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 결핍순(?)[이제학의 힐링카페]
“행복하세요!”
20년 전 경기문화재단 기조실장으로 취임하고 얼마 안되어 생일축하 선물을 받았는데 리본에 쓰인 문구다. 상당히 낯설었다. 행복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고 행복을 느끼면서 살 수 있는 처지가 그동안 못 되었던 것이다.
행복은 고통이 없는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사람은 옛날부터 행복해지는 방법을 추구하는 데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 우리나라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행복추구권은 근대 입헌민주주의의 핵심인 개인주의·자유주의를 그 사상적 기반으로 하고 있다. 여기서 행복은 다의적(多義的)인 개념이다. 각자의 생활조건이나 가치관에 따라 다르게 이해될 수 있다. 축약하면 최소한 인간적인 고통이 없는 상태 내지는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한 70대 어르신이 의사에게 진찰을 받는 중. 의사선생님이 혹시 담배는 태우십니까? 물었더니 “아이고 건강에 해로워서 안태웁니다.” 그러면 술은 드시는가요? “아 술도 건강에 해로워서 안마십니다.” 그러면 혹시 애인은 있으신가요? “아이고 별말씀을요. 없습니다” 라고 대답하여 “그러면 어르신은 무엇 때문에 건강하게 살려고 하십니까?” 라고 역으로 물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우리는 요즈음 늘 건강, 건강, 건강을 외치면서 살아가고 있다. TV 채널을 돌려가며 보아도 건강 프로그램과 건강식품이 주를 이루고 있다. 건강은 행복한 생활을 위한 전제 조건인 것만은 명확하다. 하지만 건강도 궁극적인 목적이 될 수는 없다. 그 또한 행복한 삶을 위한 하나의 조건에 불과하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는 말이 한 때 유행어가 된 적이 있다. 이는 1989년 개봉된 영화 제목이다. 1986년 1월 15일 새벽,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는 한 줄의 유서를 남기고 목숨을 끊은 S사대부중 3학년생인 O양의 실화를 소재로 하고 있다. O양은 전교에서 1등을 하던 우수한 학생이었다. 당시 신문에 공개된 여학생의 유서는 입시 과열로 치닫던 우리 사회에 커다란 경종을 울렸다.
행복을 쉽게 간단하게 정의할 수는 없다. 주변에 건강을 잃어서, 돈이 없어서, 능력이 없기에 불행한 사람을 많이 본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많다. 건강하지 않아도, 가난해도, 무능해보여도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행복을 어떻게 무슨 기준이 있어 단정할 수 있고 또 평가할 수 있을까?
인간에게는 모든 것을 다 채우고 싶은 욕망이 있다. 그 욕망이 세상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으로 작용하는 선 기능적인 측면도 있다. 하지만 그 욕망에 사로잡히다 보면 바닷물을 마시는 것처럼 욕망을 다 채우지 못하고 불행한 사태를 맞게 된다. 인간은 비교대상을 한도 끝도 없이 찾아낸다. 남과 비교하는 순간 행복의 파랑새는 날아가 버린다.
아흔아홉석 가진 사람이 한 석 가진 사람의 것을 빼앗아 백석을 채운다고 한다. 하지만 천석꾼은 천 가지 고민이 있고 만석꾼은 만 가지 고민이 있다. 많이 가질수록 건사해야 할 부분도 많고 고민이 많다는 뜻이다. 무소유가 무고민이라고 가진 것이 적어야 더 행복해질 수 있다.
지금은 굶어 죽는 사람보다는 많이 먹어 비만으로 죽는 사람들이 더 많은 세상이다. 자식들에게도 아등바등 모아서 양껏 물려주고 싶은 것이 부모마음이다. 그러나 가난한 집안에 효자난다고 냉정하게 보면, 자식들에게 조금 결핍을 선물하는 것이 더 진정한 사랑일 수 있다.
욕심의 바벨탑을 쌓기 보다는 덜 가진 사람을 배려함으로써 행복이 찾아온다. 지치고 힘들 때 재래시장을 찾아가보라. 좌판을 벌려놓고 천원 이천원에 물건을 흥정한다. 이때 깎지 않고 사주면 할머니가 덤으로 얹어주며 미소를 짓는다. 그 미소를 보면서 삶의 행복 또한 느낄 수 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 어쩌면 결핍순이 아닐까?
<사단법인 힐링산업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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