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막이만 있었어도'... 안전 사각지대 놓인 '노후 공동주택' [현장, 그곳&]
관련법 마련 전 준공된 주택 ‘의무화’ 미적용
“홍보 강화·지원 등 설치 유도 방안 고려해야”
최근 화재로 3명의 사상자를 낸 부산의 한 아파트에 피난시설인 경량 칸막이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경기도내 일부 아파트에도 경량 칸막이 설치 의무가 적용되지 않아 인명피해 등이 우려,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1992년 7월25일 신설된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3층 이상 공동주택엔 경량 칸막이를 의무로 설치해야 한다. 경량 칸막이는 얇은 합판 등으로 만든 일종의 가벽으로 화재 발생 시 작은 충격으로도 벽을 뚫고 옆 세대로 대피할 수 있는 시설이다.
문제는 관련법이 있더라도 규정이 마련되기 이전에 지어진 기존 공동주택엔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불이 난 부산의 아파트 역시 1989년 사업 승인을 받고 1992년 2월 준공돼 설치 의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도내 3층 이상 공동주택은 총 6천973단지다. 이 중 규정이 만들어지기 전 준공된 공동주택은 1천699단지로 경량 칸막이 설치 의무화 대상이 아니다. 또 통상적으로 주택법 적용은 아파트 건축 협의 시점부터다. 건축 협의 시점부터 규정이 적용되는 점을 고려하면 경량 칸막이가 설치되지 않은 공동주택은 더욱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더욱이 공동주택은 상업 건물과 달리 개인이 소유하고 생활하는 개인적인 공간인 만큼 아파트나 거주자가 자체적으로 소방 설비를 갖추지 않는 이상 이를 강제 설치하게 하거나 점검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경기도 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일부 의무 설비에 대한 설치를 소방당국에서 지원하고 있다”면서도 “공동주택은 사적인 공간이며 소급 적용이 되지 않는 곳에 경량 칸막이를 설치할 경우 옆 세대의 동의도 필요하다. 기관이 강제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관련 법이 적용되지 않는 일부 노후 공동주택에 대해 홍보와 소방시설 설치를 지원하는 등으로 사각지대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규정을 강화해도 소급 적용은 하지 않다 보니 화재 위험이 큰 노후 아파트일수록 대피 공간이나 시설이 없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며 “소방당국이 경량 칸막이에 대한 홍보를 강화해 설치를 유도하고 설치를 할 수 없는 경우 이를 대체할 설비를 추가 지원하는 등의 방안으로 피해를 줄일 수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은진 기자 kimej@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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