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나는 참상…대립 정부도 협력 모색

<앵커>

대홍수가 난 리비아 동부에 물이 빠지기 시작하면서 참혹한 현장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사망자가 2만 명을 넘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보도에 김경희 기자입니다.

<기자>

수마가 할퀴고 지나간 리비아 동부 항구도시 데르나는 온통 진흙탕입니다.

물에 휩쓸린 차량들은 휴지처럼 구겨져 여기저기 널려 있습니다.

얼마나 물살이 거세고 높이 차올랐던지, 2층 난간에 거꾸로 처박힌 차량까지 있습니다.

잔해 속에서 시신을 발견할 때면 실종된 가족을 애타게 찾던 이들은 슬픔으로 무너집니다.

가족을 잃은 이들의 절규는 국경을 넘어 이집트에서도 이어졌습니다.

[유족 : 당신은 왜 우리를 떠났나요. 이제 아이 4명은 누가 돌보나요.]

이 마을에서만 일자리를 찾아 리비아로 떠났던 청년 70여 명이 주검으로 돌아왔습니다.

[하산 압델 사레힌/아들 4명을 잃은 이집트인 : 지난 목요일 아들이 전화했어요. 아이들에게 옷도 사주고 이집트로 오겠다고 했는데, 이렇게 죽어서 돌아왔네요.]

리비아 홍수로 지금까지 확인된 사망자만 6천 명이 넘는데, 가장 큰 피해가 발생한 데르나 시 당국은 사망자가 2만 명에 달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리비아 의료진 : 우리 가족, 형제들 셀 수 없이 많은 사람이 희생됐습니다. 신이시여….]

리비아의 참혹한 상황에 국제 사회는 구조팀을 급파하고 구호품 지원에 나섰습니다.

동부와 서부로 각각 나뉘어 대립해 온 리비아의 2개 정부도 이번 참사를 계기로 구호를 위한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고 외신은 전했습니다.

(영상편집 : 박진훈)

김경희 기자 kyung@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