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기계株 ‘투톱’ 대동 80% 뛸 때 TYM은 땅바닥만 긁어… 로봇기술이 갈랐다
농기계 회사 대동의 주가가 뜨겁다. 하반기 증시를 주도하는 테마로 로봇주가 뜨면서, ‘농기계 로봇’을 만드는 대동이 함께 떠오른 것이다. 대동 주가는 이달에만 80% 가까이 올랐다.
대동과 함께 대표 농기계주로 꼽히는 TYM의 주가는 시원찮다. 이달 TYM 주가는 5%가량 오르는 데 그쳤다. 증권가에선 자율주행 농기계 기술 격차가 두 회사 주가 흐름에 반영됐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1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14일 대동 주가는 전날 대비 8.54% 오른 1만8300원으로 마감했다. 이달 들어 전날까지 79.41% 올랐다. 이 기간 대동기어는 74%, 대동금속은 20% 상승했다. 두 회사는 농기계 생산에 필요한 소재와 부품을 대동에 공급한다.
대동 주가가 강세를 보인 이유로는 대동이 스마트 농기계를 다음 먹거리로 지목하고 시장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스마트 농기계는 원격으로 제어하는 무인 경작 기술 등을 도입한 농기계로, 로봇 기술이 핵심이다.
대동은 자율주행 3단계 기술이 적용된 콤바인을 이달 안에 선보일 예정이다. 다음 달엔 같은 수준의 자율주행이 가능한 트랙터를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자율주행 3단계는 기계가 모심기, 수확, 탈곡 등을 조건부로 자율 수행할 수 있는 단계다. 대동은 무인 자율 작업이 가능한 4단계 기술을 2026년까지 개발하는 목표를 세웠다. 앞서 대동은 올해 1월 한국로봇융합연구원(KIRO)과 로봇센터를 설립해 로봇 기술 연구와 상품 개발을 시작했다.
농업 분야 외의 로봇도 생산한다. 대동은 원격으로 조종할 수 있는 임무 로봇을 2025년까지 포스코 제철소에 공급한다고 이달 4일 밝혔다. 포스코와의 협력 소식 발표 당일 대동 주가는 상한가(29.93%)를 기록했고, 다음 날에도 15% 넘게 상승 마감했다.
반면 TYM은 로봇화 사업에 뒤처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TYM은 자율주행 3단계 농기계를 2025년까지 양산한다고 밝혔다. 대동보다 2년 정도 뒤처진다. TYM은 올해 5월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자율주행 1단계 기술이 접목된 트랙터, 2단계 기술이 적용된 이앙기 국가 인증을 받았다. 2단계는 자동 조향·변속 기능만 갖춘 상태로, 3단계 인증에 필요한 경로 생성 및 작업기 제어 기술은 빠져 있다.
두 회사는 수출 실적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대동의 올해 상반기 농기계 매출 7627억원 중, 수출이 6177억원을 차지했다. 상반기 트랙터 수출은 2만2900대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24.5% 증가했다. 특히 중대형 트랙터 수출이 지난해보다 62% 늘었다. 반면 이 기간 TYM 수출은 3384억원으로, 17.9% 감소했다. 북미 지역에서 TYM의 주요 수출품인 소형 트랙터 시장이 위축된 영향 때문으로 해석된다. 코로나19 유행 당시 북미에서 취미로 농사를 짓던 수요가 크게 늘었지만, 엔데믹 전환으로 외부 활동이 늘어나며 수요가 줄었다.
해외 시장에서 판매 전략이 다른 것도 실적 차이의 이유로 꼽힌다. 대동은 미국에서 ‘카이오티(KIOTI)’라는 현지 브랜드를 통해 판매한다. 반면 TYM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판매한다. 대동은 현지 브랜드를 이용해 자체적인 판매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TYM의 경우, 시장 상황이 나빠져 원청에서 주문량을 줄이면 생산량도 줄어드는 구조다.
증권가에서도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다. KB증권은 대동의 올해 매출액을 전년 대비 1.43% 증가한 1조4850억원으로 예상했다. 김현겸 KB증권 연구원은 “대동이 3단계 자율주행 트랙터를 출시하면 작업자가 조작할 필요가 없는 만큼 농가 교체 수요가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한투자증권은 최근 실적 부진을 이유로 TYM 목표 주가를 1만3189원에서 8000원으로 내렸다. 올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25.2% 줄어든 8724억원,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9.1% 감소한 987억원으로 추정했다. 허성규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북미에서 TYM의 주력품인 중소형 트랙터 수요가 줄며 실적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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