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칼럼]레닌주의에 치인 중국 경제

여론독자부 2023. 9. 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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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F. 윌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석회처럼 굳은 '레닌 뇌'의 中정권
셀수없는 개입정책에 시장 비효율
청년실업률 감춰 여론 오도하지만
두려움 커진 가계·기업은 더욱 위축
[서울경제]

한 세기 전 사망한 블라디미르 레닌이 21세기 중국에서 부활해 호시절을 보내고 있다. 현대화된 중국과 러시아, 무솔리니 치하의 이탈리아, 히틀러 시절의 독일 등지에서 레닌주의는 ‘일당국가’라는 새로운 정부 모형을 제공했다. 하지만 중국에서 현대화와 레닌주의는 양립이 불가능하다. 현대화는 사회적 개방성과 함께 관료주의 체제가 원하는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정보와 혁신에 대한 유연한 반응을 요구한다.

레닌은 규모는 작지만 치열한 혁명 의식을 지닌 ‘전위 정당(vanguard party)’이 민중을 깨우쳐 공산주의로 이끌어가는 견인차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로 여기서 레닌의 일당국가론이 나온다. 그러나 일당국가는 치료가 불가능한 두 가지 결함을 갖고 있다. 모든 정책은 당의 지배력을 유지하는 일차적인 목적에 종속된다. 또 당이 배출한 엘리트들이 사회 곳곳에서 부와 기회를 할당해주는 위치에 선다. 하지만 ‘시장 신호(market signals)’가 없는 탓에 사회의 인적·물적 자원 배급 과정에서 비효율성이 판친다. 최근 베이징의 서툰 레닌주의자들은 경제 자료 배포를 금지했지만 이 같은 조치는 그들의 의도와 달리 자국 경제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줬다. 6월의 청년 실업률이 21.3%를 기록했다고 발표한 베이징이 7월분 자료를 공개하지 않자 상황이 악화된 게 아니냐는 추측과 함께 전월의 청년실업률이 실제로는 30% 선을 훌쩍 넘었을 것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렸다.

중국은 중앙정부의 계획을 시장의 힘이 규율하는 ‘하이브리드 경제’를 갖고 있다며 여론을 오도한다. 이 같은 주장은 눈에 보이는 것보다 더 많은 정부의 개입이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공산당의 셀 수 없는 촉수는 아무렇지 않게 시장의 힘을 무시한다. 민간 경제 분야에 대한 정부의 만연된 개입을 뜻하는 중국의 ‘산업 정책’은 민간을 복속하게 만든다.

레닌주의에 찌든 독재자 시진핑의 잔혹한 ‘제로 코로나’ 정책 아래서는 확진자가 단 한 명에 불과하더라도 수백만 명의 주민이 거주하는 도시를 통째로 봉쇄할 수 있다. 이 같은 정책은 참담한 경제적 결과를 가져온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 정책에 대한 가정과 기업의 두려움 탓에 약해진 소비 심리는 회복되지 않는다. 당은 스스로의 권력을 제한할 힘을 갖고 있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코노미스트지 보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중국은 영국 전체를 주차장으로 만들기에 충분한 양의 시멘트를 생산했다. 그러나 경제 분석가인 에드워드 루트왁은 “최소한 100여 개의 새로 지어진 공항이 이용자가 거의 없는 상태로 방치돼 있고 인구가 많은 지역의 신축 고속도로 역시 차량 통행량이 적어 한산하다”고 전했다. 반민반관의 조인트벤처도 사실상 공산당 벤처에 불과하다. 관영 은행 담당자들은 중앙당 지부 지도자들의 대출 요구를 거부하지 못한다. 말을 잘 들으면 후한 대접을 받지만 행여 눈 밖에 나면 부패 혐의 조사 등으로 곤욕을 치르기 때문이다.

이코노미스트지는 “국내 경제의 단기 성장은 더 이상 공산당의 선순위 목표가 아니다”라고 지적한다. 당의 최우선 목표는 ‘국가의 위대함(national greatness)’이다. 그러나 시진핑이 능력보다 충성심을 중시하기 때문에 그가 추구하는 레닌주의는 이 같은 목표 달성을 어렵게 만든다. 애덤 S 포즌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회장은 포린어페어즈 기고문에서 “독재정권의 아킬레스건은 체제 내부의 자제력 결여”라고 말했다. 시진핑 치하의 중국에는 “마오쩌둥 시대 이후 본 적이 없는 광범위한 공포가 퍼져 있다. 중국인들은 아무런 사전 경고 없이 일시적으로 혹은 영구히 자신의 소유물이나 생계를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 속에서 생활한다.” 이것은 사회적 마비를 불러오는 레시피다.

레닌주의자들이 장악한 공산당은 국가의 신경조직이다. 그리고 이들이 중국을 근육 마비 상태로 만들고 있다. 해외 특파원으로 활동한 루이스 피셔는 1964년에 출간한 레닌 전기에서 그의 부검에 참여했던 의료인의 말을 빌려 “레닌의 뇌혈관이 석회처럼 단단하게 굳어 있었다”고 전했다. “집게에 부딪히자 마치 돌을 두드리는 듯한 소리가 날 만큼 석회화가 진행된 상태”였다. 중국의 현 정권은 석회처럼 굳어버린 레닌의 뇌를 지니고 있다.

여론독자부 opinion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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