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선] 자동차 본고장의 위기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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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까지 변화 시도를 했는데도 소비자 호응을 얻지 못한다면 모터쇼의 미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독일 뮌헨에서 지난 5∼10일(현지시간) 'IAA 모빌리티 2023'이 열리기 직전 한 독일차 관계자가 전한 말이다.
IAA를 주최한 독일자동차공업협회는 주말 하루에만 10만명 이상이 오픈스페이스를 찾았고, 시승이 8500회 이상 이뤄질 정도로 성황을 이루며 많은 관객의 참여를 이끌어냈다고 총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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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까지 변화 시도를 했는데도 소비자 호응을 얻지 못한다면 모터쇼의 미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전시장 내부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메세(박람회장)에서 가장 크고 잘 보이는 부스 순서대로 메르세데스-벤츠, BMW, 폭스바겐 등 독일을 대표하는 완성차 기업이 차지하는 것이 그간의 암묵적 규칙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가장 큰 규모의 부스를 중심부에 운영한 업체는 다름 아닌 중국 BYD였다. 중국 배터리 기업 CATL과 EVE에너지도 작지 않은 규모의 부스를 마련했다. 40여개의 중국 완성차와 부품사 등이 이번 IAA에 참여했다. 대부분 몇 년 전만 해도 모터쇼에서 볼 수 없었던 기업들이다.
자동차 업체가 아닌 삼성과 LG도 이번에 처음으로 IAA에 참가했다. 차량용 반도체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 전장(자동차 전기·전자 장비) 사업을 소개하기 위해서다.
이는 모두 자동차 본고장 독일에서 과거와 달라진 자동차 산업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업계 관계자는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시절에는 전시장 자체가 독일 기업 중심으로 굉장히 폐쇄적으로 구성됐고, 완성차와 부품사의 관계도 수직적인 모습이었다”며 “이번 IAA에서 배터리·전장 업체가 과거 부품사의 위상과는 완전히 달라진 것을 느꼈다”고 전했다.
예상보다 빠른 시장 변화에 따라 독일 자동차 산업이 위기를 맞았다는 진단도 쏟아지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수십 년 동안 최첨단 자동차 기술과 뛰어난 디자인을 의미했던 ‘메이드 인 저머니’ 시대가 저물고 중국 전기차의 발전 속도를 따라잡아야 하는 ‘차이나 스피드’가 떠오르고 있다고 평가했다. 물론 아직까지 중국 기업의 독일 안방 침공은 저가의 보급형 전기차 시장에 한해서고, 고급 내연기관 차량은 독일 기업의 강점을 갖고 있다. 독일에서 유럽연합(EU)의 ‘2035년 내연기관차 퇴출’ 목표를 늦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시간을 무한정 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소 늦게 변화에 올라탄 독일이 앞으로 자동차 시장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지켜볼 일이다.
백소용 산업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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