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광장]행복의 조건
부모가 자녀에 대해 신경 쓰는 것은 성적과 진학 그리고 취업이다. 좋은 성적을 거두고 수능에서 고득점을 얻어 좋은 대학에 진학해 스펙을 쌓고 대기업에 취직하는 것이다. 이것을 위해 전력투구한다. 어쩔 수 없는 사회 시스템이기도 하고 사회적 인식이기도 하다. 어린아이 때부터 경쟁 속에 뛰어들게 만들고 쉴 틈 없이 달리게 만든다. 그 속에서 아이들이 감당하는 스트레스는 그들을 상처 입고 멍들게 한다. 그러는 속에 인격함양과 사회적 인간에 대한 성찰은 언제나 개인의 몫이 돼버리고 만다.
성공과 행복의 조건은 무엇일까. 우리는 목표를 위해 노력하고 경쟁해서 쟁취하면 행복할 것이라고 확신하지만 정작 행복을 느끼는 마음의 중요성은 쉽게 간과한다. 그것을 얻으면 행복할 것 같았으나 그것을 얻고 나니 행복은 잠시 잠깐이고 또 다른 목표가 앞에 나타날 뿐이다.
언제까지 행복을 좇아야 할까. 우리는 그 행복을 좇아 생을 마감할 때까지 방황한다. 그래서 늘 불만족 속에 살아가는 우리는 매사에 쉽게 짜증이 나고 신경질적이 된다. 그러한 성격이 사회생활에 보탬이 될 리 없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물어봐도 답이 없는 공허한 질문일 뿐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삶의 비밀을 깨달은 모든 이가 전하는 그 행복이라는 것은 바로 '지금 여기!'다. 어떠한 조건이나 특정한 때가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 살아숨쉬는 그대가 바로 행복한 존재라는 것이다. 그것을 성찰하는 것이 하나님의 은총이고 부처님의 가피며 깨달음이다.
종교라는 것은 이런 성찰의 해석일 뿐이다. 천문학자들은 우주에 있는 별의 개수가 지구상의 모든 모래알 수보다 많다고 한다. 그 많은 별을 맴도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 행성들을 관찰하며 생명체가 있을 가능성을 찾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러한 행성을 찾는다 해도 수백 년 안에 인류가 그곳에 간다는 것은 요원한 일이다. 생명이라는 것은 이처럼 기적적인 현상이다. 그 외에 더 특별하고 고귀한 일을 다시 찾아헤매는 것은 황금을 품에 지니고 구걸하러 다니는 것과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살 수는 없는 것이 우리네 삶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하건 불안한 마음으로 갈등한다면 안정된 삶을 살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그래서 좋은 대학을 가고 대기업에 취업하는 것 이전에 정서적 안정이 기본바탕이 돼야 하는 것이다. 오늘날 학생들이 과도한 스트레스에 내몰린 상황에서 그것을 이겨나갈 정서적 안정을 심어주지 않는다면 벼랑 끝으로 내모는 것과 같은 것이다. 단편적으로 자녀의 행복을 가정하고 앞뒤 안 보고 자녀를 보챈다면 사랑하고 아끼는 자녀를 불행의 나락으로 빠뜨리는 것과 같다. 남들 보기에 부끄러워서 자녀를 원망하고 남들이 부러워하니까 자녀의 고통은 자랑스러운 것인가. 이 얼마나 어리석은 생각인가. 자녀에게 성공할 길만을 가게 할 것이 아니라 실패했을 때 다시 일어설 용기를 심어주는 것이 더 지혜로운 선택이 아닐까.
대한민국의 행복지수가 낮은 것은 가지지 못해서가 아니라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을 당연시 여겨서 일 것이다. 위대한 사람의 삶에 고난이 빠질 수 없다. 그 고난은 훈장처럼 그 사람을 더욱 빛나게 만드는 수식이 된다. 우리 역시 고난을 피할 수 없다. 평범하든 특별하든 말이다. 그 고난이 우리 삶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반전의 대서사시가 되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의 선택이다. 실패와 좌절을 두려워하지 않고 그것을 받아들이고 용기 있게 나아가는 대장부라면 신이나 부처 나부랭이가 무어에 필요하겠는가.
계절이 변하고 있다. 삼복더위도 지나 흰 이슬이 맺힌다는 백로를 지나 기러기가 날아오고 새들이 먹이를 저장하는 시기다. 곧 민족의 명절로 불리는 한가위도 다가온다.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하듯 지금보다 궁핍하던 시절에도 풍성했던 계절이다. 자신과 가족 그리고 이웃에게 따뜻한 안부의 말을 전하기 좋은 계절이기도 하다. 작은 떡이나 빵을 선물하며 인사를 전한다면 금상첨화가 아니겠는가.
혜원 대한불교조계종 조계사 사회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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