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교권 위기’ MZ교사 결집… 교사노조 조합원 2배로
조합원 11만여명… 전교조의 2.7배
14일 교사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말 5만5708명이었던 조합원 수는 13일 현재 11만6493명이다. 8개월 만에 6만785명(109%)이 급증한 것. 교사노조는 2016년 전교조의 운영에 비판적이었던 교사들이 전교조를 탈퇴한 뒤 설립한 서울교사노조가 전신이다. 2017년 12월 363명이 교사노조로 출범했고, 2021년엔 조합원이 4만5098명까지 늘어 전교조(4만3756명)를 추월했다. 현재는 전교조의 약 2.7배로 커진 셈이다. 각 단체가 밝힌 숫자로는 이전까지 국내 최대 교원단체였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의 10만4714명도 넘어섰다. 다만 중복 가입자, 교총의 교수 조합원 등을 고려하면 단순 비교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특히 서이초 사건은 교사노조에 교사들이 몰리는 기폭제가 됐다. 설립부터 서이초 사건(7월 18일) 전까지 월평균 900여 명 수준이던 교사노조 신규 가입자는 사건 이후 월평균 1만7400여 명(1900%)으로 폭증했다. 서이초 사건 당일 8만1580명이었던 조합원은 9월 13일 현재 3만4913명(42.8%)이 늘었다. 김용서 교사노조 위원장은 “정치적 색깔이 강한 전교조나, 교장과 교감 중심의 교총과 달리 교사들의 목소리를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조직이라는 기대가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젊은 교사들, 정치색 덜한 실용노조로 몰려… 2030이 66%
결집하는 MZ교사
초등교사 가입자 증가세 가팔라
“교권보호 울타리 필요성 커진듯”
교사노조는 기존 교원단체와 달리 20대(27.8%)와 30대(38.2%) 조합원 비율이 총 3분의 2에 이른다. 교총, 전교조 등 다른 교원단체들이 40, 50대가 중심인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두드러진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MZ세대 교사들은 노조에 관심이 없었지만 최근 혼란스러운 학교 현장을 경험하며 자신을 보호해 줄 울타리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 화명초 차유라 교사(26)는 “무고한 아동학대 신고로 직위해제까지 당하는 동료 교사들을 보며 가입을 결심하게 됐다. 법률 자문이나 변호사 지원 등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교사노조의 성장은 학교 현장의 변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정치색이 강한 전교조는 소속 교사들이 “미국이 6·25전쟁을 유도했다” 등의 발언을 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교총에 많이 소속된 교장, 교감들은 악성 민원 등 교권 침해에 소극적으로 대응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교사노조 소속 교사들은 정치색은 덜하고, 교사 권익을 중요시해 이런 논란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박주형 경인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젊은 교사들은 정치적 프레임에서 벗어나 수당 등 처우 문제부터 학교폭력 대응 부담 완화 등 실용적인 부분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16일 재개되는 국회 앞 교사 집회에서도 교사노조는 교권 보호 관련 법안의 국회 통과 등을 요구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이날 공교롭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전교조 집회도 열리면서 교사 집회가 정치적 집회나 반(反)정부 집회로 변질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초교 교사는 “두 달간 이어진 교사들의 집회가 국민과 정부의 공감을 받은 것은 정치 구호를 배제하고 법을 엄격히 지켰기 때문”이라며 “교사들 내부에서도 변질을 경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9월 4일 서이초 교사의 49재 때도 교사노조는 정치적 구호나 반정부 투쟁을 엄격히 금지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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