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속 가야로… 함안 말이산 고분군, 세계유산 등재 눈앞
17일 리야드 세계유산위원회서 최종 선정될 듯
말이산 고분군, 아라가야 역사문화의 상징 평가
고대 국가 가야의 역사적 가치를 보여 주는 경남 함안군 말이산 고분군을 비롯한 7개 가야고분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눈앞에 두고 있다. 가야고분군이 우리나라에서 16번째로 세계유산에 등재되면 가야문화권이 ‘세계 속의 가야’로 재조명될 전망이다.
가야 문명 실증 독보적 증거
14일 경남도와 함안군 등에 따르면 17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리는 제45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가야고분군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최종 결정된다. 앞서 유네스코 자문ㆍ심사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ㆍ이코모스)는 한국의 ‘가야고분군’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할 것을 권고했다. 등재 권고를 받은 유산은 이변이 없는 한 등재된다. 최종 발표는 한국시간으로 17일 밤늦게나 18일 새벽쯤 날 것으로 보인다.
가야고분군은 1~6세기 중엽 한반도 남부에 존재했던 가야의 7개 고분군으로 이뤄진 연속유산으로 가야 문명을 실증하는 독보적인 증거로 평가받는다. 각 지역에 고분이 산재돼 있다는 사실은 가야가 1~6세기 한반도 남부에서 연맹 체제를 유지한 정황을 뒷받침한다. 고분의 석곽묘 형태와 봉토를 쌓아 올린 방식, 출토된 토기 등의 동질성은 가야 연맹의 결속과 지리적 범위를 알려준다.
말이산 고분군, 7개 가야고분군 대표
7개 고분군은 지산동 고분군(경북 고령군), 대성동 고분군(경남 김해시), 말이산 고분군(경남 함안군), 교동과 송현동 고분군(경남 창녕군), 송학동 고분군(경남 고성군), 옥전 고분군(경남 합천군),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전북 남원시)이다.
이 가운데 함안 말이산 고분군은 아라가야 대표 유적으로, 7개 고분군을 대표하는 경관과 위용을 자랑한다. 기원 전ㆍ후부터 6세기까지 가야고분군의 변화 양상을 연속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유일한 고분군으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현재 봉분이 확인된 184기 외에 봉분이 조성되지 않은 고분의 기수를 포함하면 1,000여 기가 분포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말이산 고분군은 아라가야의 찬란한 역사를 상징하는 보고(寶庫)이기도 하다. 고분군에서 출토된 다양한 유물은 아라가야 문화의 정수로, 찬란했던 문화를 보여줌과 동시에 고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주변국과의 관계를 잘 반영하고 있어 학술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2019년 발굴 조사된 함안 말이산 45호분은 말이산 고분군 최초의 대형봉토분으로, 아라가야의 화려한 금공예품 제작 기술이 반영된 봉황장식 금동관을 비롯해 집모양 도기, 배모양 도기, 사슴모양 뿔잔 등 상형도기와 말갖춤, 말안장, 투구, 큰칼 등의 철제 위세품, 옥 목걸이 등 268점의 유물이 완전한 상태로 출토됐다. 특히 보물로 지정된 상형도기는 아라가야인의 주거ㆍ생활ㆍ예술관을 보여주는 고고학적 자료로, 당시의 생활상을 복원하는 데 핵심적인 자료다.
이어 2021년 발굴 조사된 말이산 75호분에서는 가야고분군 최초로 거의 완형에 가까운 형태의 연꽃무늬 청자가 출토돼 큰 관심을 모았다. 중국 남조(南朝)에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최고급 청자가 아라가야 최고지배층 묘역인 함안 말이산 고분군에서 출토되었다는 사실은 5세기 후반 중국 남조와 아라가야가 교류하였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아라가야의 국제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유물이다.
함안군은 말이산 고분군의 세계유산 등재와 연계해 함안을 세계유산도시에 걸맞도록 조성하는 사업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말이산 고분군 경관 보존은 물론 주변 관광 수요 증가에 대비해 △왕의 정원 및 오색가야뜰 조성 사업 △가야놀이마당 조성 사업 △탐방안내센터 건립 사업 등을 추진 중이다. 또 역사도시로서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한 정비 육성 선도 사업도 준비 중이다.
7개 고분군 중 유일하게 올해 문화재청 세계유산 미디어아트 공모사업에 선정된 함안 말이산 고분군의 등재를 축하하고 세계유산적 가치를 국민들과 나누기 위한 각종 행사도 마련된다. 다음 달에 말이산 고분군 세계유산 등재 기념식을 비롯해 △미디어아트 페스티벌 ‘제국의 불꽃 아라’ △아라가야 학술회의 △아라가야 문화제 △말이산 별축제 등 다양한 행사가 개최된다. 내년에도 등재 1주년 기념행사를 열 계획이다. 조근제 함안군수는 “세계유산 등재에 빛나는 말이산 고분군의 가치 보존과 회복뿐 아니라 이를 국민들과 함께 향유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에도 힘을 쏟을 것”이라며 “함안군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역사문화 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함안= 이동렬 기자 dylee@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재명 단식장 앞 지지자 흉기난동... 경찰관 2명 부상
- [단독] 신학림 책 출판사 대표 소환… '한 권이 5000만원'인 경위 파헤치는 검찰
- "싸움 걸고 싶냐"...광수, 영철과 싸우고 낙동강 오리알 ('나는 솔로')
- 군대 나와 국대로…카바디에 빠진 미스코리아 우희준
- "우리 딸, 엄마가 미안해"… 아빠가 입양 보낸 딸 47년 만 눈물 상봉
- "손가락 붙고, 살갗 벗겨져"... '부산 목욕탕 화재' 경찰관에 동료 모금 이유는
- "저 나쁜 놈"... 최원종 얼굴 본 유족들 거센 욕설·항의
- 이번엔 푸틴이 북한 간다… 크렘린궁 “푸틴, 김정은 방북 초청 수락”
- 김기현 "개념 없는 연예인" 공격에 김윤아 "정치적 입장 아냐"
- '조은결군 스쿨존 사망' 버스 기사 징역 6년… "애기가 없어졌는데" 유족 오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