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히 회복한 영광, NL 동부 맹주로 다시 우뚝 선 ‘애틀랜타 왕조’[슬로우볼]
[뉴스엔 안형준 기자]
이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애틀랜타의 '맹주' 자리는 굳건하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는 9월 14일(한국시간)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원정 경기에서 승리했다. 이날 4-1 승리를 거둔 애틀랜타는 시즌 96번째 승전보를 울렸다. 그리고 지구 우승 매직 넘버를 모두 지우며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우승을 확정지었다.
지난 11일 올시즌 가장 먼저 포스트시즌 티켓을 확보한 애틀랜타는 이날 정규시즌 16경기를 남겨두고 역시 가장 먼저 지구 우승까지 확정지었다. '적지'에서 지구 우승 세리머니를 펼치며 샴페인을 터뜨린 애틀랜타는 이제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포스트시즌을 준비하게 됐다. 애틀랜타는 14일까지 승률 0.658을 기록해 메이저리그 전체 1위를 달리고 있다.
이날 승리로 애틀랜타는 2018년부터 6년 연속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6년 연속 우승은 현재 진행 중인 메이저리그 최장기간 연속 지구 우승 기록이다. 지난시즌에도 승률 0.623을 기록해 6할 승률로 지구를 제패한 애틀랜타는 남은 16경기에서 3승만 거두면 올해도 6할 승률로 시즌을 마치게 된다.
애틀랜타는 원래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지구의 맹주'였다. 올해 우승은 메이저리그에 디비전(지구) 제도가 도입된 1969년 이후 무려 23번째 오른 정상의 자리다. 이는 메이저리그 최다 기록이다.
양대 리그에 동서부 두 개의 지구만이 존재했던 1969년부터 1993년까지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소속이었던 애틀랜타는 '양대리그 동중서' 6개 디비전 체제가 확립된 1994년 내셔널리그 동부지구로 이동했다. 그리고 6개 지구 체제 30년 동안 올시즌 포함 18차례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우승을 차지했다. 다른 모든 팀들의 지구 우승 횟수를 합쳐도 애틀랜타의 기록보다 6번이나 적다.
애틀랜타는 1995년부터 2005년까지 무려 11년 연속 동부지구 우승을 차지했다. '서부지구' 시절까지 합하면 1991년부터 2005년까지(파업으로 시즌이 중단된 1994년 제외) 14시즌 연속 지구 우승. 서부지구 시절을 합하지 않아도 동부지구에서만 쌓은 11년 연속 지구 우승은 이미 메이저리그 역대 최장 기록이다(2위 뉴욕 양키스 9년 연속, 3위 LA 다저스 8년 연속). 당시의 애틀랜타는 그야말로 '왕조'였다.
11년 연속 우승을 차지한 당시 애틀랜타는 '드림팀'이었다. 그랙 매덕스, 톰 글래빈, 존 스몰츠로 이어지는 '사이영 3인방'이 로테이션을 이끌었고 타선에는 '대장' 치퍼 존스를 비롯해 앤드루 존스, 하비 로페즈, 안드레스 갈라라가, 라이언 클레스코, 프레디 맥그리프, 개리 셰필드, 라파엘 퍼칼 등 당대를 대표하는 스타들이 있었다.
물론 애틀랜타에서 해당 11년을 모두 뛴 선수는 치퍼 존스와 스몰츠 뿐이고 나머지 선수들은 중간에 팀을 옮기거나 은퇴하거나 데뷔했지만 당시 애틀랜타는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가장 강하고 탄탄한 팀 중 하나였다. 해당기간 애틀랜타는 100승 이상 시즌을 5번, 6할 승률 시즌을 6번이나 만들었다.
