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261] 人性의 소멸
물은 생명의 원천, 불은 문명의 토대다. 그러나 둘이 일으키는 파괴적 작용도 만만찮은 모양이다. 한자 세계에서 물과 불은 수화(水火)라는 말로 흔히 적는데, 옛 중국인들 기억에선 재앙이나 재난을 의미할 때가 많다.
민생의 험난함을 수심화열(水深火熱)이나 수화지중(水火之中)으로 적는 사례가 우선 그렇다. 아울러 물이 번져 질퍽거리는 땅[塗], 숯불이 이글거리는 길[炭]을 합쳐 ‘도탄’이라고 한다. 홍수와 가뭄, 전쟁을 뜻하는 병화(兵火)의 요소가 들어 있다.
그런 물과 불의 재앙 요소가 한데 모인 글자가 있다. ‘없애다’ ‘사라지다’라는 새김을 지닌 멸(滅)이다. 앞의 ‘삼 수(氵)’를 뺀 원래 글자 혈(烕)은 ‘전쟁’ 요소[戉]와 불[火]이 함께 등장하는 꼴이다. 그 뜻은 역시 ‘멸’과 같다.
거기다가 물을 뜻하는 ‘삼 수’가 보태져 한자 ‘멸’은 불 또는 전쟁, 더 나아가 물까지 합세해 대상을 없애거나 사라지게 하는 뜻의 글자로 발전한다. 따라서 이 글자가 붙는 단어들의 의미가 심상찮다. 우선 소멸(消滅)이다. 작고 희미해지다가 사라지는 현상이다. 닳아서 형태가 무너지면 마멸(磨滅), 아예 끊겨 없어지면 절멸(絶滅)이다. 깨뜨려 없애면 파멸(破滅), 헐어서 망치면 훼멸(毁滅), 자취나 흔적을 아예 없애면 민멸(泯滅)이다.
중국의 유명 가수가 얼마 전 러시아 찬양 노래를 불렀다. 그러나 장소가 문제였다. 1년여 전 우크라이나 도네츠크를 침범한 러시아가 폭격해 사상자가 600여 명 발생한 마리우폴 극장 폐허였다. 비극 현장에서 가해자 찬양 노래를 부르다니….
현대 중국의 큰 문제는 인성(人性) 타락이다. 수많은 어린이도 사망한 현장에서 전쟁 범죄를 찬양한 행위는 그 점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중국인들의 좋았던 품성은 어느덧 사라졌다. 소멸일까, 마멸일까. 아니면 파멸이자 훼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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