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매직' ARM 650억弗...엔비디아보다 PER 높다 [뉴욕마감]

뉴욕=박준식 특파원 2023. 9. 15.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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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의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베팅이 뉴욕증시를 일으켰다. 소프트뱅크가 소유한 영국 반도체 설계회사 ARM홀딩스가 미국 나스닥 증시에 성공적으로 데뷔하면서 2년간 얼어붙었던 빅테크 IPO(기업공개)가 소생했다.

14일(현지시간) ARM은 주당 51달러에 상장했지만 하루만에 24.69% 상승한 63.5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시가총액은 650억 달러(약 86조원)를 넘겨 메가딜의 성공을 알렸다. 덕분에 투심을 확인한 뉴욕증시 3대 지수는 모두 1% 가까이 상승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DJIA) 지수는 전일보다 331.58포인트(0.96%) 상승한 34,907.11을 기록했다. S&P 500 지수도 37.66포인트(0.84%) 오른 4,505.1에 거래를 마쳤다. 나스닥은 112.47포인트(0.81%) 뛰어올라 지수는 13,926.05에 마감했다.

B라일리파이낸셜의 수석 시장 전략가 아트 호건은 "ARM의 성공적인 IPO는 확실히 투자자들의 자신감에 도움이 된다"며 "이 딜은 우리가 본 것 중에서 가장 큰 거래는 아니지만 확실히 가격이 적당했고 시장이 그를 잘 버텨냈다"고 평가했다. 이어 "지난 18개월 동안 사실상 폐쇄되었던 자본시장 창구가 다시 열렸다는 기대감이 되살아난 것 같다"고 전했다.

이날 ARM 빅딜이 있기 전까지 오전에는 어쩌면 비관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경제지표들이 발표됐다. 8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월보다 0.7%나 증가해 예상치인 0.4%를 웃돌았다. 다행히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PI는 전월비 0.2% 상승해 다우존스가 조사한 경제학자들의 전망과 일치했다. 전일 소비자물가지수(CPI)가 기대치를 상회한 이후 도매물가까지 높아진 것이라 인플레이션 재발의 우려를 낳게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8월 소매판매는 예상보다 좋았고, 경제학자들이 예상한 0.1%보다 0.5%p 높은 0.6% 증가를 나타냈다. 자동차를 제외한 소매판매는 지난달 0.6% 증가해 예상치 0.4% 증가를 웃돌았다.

이날 유럽중앙은행(ECB)은 금리를 다시 25bp 인상해 기준금리를 4.50%까지 높이고, 예금금리도 4.0%까지 높여 인플레 전쟁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 ECB는 금리를 올리는 대신 인상캠페인이 당분간 중지될 거라는 암시도 같이 내놓아 분위기를 호전시켰다.
ARM 상장 첫날 24.7% 급등
소프트뱅크가 대주주인 영국 반도체 설계회사 ARM홀딩스가 나스닥 시장에 상장한 첫날 24% 이상 급등했다. 이날 ARM홀딩스는 주당 51달러에 상장한 이후 잠시 하락세를 나타내다가 곧바로 61달러까지 치솟았다. 이후 59달러 근처에서 머물다가 장 막판에 다시 급등세를 보이며 주당 63.5달러까지 치솟았다. 종목코트 'ARM'으로 규정된 이 회사는 기업공개(IPO)를 통해 전체지분의 약 10% 이하인 9550만주를 매각했고, 나머지 90%를 소프트뱅크가 통제하고 있다.

이날 시가총액 650억 달러를 기준으로 ARM은 가격대비 수익배수(PER)가 최근 회계연도 이익을 기준으로 120배에 달한다. 현 기업가치를 회사의 이익으로만 회수한다고 해도 120년이 걸린다는 의미다. 엔비디아의 PER이 108배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지나친 고평가란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소프트뱅크의 노련한 가격조율 전략에 따라 시장에 풀린 지분이 전체의 10% 이하에 머물고 있기 때문에 많은 자산운용사 등 투자자들이 ARM을 자사 포트폴리오에 편입하기 위해 물량을 구하면서 가격은 높게 유지되고 있다는 평가다.

