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저쪽 길은 무서워 못가"…둘레길 아직 가시지 않은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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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전 서울 관악구 신림동 목골산 둘레길에서 만난 등산객들은 아직 공포감을 떨쳐버리지 못한 모습이었다.
이곳에서 성폭행·살인이 일어난 지 한달 가까이 흘렀지만 예전의 모습을 찾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해 보였다.
한동안 둘레길을 찾지 못했다는 최모씨(77·여)는 "여기 공원 오는 사람들이 많이 줄었다"며 "할머니, 할아버지도 많이들 오고, 젊은 여성들도 많이 왔었다. 저기 운동 기구는 사람들이 기다려야 할 정도였는데 지금은 사람이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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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경찰 배치한 산악순찰대 한 달 한시 운용 종료
(서울=뉴스1) 이기범 임윤지 기자 = "저쪽 길은 무서워서 못 간다"
14일 오전 서울 관악구 신림동 목골산 둘레길에서 만난 등산객들은 아직 공포감을 떨쳐버리지 못한 모습이었다.
이곳에서 성폭행·살인이 일어난 지 한달 가까이 흘렀지만 예전의 모습을 찾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해 보였다. 시민들의 안식처였던 산책길은 여전히 범행 현장으로 남아 있었다. 오가는 사람 없는 사건 현장 주변을 순찰대만 분주히 살폈다. 나뭇가지에는 조화와 애도의 메시지가 매달려 흔들리고 있었다.
◇한 달 지났지만 여전한 불안감…"사람 지나가면 경계부터"
한동안 둘레길을 찾지 못했다는 최모씨(77·여)는 "여기 공원 오는 사람들이 많이 줄었다"며 "할머니, 할아버지도 많이들 오고, 젊은 여성들도 많이 왔었다. 저기 운동 기구는 사람들이 기다려야 할 정도였는데 지금은 사람이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동네 주민인 김상현씨(66·남)는 "(사건이 터진 뒤) 주변을 두리번거리게 되고, 해지면 안 오게 된다"며 "사람이 지나가면 경계부터 하게 되고, 친구랑 같이 다녀도 걱정되긴 매한가지"라고 불안감을 토로했다.
사건 직후 등산로 입구에 내걸린 현수막은 여전했다. "안전을 위하여 2인 이상 동반 산행 바랍니다", "인적이 드문 샛길보다 이용객이 많은 정식 등산로(큰길)를 이용합시다" 등의 내용을 담은 현수막은 주민들의 불안감을 대변했다.
등산객보다 눈에 띄는 건 경찰이었다. 산악모에 경찰 로고가 큼지막하게 새겨진 조끼를 착용한 이들이 2인 1조로 등산로를 수시로 오갔다. 지난달 21일부터 운영된 관악 산악순찰대 모습이다. 순찰대는 등산객들과 인사를 나누며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산악순찰대로 활동 중인 김정우 관악경찰서 미성파출소 소속 경장은 "혼자 다니는 분들이 많이 무서워하시는데 안전하게 산책할 수 있도록 저희가 순찰하면서 당부 말씀을 드리고 있다"며 "혼자서 불안해하던 분들도 저희를 보고 안심된다고 말씀하시더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둘레길에서 만난 주민은 순찰대를 반겼다. 70대 여성 김모씨는 "경찰들이 맨날 순찰을 돌아서 안심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둘이 있어도 사건 현장이 낀 코스로는 무서워서 가지 않는다"고도 덧붙였다.
◇산악순찰대 운영 종료, 순찰 수요 급증에 경찰은 인력난
서울 관악경찰서 지구대와 파출소에서 차출된 이들은 2인 1조, 총 5개조(10명)로 편성됐다. 성폭행·살인 사건이 발생한 목골산을 비롯해 관악산 일대 약 15㎞ 구간의 둘레길을 5개 코스로 나눠 조별로 순찰해왔다. 순찰은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이뤄진다.
일각에서는 산악순찰대의 실효성을 지적했다. 일선 지구대와 파출소의 인력을 차출해 활용하는 만큼 현장의 업무 과부하나 또 다른 순찰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관악구 한 지역 경찰은 "이런 걸 하면 대부분 지구대에서 차출하는데 휴가도 못 갈 정도로 일선 현장은 인력 부족 문제에 시달리게 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산악순찰대는 한 달간 한시적으로만 운영됐다. 이들은 15일까지 한시적으로 부여된 임무를 마치고 다시 지구대와 파출소로 복귀한다. 순찰대의 빈자리는 퇴직 경찰관들로 구성된 '숲길 안전지킴이'가 대신한다.
경찰 관계자는 "보여주기식이라는 비판도 많았는데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어려운 여건에서도 가시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이 필요했다"며 "숲길 안전지킴이 등 민관경이 함께하는 치안공동체로 넘어가는 마중물 역할을 했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K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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