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km 사막마라톤 20번 넘게 완주… 왜? 재밌으니까요”[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1990년대 말 아프리카 리비아에서 건축 설계사로 일할 때 방송으로 사막을 달리는 사람들을 보고 ‘나도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죠. 건축 일에서 비전을 찾지 못하고 한국에 돌아와서 2001년부터 달리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2002년 사하라사막으로 떠났죠.”
“첫 도전 땐 정보를 몰라 양말을 잘못 신어 고생을 했죠. 얇은 속건 양말을 신어야 하는데 양말을 구할 수 없어 다소 두꺼운 것을 신었죠. 신발도 좀 커야 된다고 생각했는데 안에서 발이 놀면서 모래와 섞이다 보니 5일 차엔 발바닥 전체가 물집이 잡혔고 피부가 다 떨어져 나갔죠. 그래도 붕대로 감고 완주했습니다.”
체중이 90kg을 넘었던 그는 사막마라톤 준비와 완주를 하면서 67kg까지 빠졌다. 평생 달려보지 않던 그는 걷기로 시작해 1km, 5km, 10km 등 천천히 거리를 늘렸다. 그는 “5km를 넘길 때가 가장 힘들었다. 10km를 넘긴 뒤에는 20km, 30km까지 쉽게 거리를 늘렸고 40km, 50km 장거리 달리기를 거의 매일 했다. 대회를 앞두고는 산도 달렸다”고 했다.
사막마라톤은 ‘지옥의 레이스’로 불린다. 사하라는 섭씨 50도가 넘는 모래 위를 달린다. 모래바람도 이겨야 한다. 사하라마라톤 첫 출전 때는 자고 일어나면 모래 속일 정도로 바람이 많이 불었다. 고비사막은 계곡과 산, 사막을 건넌다. 아타카마는 해발 4000m를 넘는 고지를 달려 고산증을 극복해야 한다. 남극마라톤은 추위와의 싸움이다. 한마디로 극한을 모두 모아 놓은 대회다. 유 대표는 “극한과 싸우는 것 같지만 사실은 자연에 순응하는 과정이다. 이기려고 하는 게 아니라 대자연에 적응하면서 앞으로 나가는 것이다. 매일 달릴 거리를 무사히 완주하면 ‘오늘도 자연과 하나가 됐다’는 성취감과 안도감이 밀려온다”고 했다.
첫 대회는 준비가 부족했지만 2003년 다시 사하라사막을 찾을 때부턴 장비를 제대로 갖췄다. 유 대표는 사하라와 고비, 아타카마, 남극을 완주하는 세계 사막마라톤 그랜드슬램을 2007년에 처음 달성했고, 2013년 두 번째 그랜드슬램을 완성했다. 그랜드슬램 2회는 세계에서 그가 유일하다. 50km, 100km, 160km 울트라마라톤은 물론이고 9박 10일간 560km를 달리는 호주 아웃백 레이스 등 세계의 극지 마라톤은 거의 다 참가했다. 그래서 ‘오지 레이서’란 별명도 얻었다.
2013년부터는 사막마라톤에 참가하면서도 국내에서 산악마라톤인 ‘트레일러닝’ 대회를 기획해 만들었다. 2014년에 코리아 50K 프리레이스를 개최했고, 2015년엔 경기 동두천에서 코리아 50K를 만들었다. 영남 알프스 트레일러닝(현 울주 트레일 나인 피크)도 그의 작품이다. 11월 열리는 울릉도 트레일러닝 대회도 3회째다.
“트레일러닝은 사막, 산악 등을 달리는 것입니다. 제가 해외에 나가면서 보니 국내에도 자연 속을 달리고 싶은 사람들이 많았어요. 처음엔 일부 사람들과 사막마라톤에 함께 출전했는데 어느 순간 다른 사람들에게도 자연과 함께하는 순간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죠. 아직은 일부 마니아들이 참여하는 수준이지만 자연을 달리며 기뻐하는 것에 뿌듯함을 느낍니다.”
4년간 대회 개최 등 사업에 집중하느라 다시 체중이 조금 늘었다. 하지만 꾸준히 달리고 있었고 최근 집중 훈련으로 몸을 4년 전의 80% 상태로 만들었다. 그는 “사막에 가면 모두가 존중받는다. 도전 그 자체에 박수를 보낸다. 우승 등 순위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4년 만의 도전, 벌써 가슴이 설렌다”며 웃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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