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지역에 쇼핑몰 하나 못짓는 어처구니없는 상황 국민이 허용 안해”

곽은산 2023. 9. 15.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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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지방시대 선포식’ 참석
지역 ‘4대 특구’ 지정… “말만 외치지 않을 것”
“세제지원·정주여건 개선
토지 규제 권한 이양 추진
중앙이 모든 권한 움켜쥔
前 정부 전철 안 밟을 것”
도심융합특구
대전 과학기술·울산 친환경 에너지
지방 도심에 첨단거점… 일자리 창출
국회 계류중인 특별법 연내 처리돼야
기회발전특구
창업·신설사업장 법인세 5년간 면제
稅감면·규제 특례 등 차별화 된 혜택
기업 지방투자 확대… 인구 유입 촉진
교육자유특구
인구 유출 주원인 ‘교육 불균형’ 해소
교육부, 2024년 4∼5곳 시범 운영 돌입
수도권대 진학 선호 속 ‘당근책’ 관건
13개 문화특구에 최대 200억씩 지원

윤석열 대통령은 14일 “지역의 경쟁력이 곧 국가의 경쟁력”이라며 “우리 정부는 모든 권한을 중앙이 움켜쥐고 말로만 지방을 외치던 과거의 전철을 절대로 밟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지역 투자 활성화, 지방 공교육 혁신 등을 위한 기회발전·교육자유·도심융합·문화특구 등 4대 특구 중심의 전략과 정책을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부산국제금융센터(BIFC)에서 열린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의 ‘지방시대 선포식’에서 이같이 밝히며, “지역에 변변한 쇼핑몰 하나 짓지 못한 채 어처구니없는 그러한 정치적 상황을 국민들께서 허용하지 않으실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 후보 시절부터 공약했던 광주 복합 쇼핑몰 유치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부산 남구 부산국제금융센터에서 열린 지방시대 선포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 대통령은 “정부는 지역의 기업 유치를 위한 세제 지원, 정주 여건 개선, 그리고 토지 규제 권한의 이양을 과감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행사는 윤석열정부 주요 국정목표인 지방시대를 이루기 위해 관련 비전을 공유하고 지방발전 전략을 토론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윤 대통령은 “저는 지역 균형발전의 핵심으로 공정한 접근성, 지역의 재정 자주권 강화, 스스로 발굴한 비교우위 산업에 대한 중앙정부 지원을 강조해 왔다”며 “지역산업과 연계된 교육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지역 산업단지에 주거 시설과 복합문화 공간을 조성할 것”이라며 “15개 국가 첨단산업단지를 조성해 지역별로 거점을 육성함과 아울러 1000개 이상의 디지털 기업이 직접 되는 디지털 혁신지구를 다섯 개 이상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기회발전특구에는 수도권 기업의 지역 이전 및 투자 확대 걸림돌로 지목됐던 법인세, 양도세, 가업 상속세 등에 대한 혜택이 주어진다. 교육자유특구는 올해 하반기부터 추진되며 지방 공교육 혁신과 인재 양성, 정주 지원을 종합적으로 제공한다. 도심융합특구는 지역판 판교테크노밸리 사업으로, 지방 5대 광역시 도심을 일자리와 주거, 여가가 집약된 복합거점으로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문화특구로는 오는 12월 7개 권역, 13개 대한민국 문화도시를 지정해 지방 관광자원과 문화를 육성하는 로컬리즘(지방다움) 정책을 추진한다.

◆부산 모빌리티·광주 AI·대구 로봇 … ‘제2판교’ 5곳 키운다

14일 지방시대 선포식은 윤석열정부 출범 1년4개월 만에 이뤄졌다. 정부는 선포식에서 지방에서 원 없이 교육받고 좋은 일터에서 풍요로운 문화를 누리며 살도록 파격적인 규제 철폐와 지원을 약속했다. 부산·대구·광주·대전·울산에는 ‘제2의 판교 테크노밸리’를 만들겠다고 했다. 기회발전특구에는 세제 지원 등 10종 이상의 파격적인 인센티브로 기업을 유인해 양질의 신규 일자리를 만든다.
우동기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 위원장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지방시대 비전과 전략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가 발표한 9대 정책에 따르면, 윤석열정부는 4대 특구인 기회발전특구·교육자유특구·도심융합특구·문화특구를 도입해 지방시대를 연다. 원칙은 ‘분권’과 ‘지방 주도’다. 기존 지역 정책이 지역 현실을 모르는 중앙정부에서 돈과 권한을 움켜쥔 채 추진됐다면, 앞으로는 지방에 실질적인 힘을 실어주겠다는 것이다.

