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모퉁이 돌고 나니] “제게 속지 마십시오”

이주연 산마루교회 목사 2023. 9. 15.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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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치유센터 건립 기금 모금 자선음악회. /이주연 목사 제공

메시지를 열었다. “사도 바울의 말씀을 묵상하며 분초마다 반성합니다. 지난 죄들이 영화 필름처럼 낱낱이 떠올라 살날이 얼마 없는 이 늙은이 회개의 시간이 바쁩니다. 하나님 가장 가까이 계시는 목사님이 좋습니다.”

장로님, 이제야 답신합니다. 제게 속지 마십시오. 장로님이 하나님께 가장 가까이 계십니다. 저는 주께서 “목에 큰 맷돌을 매달고 바다에 빠지는 것이 낫다”는 자입니다. 자신에게 무사처럼 단호하신 장로님 모습이 제게 큰 칼이 되어 늘 저를 칩니다.

장로님께서 “대형 교회면 목회 잘하는 것이냐! 십자가 달고, 십자가 지고 목회해야지! 우리 아들 목사 위해 기도 좀 해 주세요” 하신 말씀도 이 새벽 저를 칩니다. 제가 큰 십자가 세웠다고, 십자가 지고 목회하는 것이겠습니까? 제가 땅 한 평 가지고 살지 않겠다 하고, 자식에게 유산도 물려주지 않겠다 한 것은 십자가가 전혀 아닙니다. 탐욕의 죄를 못 벗어 발버둥 친 것이었죠. 가장으로 아비로서 할 바를 다하지 못할 뿐입니다. 아드님은 좋은 목자, 명설교가입니다. 저는 오는 교인도 내쫓는 목사입니다. 어제도 아내가 제 설교 듣고 “교인들이 여기 잘못 왔나” 하겠다 합니다. 저는 어느 교계 방송국에 몇 년간 매주 내보내던 설교도 끊었습니다. 몇 년 동안 한 300편 설교도 방송국 홈페이지에서 내렸습니다. 제 딴엔 “오늘 예배 드리고 내일 죽더라도 천국 가게 해야지” 했는데, 준비도 은혜도 부족했습니다.

어느 큰 재단에서 후원해주셨습니다. 감사하나 그만 받겠다 정중히 사양했습니다. 하나님이 아니라 사람을 따르게 되어, 내가 더 타락할 것 같았습니다. 우리는 교회이지 복지 단체가 아니잖습니까! 어떤 분은 작은 교회가 지원받아 노숙인 돕는 게 낫지 않나 합니다. 그렇기도 하지요. 하지만 제 사랑이 부족하니 어쩌겠습니까. 게다가 우리 교회는 노숙인 성도만 있지 않습니다. 한때 소위 성장률 1위 교회였지요. 일반 교인도 있으니 우리가 할 수 있는 데까지 해야지요.

또 예배에서 한마디 했습니다. “우리 중에 없어서 죽을 사람 누구냐? 15년 전엔 잘 곳도 먹을 것도 없어서 모두 함께했다. 이젠 먹지 말라는 것 먹어서 망가진다. 예배 시간부터 지키자. 예배가 시작되면 문을 잠급니다.” 저는 늘 노래합니다. “나는 복지사가 아니다. 예배에 온 이는 노숙자가 아니다. 하나님의 거룩한 백성이다. 회개하고 거듭나자!” “세상에 노숙자 아닌 사람 어디 있나. 하나님 나라에 이르기 전까지는 다 노숙자다. 공동체에 들어와서 나와 함께 땀 흘려 자립 자활하자!” 이렇게 야단질하니, 도와주러 왔던 분들도 사랑 없는 목사라고 떠납니다.

그럴 때 독백을 합니다. “내 자식이라면 어찌하겠나? 사랑이 많으면 같이 살고, 집 한 칸이라도 줄여서 나누어 주시지요. 주께서는 가진 것 다 팔아서 나누어 주라 하셨는데!” 회개하지 않고 자선을 쌓는 영혼이 제일 위험합니다. 부족한 제가 겪었습니다. 이제사 사랑 없이 행하는 선행은 울리는 꽹과리에 지나지 않음에 회개합니다.

그제 중독치유센터 건립 평창 산골짜기 음악회에서 고백했습니다. “나는 성공할 생각은 없다. 오직 순종할 뿐이다. 나는 가나안에 들어가지 못한다. 광야에서 끝날 것이다.” 묵상 중 말씀이 임합니다. “돈에 속으면 집을 잃는다. 바깥 여자에게 속으면 집안에서 쫓겨난다. 목사에게 속으면 영원한 집에 못 들어간다. 이 목사에게 속지 말라!” 어느덧 동이 틉니다. 오늘 죽어도 천국 갈 하루를 사는 은총을 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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