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여·야의 ‘개연정’… 개고기 식용 금지에 하나 됐다

박국희 기자 2023. 9. 15. 03:4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개 농장·식당 운영하면 처벌… 보상 문제가 쟁점

여야가 ‘개 식용 금지 법안’을 통과시키기로 하면서 앞으로 ‘개고기’가 사라지게 될 전망이다. 극단적 대립을 보여왔던 여야는 물론 대통령실까지 뜻을 모으면서 정치권에서는 ‘개연정(개+대연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회는 개고기 판매 상인들과 개 농장주들에 대한 업종 전환 및 지원 대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14일 “21대 국회에서 개 식용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도록 하겠다”며 “정부·여당에 제안한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특별법을 반드시 제정하자”고 했다. 현행법상 동물 학대 행위는 금지해도, 개를 도살하고 식용으로 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이 없어 논란이 됐던 부분을 법률화하겠다는 것이다. 김 부의장은 “업계와 종사자들의 업종 전환과 보상 문제에 대한 이견이 있었는데 이제는 민주당이 나서겠다”며 “개 농장과 음식점의 업종 전환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역시 당론으로 법안을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지난 8월 여야 의원 44명이 ‘개 식용 종식을 위한 초당적 의원 모임’을 발족시켰다”며 “천만 반려동물 시대에 이제는 개 식용 종식을 실천할 때”라고 했다. 개 식용 금지는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지난 대선 공약이었다. 김건희 여사 역시 적극적으로 개 식용 금지를 주장해 왔다.

그래픽=박상훈

‘개 식용 금지 법안’은 21대 국회 들어서만 여야 통틀어 7건이 발의됐다. 개·고양이의 도살·처리 및 식용 사용·판매 금지 행위를 위반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정부가 개 등 식용 판매 금지 조치로 인한 폐업 신고 및 업종 전환을 한 자에게 지원금 지급 등 필요한 시책을 수립·시행하도록 관련 근거를 신설하는 내용들이다.

하지만 법안 논의는 관련 상임위인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계류된 채 지지부진했다. 정부 역시 개고기를 생산하고 판매하는 이해 당사자들과 동물 보호 단체 사이에 다양한 이견이 존재하는 만큼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어 소극적인 입장이었다. 2022년 농림축산식품부의 ‘식용 개 사육·유통 실태 조사’에 따르면 국내 개 농장은 1156개, 전국 개고기 판매 음식점은 1666곳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2020년 말 기준 국내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전체의 30%인 600만 가구에 달하고, 2022년 정부의 ‘개 식용 대국민 인식 조사’ 결과 응답자의 55%가 개 식용을 중단해야 한다고 답하는 등 변화되는 국민 여론이 내년 총선을 앞둔 정치권의 행동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펫 인구’가 1000만명이 넘어가는 상황에서 선거를 앞두고 이들의 관심사에 정치권이 맞춰가려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에서는 개 식용 금지 법안을 ‘김건희법’으로 명명하고 나섰다. 김 여사는 지난달 개 식용 종식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시민단체 기자회견에 직접 참석해 “불법 개 식용은 절대 없어져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그간 국회나 정부에서 별 관심을 못 받았는데 최근 영부인이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동력이 커진 측면도 있다”고 했다.

법안 통과의 선결 조건은 피해 농가와 상인들에 대한 정부의 대책 마련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대선 토론 과정에서 “(개 식용은) 개인적으로 반대하지만 국가 시책으로 (금지)하는 것에 대해서는 많은 분들의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된다”고 했다.

대한육견협회는 개 식용 금지가 “오랜 시간 개 농장 운영으로 생계를 이어온 사람들의 생존권을 빼앗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전국육견인연합회 역시 “다른 동물은 먹어도 되고 개는 안 된다는 것은 모순”이라며 “개인의 식습관에 국가가 개입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반려견과 식용견을 분리하고 사육과 도축, 유통 과정을 합법적으로 관리해 줄 것을 주장하고 있다. 개 식용 금지 법안이 통과되는 과정에서 이들에 대한 보상 문제가 큰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성주 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통화에서 “피해 농가와 상인들에 대해서는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대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여야가 협의할 것”이라며 “다수의 국민들이 개 식용을 안 하고 반대 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외국과의 관계까지 고려하면 관련 법안을 진작 통과시켰어야 했다”고 말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도 “육견 농장주의 전업 지원 대책이나 피해 상인들에 대한 보상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