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인권’ 대하는 韓·美 민주당의 차이
탈북민 출신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을 향해 민주당 의원들이 ‘쓰레기’라며 폭언을 쏟아낸 것은 일회성 해프닝으로 넘길 일이 아니다. 태 의원은 북한인권재단이 7년째 출범조차 못 하는 상황을 비판하다가 이런 소리를 들었다. 야권이 북한 인권 문제를 근본적으로 어떻게 인식하는지 보여줬다. 과거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반복될 일이다.
영국 주재 공사 출신 태 의원은 2018년 김정은의 강압 통치와 인권유린 현실을 고발하는 회고록을 출판했을 때도 ‘매국노’ 소리를 들었다. 당시 북한은 미·북 정상회담을 재고려하겠다며 문재인 정부를 위협하고 있었다. 다급한 민주당 의원들이 태 의원에게 “산통 깨지 말라”며 호통쳤다. 민감한 시기에 ‘최고 존엄’을 비판해 ‘평화 국면’을 방해하지 말라는 뜻이다. ‘평화 쇼’를 위해선 강제 노역, 공개 처형의 잔혹한 현실은 언제든 덮어둘 기세였다.
미국 민주당도 과거 중국 내 열악한 인권 문제에 눈감은 적이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011년 후진타오 당시 주석과 정상회담 뒤 “중국은 우리와는 다른 정치 체제, 다른 문화권을 갖고 있다”고 했다. ‘자국민을 억압하는 국가와 어떻게 협력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중국의 특수성’을 언급하면서 인권을 후순위로 미룬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중국이 서방과 경제 교류를 확대할수록 내부 시스템도 함께 개혁할 것이라고 믿었다. 최근 영국 이코노미스트 기자가 바이든 행정부 외교·안보 ‘사령탑’ 제이크 설리번 안보보좌관과 나눈 과거 대화를 공개해 화재다. 오바마 정부 당시 바이든 부통령을 보좌한 설리번은 “중국과 ‘기후변화’ 같은 진보 이슈를 두고 협력하려면 인권 이슈, 대만 문제 등은 크게 문제 삼지 않아야 한다는 논리가 백악관 내에서 득세했었다”고 했다. 중국이 민감해하는 부분을 눈감아 주면 다른 협상에선 전향적으로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는 것이다.
이론적으론 가능해 보였다. 그러나 ‘1인 체제’ 독재국가의 현실은 정반대로 갔다. 미국과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시진핑은 자국민 감시는 물론 위구르족 등 소수민족 탄압의 강도도 갈수록 높이고 있다. 설리번은 “중국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미 민주당은 전략이 실패한 것을 인정하고 진로를 수정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인권을 두고 전방위로 중국을 압박하는 건 이전 행정부의 ‘뼈아픈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반면 한국 민주당 인식은 수십 년간 제자리다. 북한 인권 문제를 외면한 것이 비핵화 협상에 정말 도움을 줬다고 생각하는지 민주당은 명확히 밝혀야 한다. 상식 있는 민주당 의원들은 이렇게 생각할 리 없다고 본다. 생각이 바뀌지 않은 사람들은 북한 주민들이 아닌 북 정권 입장에서 사고하는 데 익숙해진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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