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 소리치면 피해"···황당 '인간 경보기'에 伊인부들 '참사'

김태원 기자 2023. 9. 15.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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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에서 작업 중이던 선로에 열차가 달려와 인부 5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시속 160㎞로 달리는 고속열차에 대한 사고 예방책이 고작 '인간 경보기'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열차가 작업 중인 선로를 지나갈 것이라는 사실을 RFI 직원은 미리 알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난달 30일 오후 11시47분께 브란디초역 인근에서 야간 선로 교체 작업 중이던 인부 5명을 열차가 덮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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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열차 사고로 숨진 인부 중 한 명인 케빈 라가나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사고 30분 전 토리노 외곽 브란디초역 인근에서 선로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이탈리아에서 작업 중이던 선로에 열차가 달려와 인부 5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시속 160㎞로 달리는 고속열차에 대한 사고 예방책이 고작 ‘인간 경보기’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이탈리아 공영방송 라이(Rai)의 Tg1 뉴스는 사망자 중 한 명이 사고 직전 자신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린 짧은 동영상을 입수해 공개했다.

이 동영상은 사망자 가운데 가장 젊은 케빈 라가나가 촬영한 것으로 사고 발생 불과 30분 전의 모습이 담겼다.

이 영상에는 "여러분, 제가 '기차'라고 하면 저쪽으로 가세요"라고 말하는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들린다. 이탈리아 일간지 라스탐파는 목소리의 주인공이 이탈리아 철도 관리 회사 RFI의 직원인 안토니오 마사라고 설명했다.

열차가 작업 중인 선로를 지나갈 것이라는 사실을 RFI 직원은 미리 알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RFI 직원이 '인간 경보기' 역할을 했지만 참사를 막을 수는 없었다.

이탈리아 소방관들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토리노 외곽 브란디초역 인근 열차 사고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달 30일 오후 11시47분께 브란디초역 인근에서 야간 선로 교체 작업 중이던 인부 5명을 열차가 덮쳤다.

당시 열차는 시속 160㎞의 고속으로 달리고 있었다. 열차가 연착하면서 예정된 시간보다 늦게 도착한 점도 참사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

사망자 5명은 모두 RFI의 하청업체 소속이다. 같은 하청업체 소속이지만 작업팀 감독자와 해당 RFI 직원은 목숨을 건졌다.

이탈리아 안사(ANSA) 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RFI 직원이 관제센터로부터 세 차례나 작업 승인을 거부당했음에도 작업을 강행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수사관들은 이러한 안전 수칙 위반이 이번 한 번에 불과한 것인지 아니면 반복된 행태였는지 조사 중이라고 통신은 덧붙였다.

김태원 기자 reviv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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