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 못 갚고 투자 늦어지고"… 바이오 기업 극한 생존기

지용준 기자 2023. 9. 15.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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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기업들이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다.

국내 1세대 바이오 기업 제넥신은 단장 증후군 치료제로 개발 중인 GX-G8의 임상 1상을 자진 중단했다.

업계에선 바이오 기업들이 자금난을 겪는 이유로 무분별한 자금 활용을 꼽았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엔 투자처 확보가 비교적 쉬웠으나 지금은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면서 "앞으론 경영 효율화에 성공하거나 자금 문제 해결 능력이 있는 바이오 기업만 생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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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바이오의료 벤처 업체에 대한 투자금은 3665억원으로 전년 동기(6758억원) 대비 45.8% 감소했다. /그래픽=강지호 기자
#1. 제넨바이오는 지난 12일 200억원 규모 대출에 대한 이자를 연체했다. 지난 5일 납입이 예정된 160억원 규모 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이자를 갚을 계획이었으나 유상증자 납입일이 오는 25일로 지연된 영향이다.

#2. 파멥신은 최대주주 변경이 무산됐다. 지난 6월 파멥신다이아몬드클럽동반성장에쿼티(파멥신다이아)에 3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계약에 따라 최대주주는 창업자인 유진산 대표에서 파멥신다이아로 변경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유상증자 대금 납입이 지난 7월에서 8월로 차일피일 미뤄지더니 결국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 양수도 계약을 취소했다.

바이오 기업들이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다. 제때 돈이 돌지 않으면서다. 15일 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바이오의료 벤처 업체에 대한 투자금은 3665억원으로 전년 동기(6758억원) 대비 45.8% 감소했다. 분기별로 보면 올 1분기 1520억원, 2분기 2145억원 등이다.

돈이 없다는 신호가 뚜렷하게 나타난 것은 임상시험이다. 상장폐지 위기를 격고 있는 셀리버리는 가동 중인 총 9개의 임상 시험 가운데 6개에 대한 연구개발(R&D)을 중단했다. 국내 1세대 바이오 기업 제넥신은 단장 증후군 치료제로 개발 중인 GX-G8의 임상 1상을 자진 중단했다. 임상 중단 이유는 '선택과 집중'이다. 임상 비용이라도 줄여 경영 효율화를 꾀하겠다는 생존 전략이다.

주주들에게 손을 벌리는 기업도 나왔다. 메드팩토는 지난 12일 이사회를 개최하고 1159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주주배정 이후 실권주에 대한 일반공모 방식이다. 자금 대부분은 메드팩토가 개발 중인 백토서팁의 연구개발비로 활용할 계획이다.

업계에선 바이오 기업들이 자금난을 겪는 이유로 무분별한 자금 활용을 꼽았다. 그동안 파이프라인의 쓰임새를 넓히기 위해 진행한 임상시험에 많은 자금을 투입한 것. 제넥신은 올 초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곳간에 852억원을 채웠다.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조직을 슬림화해 업무 효율을 제고하고 비용 절감을 목표로 내세웠지만 R&D 지출은 1분기 76억원에서 2분기 102억원으로 늘었다.

설익은 신사업에 한눈을 판 것도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셀리버리는 화장품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자회사를 세우고 수백억원을 쏟아 부었지만 실직적인 성과가 없자 매각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엔 투자처 확보가 비교적 쉬웠으나 지금은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면서 "앞으론 경영 효율화에 성공하거나 자금 문제 해결 능력이 있는 바이오 기업만 생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용준 기자 jyj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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