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18일부터 유엔총회 참석… 북·러 무기거래 대응 촉구
안보리 여행금지 대상 오른 北 인사
방러 수행 문제도 연대 목소리 낼 듯
한·미·일 안보실장 통화서 우려 표명
“결의 위반 분명한 대가 치를 것” 경고
NSC “북·러, 군사협력 금지 준수해야”
정부 ‘우크라 살상무기 지원’은 일축
북·러 밀착에 딜레마
“둘 사이의 일” 선 그으며 관망 자세
북·러 협력 땐 대북 영향력 약화 우려
일각 “美 대중 압박 분산 효과” 분석
윤석열 대통령은 오는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제78차 유엔총회에서 북·러 밀착과 이들의 불법 거래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유엔 차원의 대응을 촉구할 예정이다. 정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 제재로 여행금지 대상에 오른 북한 인사들이 러시아에 입국한 것과 관련해서도 국제 사회의 대응을 이끌어낼 방침이다. 한·미·일 안보실장은 14일 유선 협의를 갖고 북·러 군사협력 관련 공조를 강화하고 국제사회와 연대하기로 뜻을 모았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이번 유엔총회에서) 대한민국은 2024∼2025년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서 한반도 문제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지속 가능한 평화를 위해 국제사회와 연대해 협력해 나갈 것임을 천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북한의 재래식 무기가 러시아에 제공돼 우크라이나 전쟁에 사용된 정황을 오래전부터 파악해 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북·러 회담을 토대로 러시아 첨단기술이 북한에 이전될 경우 북핵 고도화로 직결될 수밖에 없어 한층 엄중하게 사안을 인식하고 있다.
국가안보실은 이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에도 러시아 보스토치니에서 개최된 북·러 정상회담 계기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등 다양한 군사협력이 논의된 현 상황을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다”며 “북한과 러시아는 유엔 안보리 결의와 각종 국제 제재가 부과하고 있는 무기거래 및 군사협력 금지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러시아가 유엔 제재 키를 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만큼 유엔 차원의 대응이 어려울 경우 미국, 일본 등 동맹·우방국과 함께 별도의 조치를 할 방침이다. 한·미·일 안보실장은 이날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에도 북한과 러시아가 러시아 보스토치니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ICBM 개발을 포함한 다양한 군사협력을 논의한 것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그러면서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는 안보리 결의를 준수할 책임이 더욱 막중하다고 경고했다.
윤 대통령은 기존의 원칙을 유지하며 국제사회, 특히 동맹·우방국과의 협력에 기반한 조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18일부터 22일까지 뉴욕에서 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포함한 외교 협력을 위해 30여개국과 양자회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19일에는 취임 후 세 번째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만나 한국과 유엔 간 협력 방안과 북핵 문제 공조 등에 대해 논의한다. 같은 날 저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내외가 주최하는 리셉션에 부부 동반으로 참석한다.
◆말 아끼는 中… ‘우회적 경고’ 관측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적 밀착에 대해 중국이 세부적인 평가나 언급을 삼가고 있는 것이 그만큼 복잡한 이 나라의 심경과 상황을 대변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과 정치·외교·경제·안보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대립하고 있는 중국은 북·중·러 3각 공조체제를 유지해야 한다. 그런데 이 중 북한과 러시아가 과도하게 가까워지면 기존 중국의 대북 영향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우려된다. 북한과 러시아 협력이 중국에 집중된 미국의 압박을 분산하는 효과를 내 중국에 전략적 이익이라는 주장도 있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 12일과 13일 정례 브리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에 대해 “북한 지도자의 러시아 방문은 북·러 사이의 일”이라고 선을 그으며 관망하는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도 김 위원장이 중국이 아닌 러시아를 먼저 방문한 데 대해 중국이 ‘사리에 어긋난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짚었다.
닛케이아시안리뷰는 “중국은 스스로를 북한의 ‘큰 형’으로 여기며 북한과 러시아가 갑자기 가까워지는 것을 경계한다”면서 “러시아, 북한과 한데 묶이는 것도 미국과의 경쟁을 포함한 중국의 글로벌 전략에 충격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의 러시아 무기 지원이 현실화하면 양국의 이른바 ‘국제 왕따’ 신세는 더욱 확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미국 등 서방의 압박에 대응하기 위해 북·중·러 협력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런 평가를 받는 북한, 러시아와 너무 밀접해질 경우 유럽, 개발도상국 등과의 관계 개선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닛케이는 “북한과 러시아가 급속도로 접근하는 것과 관련해 중국이 일정한 거리를 두려는 자세가 엿보인다”며 “한·미·일은 북·러 접근을 계기로 중국에 대한 외교적 활동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문 교수는 북·러 밀착에 대해 “미국 등 서방의 중국에 대한 압박이 분산되는 효과는 있을 수 있다”며 “중국도 북·러 밀착이 자국의 전략적 이익에 부합할지는 계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러 정상회담이 무기 거래만으로 한정해 본다면 중국에도 손해될 게 없을 수 있다는 진단도 있다. 영국 일간 타임스는 “북한이 소련제 무기를 대량으로 제공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패배를 막는 것이 중국에는 훨씬 유리한 결과”라며 “푸틴이 패배하거나, 혹은 너무 심하게 패배하면 푸틴의 몰락이 빨라질 수 있기에, 김 위원장이 도움을 줄 수 있다면 훨씬 더 좋은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러시아가 2006년 북한의 첫 핵실험에 따른 유엔 대북제재 채택에 동참했던 점을 거론하며 “푸틴이 북한제 탄약을 수입한다면 비밀리에 할 것이라는 의미”라면서 “이는 중국 정부 입장에서도 고약한 딜레마에 빠질 가능성을 완화하는 것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현미·김예진 기자, 베이징=이귀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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