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정복 로씨야 불멸"…러시아 향한 김정은 구애, 네 가지 이유
13일(현지시간) 북한·러시아 정상회담의 시작과 끝은 '우주'로 장식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만난 장소가 바로 러시아 아무르주(州)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였다. 김 위원장은 "첫 우주정복자들을 낳은 로씨야(러시아)의 영광은 불멸할 것"이라고 했고, 푸틴 대통령은 "북한의 인공위성 개발을 도울 것"이라고 화답했다.
우주기술은 대표적인 민·군 겸용기술이다. 북한은 올해 정찰위성 발사를 두 차례 실패했다. 인공위성은 우주에서 지구를 들여다볼 수 있는 '눈' 역할로 북한이 이를 확보하면 유사시 미사일·드론 같은 무기를 타격지점에 정밀 조준할 수 있다.
우주발사체 분야 협력도 용도를 바꾸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활용할 수 있다. 북한은 ICBM 완성에 필요한 대기권 재진입 기술 등을 러시아로부터 도움받을 수 있다. 바로 이 지점이 북한과 러시아가 '우주밀월'에 나선 까닭이다.
특히 러시아는 1990년대 이전까진 미국보다 우주기술이 뛰어났다. 인류의 우주개발 역사에서 러시아는 '인류 최초' 기록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국가다. 현재도 미국·중국 등과 함께 우주개발을 이끌고 있다. 김 위원장이 북·러 정상회담을 통해 얻고자 하는 속셈, 러시아의 우주기술 수준 등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자문을 통해 네 가지 질문으로 풀이해본다.
-북한의 정찰위성은?
▶인공위성은 지구 궤도를 도는 인공 물체로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보는 '눈' 역할을 한다. 북한은 지난 5월31일과 8월24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새 발사장에서 자체 개발한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자체 우주로켓 '천리마-1형'으로 발사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1차 발사는 우주로켓 2단 점화가 되지 않아 실패했고 2차 발사는 우주로켓 3단이 비행 중 비상폭발 체계 오류가 발생해 실패했다. 우주기술은 핵·미사일과 달리 로켓 단 분리부터 위성 궤도 투입까지 각종 공학기술과 수십만개 부품이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한다. 우주기술을 '공학기술의 결정체'라고 부르는 이유다. 북한이 러시아에 구애하는 까닭이 바로 북한이 부족한 우주기술을 러시아로부터 이전받기 위한 목적이다.
Q2. 러시아가 우주강국?
▶1990년대 이전까진 러시아가 인류의 우주개발 역사를 이끌었다. 일반적으로 독일 로켓공학자 베르너 폰 브라운(1912~1977)을 '로켓의 아버지'라고 부른다. 하지만 이보다 먼저 구소련 우주과학자 콘스탄틴 치올콥스키(1857~1935)가 1903년 '로켓에 대한 최초의 학술적 논문'을 발표했다. 소련은 1957년 10월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발사에 성공했으며 유리 가가린이 1961년 4월 세계 최초로 우주여행에 성공했다. 이뿐만 아니라 세계 최초 달 충돌, 달 뒷면 촬영, 달 표면 연착륙, 달 로버(탐사로봇) 안착, 달 토양 샘플 채취·귀환, 금성·화성 탐사에 성공했던 국가다. 현재 국제우주정거장(ISS) 구축에 러시아가 가장 큰 기여를 하기도 했다. 미국 스페이스X 우주발사체가 재사용 로켓으로 시장을 독점하기 전까진 러시아의 소유즈·앙가라 우주발사체를 미국도 활용할 정도였다.
Q3. 한국과 러시아의 우주협력 사례는?
▶한국의 우주발사체 개발에 도움을 준 국가는 70년 동맹인 미국이 아닌 러시아 등 구소련 국가들이었다. 1990년대 이후 국가경제가 휘청였던 러시아는 국가 핵심 기술을 일부 팔아서라도 자본을 벌어 들어야 했다. 한국이 러시아로부터 우주발사체 기술을 배워 만든 로켓이 2013년 3차례 시도 끝에 발사에 성공한 한국형발사체 나로호(KSLV-I)다. 현재 3차례 발사했던 누리호(KSLV-II) 엔진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러시아 우주기술이 활용됐다. 그동안 우리나라 인공위성 대다수는 러시아 우주발사체 소유즈·앙가라 로켓들로 발사됐다. 지난해에도 러시아 우주발사체로 차세대중형위성 2호, 다목적실용위성(아리랑) 6호 등을 쏘아올릴 계획이었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우리나라도 국제사회 제재에 동참하며 러시아와 우주협력이 사실상 끝났다.
Q4. 러시아의 우주기술 수준은?
▶러시아의 우주발사체·인공위성 기술은 여전히 미국을 위협할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지난달 발사된 무인 달 탐사선 루나 25호는 달 표면에 추락해 자존심을 구겼다. 당시 세계 최초로 달 남극 착륙에 성공한 인도의 달 탐사선 찬드라얀 3호와 비교되기도 했다. 우주산업에 있어 발사장은 무엇보다 중요한 기반시설로 러시아는 현재 6개 우주기지를 보유하고 있다.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만난 보스토치니 우주발사장은 2016년 4월 첫 인공위성 발사를 시작으로 본격 활용됐다. 건설 비용으로 5~7조원을 투입했으며 부지면적은 우리나라 나로우주센터의 110배가 넘는다. 이곳에서 러시아는 자체 개발한 우주발사체와 인공위성 등을 발사할 예정이다. 또 북한 우주비행사를 훈련시켜 우주로 보내는 일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우주협력에 나서고 있지만 2008년 이소연씨 이후 우주비행사를 육성하지 않고 있다.
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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