Arm은 상장 투자자 유치과정에서 데이터센터와 자동차용 칩 설계 사업분야의 높은 성장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2025년까지 칩 설계의 전체 시장 규모가 약 250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지난 3월에 끝난 회계연도의 ARM 매출은 전년비 1% 미만 감소한 26억8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ARM의 주요 고객으로는 애플과 구글, 삼성과 TSMC 등이 있는데 이들은 대부분 이번 공모에서 ARM 주식을 매입했다. 글로벌 반도체 산업에 대한 이 회사의 영향력을 입증했다는 평가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CEO는 인공지능 칩에 ARM 기술이 주요하게 활용되고 있다며 최근 AI(인공지능) 및 머신러닝 붐에 회사를 연결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손 회장은 회사의 남은 ARM 지분을 가능한 한 오랫동안 유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ARM의 성공적인 시장 데뷔로 인해 뉴욕증시는 투심을 확인하면서 상승세로 반전했다. 코로나19 이후 거의 2년 동안 중단됐던 기술 IPO 시장이 열린 것으로 평가된다.
투자은행들 장 섰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체이스 CEO
650억 달러짜리 대규모 IPO가 성공하면서 대형 금융사들이 이날 상승세를 탔다.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와 JP모건체이스, 모건스탠리 등이 기술 IPO가 부활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2~3% 상승했다.

이날 ARM에 이어 인스타카트(Instacart)와 클라비요(Klaviyo)도 이르면 다음주 상장할 예정이다. 자본시장의 꽃인 IPO의 증가는 코로나19로 꽉 막혔던 돈줄을 푸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투심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다.

증시는 살아나는 분위기이지만 동시에 유가도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 이날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는 10월물 선물은 배럴당 2% 넘게 올라 90달러를 돌파했다. 2022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이미 90달러를 훌쩍 넘은 브렌트유도 이날 2% 이상 오른 93달러대를 기록해 10개월래 최고치를 달성했다. 유가는 공급 부족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 에너지 업종은 고유가에 힘입어 목요일 시장 상승세를 주도했다. 이 부문은 1.3% 상승해 S&P 그룹 가운데 가장 나은 성적을 냈다.
유가변수..이대로라면 11월 금리 추가인상
증시는 파티를 즐기고 있지만 인플레이션 재발은 큰 걱정거리다. 이날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이어 도매물가를 나타내는 생산자물가지수(PPI, 8월분)도 전월보다 0.7% 상승했다. 유가 상승이 물가를 다시 흔들고 있는 것이다.

미국 노동부 통계국은 8월 PPI가 전월보다 0.7%, 전년보다는 1.6% 상승했다고 밝혔다. 월가 예상치는 전월이 0.4%, 전년이 1.2%였는데 전문가들의 예측보다 실제 물가가 0.3~0.4p% 더 오른 셈이다.

도매물가는 지난 5월 단기 저점을 기준으로 3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5월에는 전월비 0.3% 줄었지만 6월에 0.1% 상승한 후 7월 0.3%, 8월 0.7%% 등 상승세가 가파른 모습이다. 전월비 상승폭 0.7%는 지난해 6월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었던 때 이후로 1년 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PPI 산출에서 주요한 부분을 에너지 지수가 차지했는데 이는 한 달 새 10% 이상 급등했다. 여기에 경유와 항공유, 철강 및 고철 가격 오름세도 PPI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PPI는 같은 기간 전월비 0.3%, 전년비 3.0% 상승했다. 헤드라인 PPI 상승폭에 비해 상대적으로 오름세가 덜한 이유는 역시나 에너지 가격 변수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근원 PPI는 예상치와 일치했다.

이날 8월 소매판매는 전월비 0.6%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 예상치인 0.1%를 크게 상회했다 7월 상승폭도 0.5% 였던 것을 감안하면 연방준비제도(Fed)가 베이지북에서 밝힌대로 미국 소비자들이 여름 휴가에 억눌렸던 소비를 적잖이 해소했다고 볼 수 있다. 휴가 여행 등의 영향으로 주유소 판매 등이 5% 이상 늘었다. 연준은 하반기 완만한 성장이 예상되지만 여름 소비과다와 9월 이후 재개되는 학자금 대출상환으로 인해 소비흐름이 끊길 것을 염려하고 있다.

이날 노동부가 밝힌 지난주(9월 3~9일) 신규실업수당 청구건수는 전주보다 3000건 늘어난 22만건으로 집계됐다. 전주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실업이 반전 증가했다는 것이 눈에 띈다. 2주 이상 실업수당을 신청하는 계속 실업수당 청구건수도 전주보다 4000건 늘어난 169만건을 기록했다.

인플레이션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는 우려도 나오지만 시장은 아직까진 크게 문제될 이슈는 아니라는 반응이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 지수는 전일보다 200포인트 이상 상승하고 있다. 유가가 연말까지 배럴당 100달러 수준에 달할 거라는 예상이 있지만 시장은 그를 이미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연준이 9월 FOMC(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금리를 추가로 올릴 가능성은 3% 이하에 머물고 있다. 다만 11월 금리결정에 대해서는 트레이더들이 최근 인상 가능성을 높여가고 있다. 금리를 25bp 가량 올릴 거라는 의견이 42%로 상승추세에 있다.

뉴욕=박준식 특파원 win047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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