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공급망 파트너 된 베트남, 10년 이상 혜택 볼 것”
“미국과 베트남이 최근 양국 외교 관계를 가장 높은 단계인 ‘포괄적 전략 동반자’로 격상시킨 것은 미국이 자신들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베트남을 중요한 국가로 인정했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베트남 경제는 미국과 중국의 체제 경쟁이 계속되고 미국의 공급망 재편 움직임이 가속화되면서 10년 이상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됩니다.”
베트남 투자 전문인 피데스자산운용 송상종 대표는 지난 13일 인터뷰에서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응우옌 푸 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이 만나 양국 관계를 격상시키고 공급망·반도체·희토류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합의한 데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송 대표는 36년 전 금융투자업에 투신했으며, 그가 설립한 피데스자산운용은 2007년에 베트남 호찌민에 사무소를 개설한 이후 베트남 주식 투자에 주력하고 있다.
―미국과 베트남이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가 됐다. 베트남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베트남이 그동안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맺은 나라는 한국·중국·러시아·인도 4국이었다. 이번에 미국이 포함되면서 5국이 됐다.
미·베트남 합의는 미국의 글로벌 공급망 재배분과 관련이 있다. 미국은 코로나 사태 이후 해외 제조시설을 미국 인근 멕시코 등으로 이전하는 ‘니어 쇼어링(nearshoring)’ 전략과, 미국과 친한 베트남·인도 등으로 옮기는 ‘프렌드 쇼어링(friendshoring)’ 전략을 추진해왔는데, 베트남이 미국과 잘 지내야 미국의 프렌드 쇼어링 파트너 국가로 지속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이번에 베트남에 준 것이다.”
―니어 쇼어링이나 프렌드 쇼어링 파트너 국가들의 경제 상황은?
“올해 전 세계에서 가장 좋은 주식 시장이 멕시코 시장이다. 인도도 2007년 이후 15년 동안 주식 시장이 좋은 편이다. 베트남 주가는 작년에는 많이 빠졌는데 올해는 지금까지 23% 정도 올랐다. 미국 나스닥과 멕시코를 제외하면 가장 강하다. 한국보다 더 강한 상승세이다.
베트남 주가는 경제 구조를 반영해서 움직이고 있다. 베트남의 경우 2017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높은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한 이후 미국 내 시장 점유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가장 많이 상승했다. 대만·인도·캐나다·한국·멕시코도 미국 시장 점유율이 증가했지만 증가율이 베트남보다는 낮다. 나는 이러한 현상이 이제 시작 단계라고 본다. 미·중 간 체제 경쟁의 산물이므로 향후 10년 이상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베트남 경제의 강점은?
“미국의 공급망 체계 속에서 중국을 잘 대체할 만한 수출 구조를 갖고 있다. 예를 들어 섬유·의복 같은 경우 미국의 월마트나 백화점 등은 그동안 중국에서 물건을 수입했다. 베트남은 2등이었지만 중국과 격차가 매우 컸다. 그런데 중국의 비중이 줄고 베트남 비중이 늘어나는 쪽으로 베트남이 중국을 대체해가고 있다.
베트남의 2022년 업종별 수출 비중을 보면 IT(컴퓨터와 휴대폰) 부문이 가장 크고, 기계장비·섬유의복·신발·목재상품·수산물 순이다. 앞으로 이 분야들이 미국 수출에서 점점 더 혜택을 볼 것이다. IT와 기계장비는 외국 기업들이 만들어 미국이나 유럽에 수출하고, 섬유·목재 분야는 베트남 국내 기업이 맡고 있다.”
―미국과 가까워지면서 중국과 교역에서 손해를 보는 것 아닌가?
“외국 기업들이 베트남 공장 건설 등에 투자하는 금액(FDI)이 올 들어 8월까지 181억달러로 1년 전보다 8% 증가했다. 싱가포르가 1위, 중국이 2위, 일본이 3위, 한국이 4위다. 중국 기업들이 베트남으로 공장을 이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미국의 제재로 미국과 유럽 지역 직수출이 어렵기 때문이다. 또 베트남 수입 1위국은 중국이다. 그래서 베트남 경기가 좋으면 중국이 베트남에 수출하는 원자재도 늘어나고 있다.
게다가 베트남은 2차 대전 이후 여러 나라와 전쟁을 한 경험 때문에 미국이나 중국 어느 쪽에 치우치지 않는 중립 외교를 고수하면서, 외교와 경제를 분리시키고 있다. 미국과 경제 관계가 개선된다고 해서 그것이 중국의 보복으로 이어질 것 같지는 않다.”
―올해 베트남 주가 전망은?
“괜찮을 것 같다. 베트남 증시는 중요한 변곡점에 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가장 혜택을 많이 받는 나라인데 반해, MSCI 신흥시장 지수에 편입되지 못했기 때문에 아직 저평가된 상태이다.
한국에서는 올 들어 연기금들이 중국 주식 투자 비중을 줄이고 베트남 비중을 늘리고 있다. 투자자들이 유의해 보는 종목은 미국의 공급망 재편으로 장기간 혜택을 보게 될 섬유·의복·신발·목재 등 수출 주력 기업 가운데 저평가된 기업이다. 금융업 가운데에는 보험업이 상승 여력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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