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칼럼] 뉴스타파 대표님께
나는 6년간 계속했던
뉴스타파 후원을 중단했다
여당의 ‘국가 반역’ ‘사형’ 운운엔
공포정치 불쾌감 느끼지만
사실 우선? 비당파성? 대안 언론?
피해자 코스프레 멈추고
후원자·국민에게 사과해야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시리라 봅니다. 이 글을 쓰는 제 마음도 더없이 무겁습니다.
저는 며칠 전 6년간 지속해온 뉴스타파 후원을 중단했습니다. 그 이유는 짐작하시겠지만 ‘김만배 녹취록’ 보도 사건입니다. 이 일로 뉴스타파는 자신의 존립 기반을 허물었습니다. 더 나아가 언론 전체의 신뢰를 훼손했습니다. 하지만 뉴스타파는 독선적 태도로 일관하며 권력의 언론탄압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확인된 사실들입니다. 대장동 의혹이 불거지던 2021년 9월 15일, 사건의 핵심인 김만배씨는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을 만났습니다. 그 자리에서 김씨는 ‘2011년 부산저축은행 불법대출 수사 당시 대출 브로커 조우형(대장동 자금책)씨의 부탁으로, 수사를 지휘하던 윤석열 주임 검사로 하여금 대장동 대출 비리를 덮게 했다’는 취지의 말을 합니다.
신씨는 6개월 후인 2022년 3월 4일 이 대화의 녹취록을 제보했고, 뉴스타파는 대선 사흘 전인 3월 6일 밤에 이를 보도했습니다. 일부 언론이 이 수사무마 의혹을 이미 보도한 바 있었고, 대선 토론회에서 이재명 후보가 윤석열 후보를 공격하기도 했지만, 녹취록의 등장은 차원이 다른 얘기였습니다. 친민주당 매체들이 앞다투어 이를 받았습니다. 보도의 누적이 사실을 구축하는 양, 카드 쌓기(card stacking) 저널리즘이 실천되었습니다.
검찰은 이 사건의 본질이 선거판을 흔들려는 날조였다고 보고 있습니다. 저는 부산저축은행 불법대출 수사부터 뉴스타파의 녹취록 보도까지 이 사건의 전모에 대한 판단은 아직 섣부르다고 봅니다. ‘국가반역’, ‘사형’, ‘폐간’ 같은 여당 측의 거친 언사에 대해선 그 논리가 무엇이건 야만적 공포정치의 불쾌감을 느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뉴스타파의 녹취록 보도에 심각한 결함이 있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해서는 안 될 보도였습니다. 보도 시점은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국민이 꼭 알아야 할 시급한 중대 사안이면 선거 당일에라도 보도를 하는 게 언론의 사명입니다. 문제는 그 시급함과 중대함이 사실(fact)에 의해 정립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뉴스타파는 녹취 내용을 사실로 볼 근거가 갖춰진 상태에서 기사가 나갔다고 주장합니다. 윤석열 후보, 조우형씨, 당시 담당 검사, 조씨의 변호인이던 박영수 전 특검에게 확인 절차를 거쳤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앞의 3인은 질의에 응하지 않았고, 박영수 전 특검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실패한 사실 확인 시도는 있었지만 사실은 확인된 바 없었습니다.
이에 뉴스타파는 72분짜리 원녹취록을 공개했습니다. 그러나 거기 담긴 건 지푸라기라도 잡으려 애쓰는 김만배 씨의 일방적 진술과 신학림 씨의 어설픈 맞장구가 다였습니다. 오인을 초래할 짜깁기가 있었음도 확인되었습니다. 뉴스타파는 이 녹취록과 일치하는 대장동 사건 관계자들의 증언이 있었는데, 검찰 수사 과정에서 그들이 말을 바꿨다고 주장합니다. 가능한 일입니다. 하지만 뉴스타파는 이 진실게임 상황을 뒤집을 보다 확실한 증언 내지 물증을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녹취록의 진실성을 입증하고 그에 대한 보도를 정당화하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뉴스타파는 윤석열 후보에게 결정적으로 불리한 김만배 씨의 진술을 선거 직전에 그대로 내보냈습니다.
설상가상 김만배 씨와 신학림 씨 간의 돈거래가 드러났습니다. 파문이 커지자 뉴스타파는 이를 전혀 인지하지 못했지만, 이 같은 거래는 언론 윤리상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사과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전형적인 논점 흐리기 및 꼬리 자르기식 사과였습니다. 언론 주변에는 의도를 지녔거나 과대망상에 빠진 이들이 꾀기 마련입니다. 뉴스타파는 이들의 잘못이 아닌, 이들을 걸러내지 못한 자신의 잘못을 사과해야 옳았습니다.
뉴스타파는 사과문에 “무엇보다 사실에 충실해야 한다는 ‘사실 우선의 원칙’과 결코 특정 진영의 편에 서지 않는다는 ‘비당파성의 원칙’을 일관되게 지켜왔습니다. 이 원칙은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것입니다”라고 적었습니다. 이 원칙들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섬뜩한 나르시시즘이 확인될 뿐입니다.
저는 뉴스타파의 꿈을 응원했습니다. 언론에 대한 회초리 역할을 지지했습니다. 거칠고 종종 야비한 고발 기사들을 인내하며, 그 관용이 우리 사회를 진전시키리라 믿었습니다. 하지만 여기까지입니다.
김용진 대표님. 뉴스타파가 잘못했습니다. 권력의 언론 탄압 코스프레를 멈추고 국민 앞에 사과하기 바랍니다. 후원자들과 언론 앞에 죄송하다고 말하기 바랍니다. 그것이 사과문의 원칙을 지키는 길입니다. 그것이 대안언론의 끝이 아닌 시작입니다. 그렇게 해주십시오.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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