올시즌 애틀랜타는 11년 연속 우승을 차지한 당시보다 오히려 타선이 더 좋다. 올시즌 주전 라인업 전원이 리그 평균 이상의 타격 생산성을 선보이고 있고 주전 중 가장 타격이 약한 선수가 14일까지 .270/.326/.436 17홈런 59타점을 기록한 유격수 올랜도 아르시아일 정도다. 아르시아(OPS 0.762)와 에디 로사리오(OPS 0.799)를 제외한 7명의 주전 타자들은 모두 시즌 OPS가 0.800 이상이다. 그야말로 '핵타선'인 셈이다.
30개 이상의 홈런을 때려낸 타자가 벌써 4명. 규정 타석을 채우지 못한 포수 션 머피를 제외한 모든 주전 타자들이 시즌 110개 이상의 안타를 기록했고 머피까지 9명의 주전이 모두 20개 이상의 2루타를 신고했다. 로날드 아쿠나 주니어(.335/.416/.586 37HR 97RBI 65SB)는 비록 새 규정의 도움이 있었지만 메이저리그 호타 준족의 새 역사를 쓰며 MVP 수상을 바라보고 있고 맷 올슨(.279/.385/.614 51HR 128RBI)은 메이저리그 전체 홈런 선두를 달리며 MVP 레이스에서 아쿠나를 추격하고 있다.
마운드도 탄탄하다. 17승을 거둔 스펜서 스트라이더(ERA 3.73)와 브라이스 엘더(12-4, ERA 3.38), 찰리 모튼(14-11, ERA 3.42)의 선발 3인방은 비록 '사이영 3인방'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리그에서 가장 안정적인 선발진 중 하나다. 여기에 올시즌 부상으로 장기 결장한 '원조 에이스' 맥스 프리드도 있다. 5선발 한 자리가 고민일 뿐 마운드 역시 사실상 '구멍'이 없다.
6년 연속 지구 우승을 거뒀음에도 선수단이 여전히 젊다는 것도 애틀랜타의 강점이다. 애틀랜타는 2년 전 월드시리즈 우승 후 팀을 상징하던 베테랑 프레디 프리먼을 다저스로 보냈지만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아낌없는 지원'에 힘입어 리그 최상급의 기량을 가진 20대 후반의 1루수와 포수를 얻었다. 올시즌 주전 라인업 9명 중 30대 선수는 좌익수 로사리오와 지명타자 마르셀 오주나 단 두 명 뿐이다.
마운드도 마찬가지. 모튼은 39세 노장이지만 스트라이더와 엘더는 겨우 24세인 영건이고 프리드 역시 29세로 전성기 나이다. 올시즌 제러드 슈스터 AJ 스미스-쇼버, 딜런 도드 등 유망주들에게도 경험을 쌓을 기회를 줬고 마이클 소로카, 이안 앤더슨 등 메이저리그에서 기량을 증명했던 선수들도 있다. 애틀랜타의 '집권기'는 앞으로 한동안 이어질 수 있다.
다만 그럼에도 숙제는 있다. 바로 포스트시즌에서는 정규시즌 만큼 힘을 쓰지 못하는 '전통'이다. 애틀랜타는 11년 연속 지구 우승을 차지한 기간 동안 월드시리즈에 단 3번 올랐고 우승은 한 번(1995) 밖에 차지하지 못했다. 심지어 절반에 가까운 5번은 디비전시리즈에서 탈락했다.
왕조를 다시 세운 최근도 비슷하다. 2021년 월드시리즈 트로피를 들어올리기는 했지만 지난 5년 동안 디비전시리즈를 통과한 것은 2020-2021년 단 두 번 뿐이었다. 지난해에도 애틀랜타는 디비전시리즈에서 필라델피아 돌풍의 희생자가 됐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많은 '지구 우승'을 차지한 팀이지만 23번의 디비전 정상에 오르는 동안 월드시리즈 우승 트로피는 단 두 번 밖에 들어올리지 못했다. 내셔널리그 동부지구의 맹주 자리를 더욱 굳건하게 만들고 있는 애틀랜타가 과연 올해 포스트시즌을 어디에서 마칠지 주목된다.(자료사진=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뉴스엔 안형준 marka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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