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 없이 날린 골프공, 사람 맞히면 과실 80%
골프 경기 중 공으로 사람을 맞힌 가해자의 책임을 80%까지 인정한 법원 판결이 나왔다. 기존 판례에선 가해자 책임이 60% 수준이었다.
14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대구지법 영천시법원 김정도 판사는 최근 캐디 A씨가 동료 캐디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B씨가 A씨에게 치료비와 위자료 등 41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지난 2020년 6월 경북의 한 골프장에서 캐디로 일하던 A씨는 동료 캐디인 B씨를 포함한 3명과 함께 다른 골프장에서 경기를 치렀다. 이들 4명은 모두 골프 초보자였다고 한다.
함께 골프를 치던 B씨가 공을 벙커에 빠뜨린 뒤 벗어나지 못하는 등 유독 난조를 보이자, A씨 등은 B씨에게 “공을 집어 카트를 타고 자리를 옮긴 뒤 경기를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B씨도 이에 동의했다. 하지만 40m 전방에서 B씨를 기다리던 A씨가 돌연 쓰러졌다. 뒤에 있던 B씨가 친 골프공이 A씨의 머리를 강타한 것이다. A씨는 병원에서 두개골 골절이 없는 뇌진탕 진단을 받았다.
A씨는 B씨에게 민·형사상 소송을 걸었다. A씨는 “B씨가 (자리를 옮기기로 한) 약속을 어기고 공을 쳤으며, 앞에 있는 사람들에게 사전 경고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B씨는 “그런 약속한 적이 없고, 캐디 경력만 10년 이상인 A씨가 공을 치는 사람 앞에 있는 상황의 위험성을 알고도 조심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민사 소송 과정에서도 B씨 측은 “과거 판례 2건에선 타구(打球) 사고 가해자의 책임을 60%로, 피해자 과실을 40%로 인정했다”며 손해배상금 최고치를 180만원으로 제시했다.
A씨는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법률 자문을 요청했다. 공단 측은 사고 경위 등에 따라 과실비율이 조정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공단 측 유현경 변호사는 “이번 사고는 B씨가 (위치를 옮기자는)약속을 어긴 채 A씨 일행이 전방에 있는데도 아무런 경고 없이 골프공을 친 것”이라며 “(사전 약속 없이)피해자들이 타구자 앞으로 나갔던 과거 판례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결국 김 판사는 A씨의 과실을 20%로, B씨의 과실을 80%로 인정해 B씨가 위자료 350만원과 치료비 등 60만원을 A씨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B씨는 지난 2022년 형사 소송에서도 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돼 벌금 70만원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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