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직접 스마트팜 만들고 연구…고교생 ‘아마추어 농부’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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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태백의 한 일반계 고등학교 건물 내에 직접 스마트팜을 만들고 작물 생육을 살피며 미래농업을 고민하는 학생이 있어 눈길을 끈다.
이과생인 김군은 이곳에서 적·청상추와 고수·방울토마토를 비롯해 6종의 작물을 수경재배한다.
최계자 교사(과학기술부장)는 "김군을 포함한 학생들은 순수한 연구 목적으로 작물을 재배하고 그 과정에서 보람을 얻는다"며 "학교에서도 이들 모습과 향후 발전 가능성을 자못 대견하게 바라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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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 등 6종 수경재배
강원 태백의 한 일반계 고등학교 건물 내에 직접 스마트팜을 만들고 작물 생육을 살피며 미래농업을 고민하는 학생이 있어 눈길을 끈다. 주인공은 황지고등학교 1학년 김대일군(17).
이과생인 김군은 이곳에서 적·청상추와 고수·방울토마토를 비롯해 6종의 작물을 수경재배한다. 올 6월엔 루콜라·바질·청경채를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다양한 연구를 해보고자 종자를 구매해 직접 발아시키기도 하고, 때론 모종을 사와 키우기도 한다. 무농약 재배가 원칙이고 비료는 친환경제품만 쓴다.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높이와 온도·습도·양분 같은 생육 환경을 수시로 조절하며 생산량을 꼼꼼히 비교하는 ‘아마추어 농부’다.
경북 안동에서 4만2975㎡(1만3000평) 규모로 쌀과 고추·단호박 등 복합영농을 하는 고모와 어릴 적부터 자주 교류하며 고모가 농사짓는 것을 어깨너머로 지켜봤던 김군. 농작물이 기상 여건 같은 수많은 변수에 따라 생리적 변화를 일으키며 성장하는 과정에 큰 흥미를 느낀 김군은 수시로 밭을 드나들었다. 지난해엔 드론 국가자격증(1종)을 취득하며 방제기술도 살짝 익혔다.
본격적으로 농업에 관심을 두게 된 건 올 5∼6월 강원도교육청 진로교육원에서 진행한 ‘2023 글로벌 진로체험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부터다. 지도교사 인솔하에 국내 농업 관련 기관과 대학·기업체를 방문하며 미래농업의 위상을 확인한 것. ‘뿌린 대로 거두는’ 농사의 참맛을 느낌과 동시에 관행농법의 한계도 절감한 김군은 스마트팜에 주목하기로 했다.
이후 김군은 학교의 허락을 받고 3층 탐구토론실 한편에 1동짜리 작은 스마트팜을 제작·설치했다. 토론실 칠판엔 그날그날의 온도와 산성도(pH)를 비롯한 생육 현황이 깨알 같은 글씨로 적혀 있다. 김군이 올 3월 만든 교내 동아리 ‘엠에스피(MSP)’ 학우 7명도 뜻을 함께한다. 수학(Math)·과학(Science)·프로그래밍(Programming)의 영문 앞 글자를 따서 동아리 이름을 붙인 만큼 원래 지향하던 분야는 과학·소프트웨어였지만, 미래농업도 다뤄보자는 김군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이들은 스마트팜에서 키운 바질·고수를 교내에 66㎡(20평)가량 마련된 텃밭에 옮겨 심으며 수경·토경 재배의 장단점도 확인한다.
최계자 교사(과학기술부장)는 “김군을 포함한 학생들은 순수한 연구 목적으로 작물을 재배하고 그 과정에서 보람을 얻는다”며 “학교에서도 이들 모습과 향후 발전 가능성을 자못 대견하게 바라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진로를 농업으로 정했다는 김군은 국립한국농수산대학교 또는 연암대학교 스마트원예계열에 진학해 스마트팜 관련 공부를 이어가는 게 목표다. 지난달 다녀온 ‘2023 글로벌 진로체험 프로젝트’ 2차 국외 캠프 때 미국에서 본 스마트팜이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다는 그는 “협소한 공간에서도 높은 생산성을 내는 수직농장 기업에 매료됐다”며 “추후 교환학생으로 다시 한번 해외 선진농법을 배우고 이를 우리 농업 현장에도 접목하고 싶다”고 했다.
최종 목표를 묻자 그의 눈빛이 다시 반짝였다. “스마트팜을 구현하려면 인공지능(AI)·빅데이터 같은 첨단 기술이 필요한 만큼 상당한 초기 투자비가 필요해요. 경제성에 대한 확신을 높일 방법도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지금 작은 스마트팜을 운영해본 경험을 바탕 삼아 나중엔 더욱 발전한 스마트팜을 세우고 다양한 원예작물을 생산하며 주변에 농업의 가치를 알리는 전도사 역할도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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