 70여명을 제재 조치했다. 북한에서 러시아로 탄약을 해상 수송하는 과정을 수행한 바그너 그룹과 연관된 개인도 제재 명단에 올랐다.
미국이 튀르키예 기업들까지 제재한 데는 러시아의 군사 공급망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서방의 대러 제재에도 교역 ‘허브’ 튀르키예를 거쳐 이중용도 품목이 러시아로 들어가는 것 자체를 막으려는 시도다. 특히 미국이 자국의 제재 대상과 거래한 제3국 개인·단체에 대해서도 적용하는 ‘2차 제재’(세컨더리 보이콧)가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은 “미국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야만적인 전쟁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장비, 기술, 서비스를 빼앗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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