도심융합특구는 지방시대 대표 프로젝트다. 기존 지역개발은 보통 도시 외곽에서 산만하게 진행됐다. 도심융합특구는 경기 판교신도시처럼 지방 대도시 도심에 청년들이 선호하는 첨단·벤처 일자리와 주거, 상업·문화가 집약된 복합거점을 만든다.

공간적으로는 KTX·지하철과 가까운 도심에 고밀도 복합개발이 가능하도록 용도·용적률·높이 규제를 파격적으로 푼다. 정부 부처의 특구도 중첩 지정된다. 중소벤처기업부의 규제자유특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디지털혁신거점, 산업통상자원부의 기회발전특구 지원을 기업들이 한꺼번에 받는 식이다.

정부는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도심융합특구 조성 및 육성에 관한 특별법’이 올해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광주는 광주시청 인근 상무지구에 인공지능(AI)·자동차 특화산업을 키운다. 대구의 구 경북도청·삼성캠퍼스·경북대 일원에서는 로봇기업과 청년인재를 육성한다. 대전은 KTX대전역과 대덕특구를 연결하는 과학기술 교류 확산 플랫폼을 구현한다. 부산은 센텀2 도시첨단산업단지 내 역세권을 고밀복합개발해 미래 모빌리티·로봇·AI 등에 특화한다. 울산은 KTX역과 테크노파크 일원을 개발해 친환경 에너지산업 클러스터와 미래 모빌리티 산업을 육성한다.

정부 관계자는 제2의 판교 모델은 현실성이 작다는 지적에 “(판교가 위치한) 수도권과 지방의 차이는 인정한다”며 “5개 선도지역은 기존 인프라가 갖춰졌기에 입지규제 최소구역 등을 통해 용적률 등을 개선하면 충분히 경쟁력 있는 선도지구 모델이 개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회발전특구는 국토 면적의 12%에 불과한 수도권이 인구 및 지역 총생산량의 과반을 차지하고, 1000대 기업의 87%가 수도권에 밀집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지방 인재의 수도권 유출을 막고 새로운 인구 유입을 촉진하기 위해선 기업이 함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회발전특구도 설계단계부터 중앙정부가 아닌 지방정부가 주도한다. 산업 육성전략, 지원계획, 기업의 투자계획과 집적성, 근로자의 정주환경을 고려해 지방정부 주도하에 계획을 수립해 지방시대위가 심의·의결한다.

기회발전특구는 기업에 세제 감면과 규제 특례, 재정 지원, 정주 여건 개선 등 기존의 특구와 차별되는 혜택을 줘 지방투자 거점으로 육성한다.

기업이 부동산을 처분하고 특구로 이전하면 양도소득세 납부 시기를 미뤄준다. 창업 및 신설 사업장에 대한 소득·법인세는 5년간 100% 감면하고, 이후 2년간 50% 감면한다. 특구 기업이 신규 취득한 부동산의 취득세도 100% 감면하고, 재산세는 첫 5년 100%·이후 5년 50% 감면할 계획이다. 기회발전특구펀드에 10년 이상 투자하면 이자·배당소득에 세제 혜택을 적용하고, 지방투자촉진보조금도 확대한다. 정부는 이를 위해 세법 개정 등을 추진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부산 남구 부산국제금융센터(BIFC)에서 열린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의 ‘지방시대 선포식’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진정한 지방시대를 열기 위해 중앙과 지역의 긴밀한 협력은 물론 국민 여러분과 늘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지방투자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는 지방정부가 신청하면 지방시대위 심의·의결을 거쳐 해당 규제 적용을 배제한다.

지역 도심 내 핵심 권역에 청년창업 활성화를 위해 창업자와 앵커기업, 대학·지원기관 등이 물리적으로 집적된 ‘스타트업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지방정부와 기회발전특구 협력방안도 모색한다.

기업뿐 아니라 근로자들이 지방에서 살기 좋은 정주환경을 적극 마련할 방침이다. 회사를 따라 이사하는 임직원을 대상으로는 10%까지 민영주택을 특별 공급한다. 수도권에 집이 있는 임직원이 특구 내 주택을 매입해 2주택자가 돼도 새집 공시지가가 3억원 이하라면 양도세를 낼 때 1주택자로 간주한다. 초·중·고 설립도 지원한다.

