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 1947년 9월 어느 하루 부산의 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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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8월 15일 해방 이후 대한민국 정부가 서기까지 만 3년의 공식 한국사는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들의 회담 등 이권 대립과 국내 이념 갈등, 하루빨리 식민 잔재를 청산하고 자주국가의 기틀을 다지기 위한 여러 제도적 진전들로 채워져 있다.
전시를 제외하면 반만년 역사를 통틀어 가장 역동적인, 또 격렬한 대립과 갈등이 분출된 시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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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8월 15일 해방 이후 대한민국 정부가 서기까지 만 3년의 공식 한국사는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들의 회담 등 이권 대립과 국내 이념 갈등, 하루빨리 식민 잔재를 청산하고 자주국가의 기틀을 다지기 위한 여러 제도적 진전들로 채워져 있다. 전시를 제외하면 반만년 역사를 통틀어 가장 역동적인, 또 격렬한 대립과 갈등이 분출된 시기였다.
1947년은 미군정하의 남한 시민들은 창씨개명으로 얻은 일본식 이름을 버리고 본래 이름을 되찾아(조선성명복구령·1946~47) 새 호적부에 따라 ‘공민증’을 받음으로써, 한 해 뒤 출범할 대한민국의 주인, 즉 국민으로서의 법적 지위를 갖춘 해였다. 신탁 찬반을 둘러싼 좌우익 갈등 와중에도 그해 시장과 사회는 새 화폐를 중심으로 새로운 질서를 찾아갔고, ‘락희화학공업사(LG그룹 전신)’와 ‘현대토건사(현대건설 전신)’가 설립됐고, 국립 서울대가 첫 졸업생을 배출했다. 시간 거리가 그리 머지않은 특정 연도의 연표는, 베르톨트 브레히트가 말한 소외(소격)효과처럼, 지금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많은 것들을 낯설게, 새삼스럽게 보게 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작가 김숨은 새 소설 ‘잃어버린 사람(모요사)’으로 1947년 9월 16일(화요일) 부산의 평일 하루를 이야기로 복원했다. 강제징용을 당해 일본 전역의 탄광과 조선소, 제련소 등에 매여 있다 해방을 맞고도 여러 사정 때문에 고향에 못(안) 간, ‘그래도 굶지는 않는다’는 소문만 믿고 맨몸 빈손으로 모여든 이들의 처지와 사연들. 익명이라 해도 좋을 수많은 이들이 중심(주인공) 없이 부대끼고 흩어지고 엉키며 엮어낸 태피스트리. 가장 압축적이고 격렬한 정치 사회 문화의 공식 역사가 외면해왔고, 바로 그해 창간한 부산의 대표신문 ‘산업신문(국제신문 전신)’ 사회면에도 실리지 못했을 이들의 이야기가 거기 있다.
최윤필 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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