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부터 70대까지 14명 잔혹 살해…자백·증거에도 수사 끝[뉴스속오늘]
1986년 9월 15일. 경기 화성 태안읍 안녕리에서 70대 여성이 사라졌다. 이 여성은 나흘 뒤인 그해 같은 달 19일 실종 장소 인근에서 시체로 발견됐다. 당시 여성은 하의가 벗겨져 있었지만 성폭행 흔적은 없었다. 직접적인 사인은 경부압박 질식사였다.
이후 두 달 뒤인 1986년 12월 12일 20대 여성이 남편과 저녁을 먹고 먼저 귀가하다 그대로 사라졌다. 이 여성 역시 성폭행 후 피살됐다. 발견 당시 사체는 스타킹으로 양손을 결박당하고 머리에 팬티를 씌워진 상태였다.
3차 사건 이틀 만인 그달 14일에 4차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는 또 20대 여성이었다. 이 여성 역시 성폭행 후 피살됐다. 사체는 스타킹으로 결박된 상태로 발견됐다.
5차 사건은 해를 막 넘긴 1987년 1월 10일 발생했다. 10대 여성이 성폭행 후 살해됐다. 그도 스타킹으로 결박된 상태였다. 6차 사건은 5차 사건이 발생하고 4달 뒤인 5월 2일 발생했다. 피해자는 30대 여성이었다.
이후 한동안 범행은 발생하지 않다가 1988년 9월 7일 7차 사건이 발생했다. 아들이 운영하는 가게 일을 돕고 집에 귀가하던 50대 여성이 실종됐다 숨진 채 발견됐다. 8차 사건은 10여일 만에 발생했다. 집에서 자고 있던 13세 소녀가 성폭행 후 살해됐다.
하지만 사건이 연속해서 발생하며 언론의 관심이 커지자 그제야 경찰은 범인 검거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연간 200만명이 넘는 경찰이 사건이 투입되는 등 대한민국 역사상 최대 인력이 동원됐다.
1990년 11월 13일 여중생이 성폭행당한 후 살해된 사건에서 한 남성 DNA가 검출됐다. 이를 현재 수감자의 DNA 데이터베이스 조회하자 일치하는 사람이 나타났다.
범인은 과거 충청북도 청주에서 처제를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부산교도소에 25년째 수감 중인 이춘재였다. 이후 해당 DNA를 더 대조한 결과 화성 연쇄 살인 10건 가운데 5차(1987년 1월), 7차(1988년 9월), 9차(1990년 11월) 사건에서 나온 DNA가 이춘재의 것과 일치했다.
법정에서 변호인이 "그동안 교도소에서 자백한 14건의 사건과 화성에서 발생한 10건의 연쇄살인 사건의 진범이 맞느냐"고 묻자, 이춘재는 "예, 맞습니다"라고 짧게 답했다.
판사가 자백 계기에 관해 묻자 그는 "경찰이 유전자 감식한 결과를 가지고 와서 조사했는데, 첫날은 진술하지 않았다"며 "그다음에 형사인 줄 알았던 여성 프로파일러가 진실을 이야기해달라고 해 자백하게 됐다"고 했다.
이어 "(경찰은) 연쇄살인 사건 10건 중 9건(8차 제외)에 대해 증언하라고 했는데, 그걸 빼고 진술하면 진실이 될 수 없어서 범행 모두를 자백했다"고 덧붙였다.
이춘재는 자백 당시 '왜 프로파일러의 손을 만졌냐"는 질문에 "손이 예뻐서 그랬다. 얼굴이나 몸매는 보지 않는다. 손이 예쁜 여자가 좋다"는 다소 황당한 답변을 늘어놓기도 했다.
이춘재 연쇄 살인 사건은 그의 자백과 DNA 일치 등 증거에도 불구하고 공소 시효 만료로 '공소권 없음'으로 재수사 1년 6개월만인 2020년 12월 마무리됐다.
박효주 기자 ap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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