정부 관계자는 “기존 특구의 한계점을 극복하고 기업의 지방투자 확대와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 발상의 틀을 뛰어넘는 과감한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교육 혁신… 우수인재 취업·정착 유도

14일 정부가 추진 계획을 발표한 교육자유특구는 ‘지역 교육 혁신’을 통해 지역 인구 유출을 막는다는 것이 골자다. 교육은 수도권에 인구가 몰리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정부는 서울에 가지 않아도 자녀 교육에 대한 걱정이 없도록 지역 학교 역량을 강화하고, 대학의 지역 인재 입학 전형을 확대해 우수 인재가 지역에 정주하는 체제를 조성한다는 목표다.

교육부에 따르면 교육자유특구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교육청, 대학이 협력해 지역 공교육 발전과 지역 인재 양성·정주까지 총괄 지원하는 체제를 운영하는 곳이다. 특구 선정 지역에서는 교육정책에 대한 지역의 권한과 책임이 대폭 확대돼, 지역 특성을 반영한 특구 모델을 자율적으로 구성·추진할 수 있다. 지방정부와 교육청은 함께 지역 맞춤형 지역교육 발전전략을 중앙정부에 상향식으로 제안할 수 있고, 정부는 특구에 관련 규제 완화, 특례를 지원한다.
교육부 전경. 연합뉴스
교육자유특구 선정 지역은 우선 유·초·중등 단계의 돌봄·교육 여건을 개선해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 ‘좋은 초·중·고’를 만든다. 또 대학의 지역 인재 전형과 장학금을 늘려 지역 인재가 지방대에 진학할 수 있도록 하고, 지역에서 취업까지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한다.

다만 현재 사회에서 ‘좋은 초·중·고’는 통상 의대나 서울 주요 대학의 진학률이 높은 곳으로 여겨지는 만큼 우수 지역 인재들이 지역을 이탈하지 않고 지역 대학의 의대 아닌 학과에 진학하도록 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일각에선 특구로 선정된 지역에 자율형사립고나 특수목적고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교육부는 이달 중 교육자유특구 시안을 발표하고, 현장 의견수렴을 거쳐 내년부터 시범운영을 시작할 예정이다. 시범운영 지역은 4∼5곳이 될 전망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역 공교육 발전을 통해 저출산 및 사교육비 문제를 해소하고 지방시대를 구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화 향유 차별 없게 지역 콘텐츠 개발 투자

지방의 관광자원과 문화를 주요 자산으로 키워내는 지역 문화·콘텐츠 진흥사업도 본격화한다. 지역 주민의 문화 만족도를 높여 서울 등 수도권에 버금가는 문화 수준을 향유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전국 7개 권역별로 균형발전을 선도하는 13개 ‘문화특구(대한민국 문화도시)’를 지정해 △문화 향유 프로그램 개발 △문화공간 조성 △지역문화에 기반한 문화콘텐츠 생산·확산 △문화인력 양성 등의 사업에 2025년부터 3년간 도시별 최대 200억원을 지원한다.
문화체육관광부 세종시 청사 전경.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전국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오는 11월까지 ‘문화도시’ 공모를 진행한다. 이어 △문화·경제·사회적 효과 및 가능성 △지속가능한 지역발전 가능성 △앵커사업(특성화 사업)의 특화성·매력성 △문화를 통한 균형발전 선도 가능성 등을 종합평가하여 13개 문화도시를 승인할 계획이다.

내년 한 해 앵커사업 시범 지원과 예비사업 추진 실적 등을 평가한 뒤 연말에 문화도시를 최종 지정하고 2025년부터 2027년까지 각 도시에 최대 200억원(국비 100억원, 지방비 100억원)을 지원한다. 지방 공연예술단체와 지역 공연·전시의 창작·제작·유통 지원을 위해 내년에 490억원을 투입한다. 문체부 관계자는 “지역 (고유의) 콘텐츠 중심으로 지역문화를 활성화하고 지방 예술계의 자생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역별 여행 콘텐츠를 활용한 ‘워케이션(일과 휴가를 동시에 하는 것)’ 프로그램과 야간관광 특화도시 조성 등을 통해 지역 체류형 여행 모델도 확산토록 한다는 방침이다.

곽은산·송은아·정재영 기자, 세종=김유나 기자, 이강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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