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POINT] '비꼬는 건가, 진심인 건가' 클린스만, "이렇게 많이 환영해주다니"
[인터풋볼=박지원 기자(인천공항)] 과연 환영해주러 간 걸까.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진정한 뜻은 무엇일까.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및 코치진과 대한민국 국내파 선수단은 14일 오후 KE908편을 타고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귀국했다. 9월 A매치에서 유럽 원정을 떠났고, 웨일스(FIFA 랭킹 35위·0-0 무승부)와 사우디아라비아(FIFA 랭킹 54위·1-0 승리)를 상대로 1승 1무를 기록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 2월 말에 부임했고, 지금까지 최악의 성적표를 기록했다. 콜롬비아와 2-2 무승부, 우루과이에 1-2 패배, 페루에 0-1 패배, 엘살바도르와 1-1 무승부 등으로 6경기 1승 3무 2패다. 피파랭킹이 모든 걸 대변하진 않지만, 어느 정도 전력을 가늠할 수 있다. 특히 엘살바도르는 현재 기준으로 75위인데, 그 상대로도 승전고를 울리지 못했다.
문제는 결과뿐만이 아니다. 경기력도 시원치 않았다. 또 한 번의 황금세대를 구축한 대표팀 선수단인데, 감독의 무능으로 졸전을 이어가고 있다. 9월 A매치에서도 달라진 것은 없었고, 5연패를 기록 중이었던 사우디를 겨우 잡아낸 수준에 머물렀다.
지도 능력이 없는 것에 머물지 않았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휘봉을 잡은 이래 국내 체류 기간이 70일도 안 되며 'ESPN' 스튜디오 분석가, 분데스리가 앰버서더, 유럽축구연맹 자문위원 등 본업 외에 부업 활동을 많이 하고 있다. 본인은 '워크홀릭'이라고 하지만, 정말 집중해야 할 일부터 제대로 신경 쓰고 있는지 의문이다. K리그 선수들을 보러 간 것도 K리그1 10차례, K리그2 1차례가 전부다. 그 많은 경기가 시간차를 두고 펼쳐졌음에도 잦은 외유로 인해 꼼꼼히 점검되지 않았다.
엄청난 비난이 쏟아지고 있자, 사우디전 이후 급하게 한국행을 택했다. 원래 클린스만 감독은 한국을 방문할 계획이 없었다. 대한축구협회(KFA)에 따르면 금주 바이에른 뮌헨과 레버쿠젠의 분데스리가 경기를 참관하려고 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당황스러운 답변을 여러 차례 내놓았다. 오랜만에 한국에 온 소감을 묻자 "여러분들을 영국에서 봤다면 더 좋았을 거로 생각한다"라며 알 수 없는 대답을 했다.
일정을 갑자기 바꾼 이유에 대해서는 "당신들이 요청했기 때문이다"라며 웃은 뒤 "많은 분이 나를 기다린다는 얘기를 들어서 오게 됐다. 독일이나 미국에서 일할 때는 이렇게 해외에 다녀올 때 이 정도로 많은 분이 환영해주는 경우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새롭다. 특히 이런 친선경기 이후에 많은 분들의 환영을 받는다는 게 새로운 경험이다"라고 밝혔다.
이날은 환영의 자리가 아니었다. 많은 취재진이 모인 것은 클린스만 감독의 생각이 도대체 무엇인지를 듣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팬들도 보이긴 했지만, 국내파 선수들을 반겼을 뿐 클린스만 감독에게는 관심도 없었다. 더불어 공교롭게도 아이돌 그룹 스트레이키즈가 입국하는 날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클린스만 감독이 진심을 담아 한 말인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어쩌면 비꼬는 걸로 해석할 수 있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미 비판 여론을 인지하고 있었다. 취재진이 모인 것에 대한 이유도 분명히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환영'이라는 단어를 썼다.
클린스만은 더 얹어 현재 상황에서 응원까지 원했다. "일단 큰 대회가 끝나고 다음 대회를 준비할 때까지 긍정적인 여론과 반응을 팀이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성공할 수 있다. 내부적으로 우리가 아무리 강하게 뭉치고, 외부에 긍정적인 메시지를 던지더라도 외부에서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되거나 하면 팀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긍정적인 여론, 긍정적인 분위기에서 우리와 선수들이 에너지를 받는다. 국가대표팀은 결국 국민의 팀이고 국가를 대표하는 그런 팀이기 때문에 그런 긍정적인 분위기가 상당히 도움이 된다"라고 했다.
본인이 바뀌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
사진= 게티 이미지,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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