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한의말글못자리] ‘축제’라는 말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바야흐로 축제의 계절이 돌아왔다.
각 단체가 특징을 부각하고 실적을 쌓기 위해 경쟁하듯 만들었는데, 실제 과정과 내용을 보면 축제라기보다 실리적 목적으로 벌이는 행사, 곧 '이벤트'에 가까운 경우가 많다.
물론 축제의 모습이 일정하지 않고 옛것을 그대로 따름이 최선도 아니나, 그 개념에 부합하는 무엇을 찾기 어려운 '관제 행사'가 다수이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축제(祝祭)는 축하의 제전이다. 그것은 인류가 아득한 예로부터 뜻 깊은 일을 기념하던 제사에서 비롯되었다. 공동체 구성원들이 일정한 때와 장소에 모여 초월적 존재에 감사하고 안정과 번영을 축원하며 함께 놀았기에 ‘잔치’와 ‘놀이’의 성격도 아울러 지니고 있다. 그래서 올림픽이 고대 그리스의 제우스 제전에서 비롯되었듯, 축제는 운동 경기, 연극을 비롯한 여러 예술, 한가위(추석) 같은 세시 풍속 등의 기원이 되었다. 세월이 흐르며 많이 바뀌었지만, 그것은 기독교 문화권의 카니발(사육제), 한국의 단오제 따위에 그 원형적 모습이 남아 있다.
한국에서 ‘축제’가 흔해진 것은 기초 지방자치단체가 구성된 1990년대 후반부터로 보인다. 각 단체가 특징을 부각하고 실적을 쌓기 위해 경쟁하듯 만들었는데, 실제 과정과 내용을 보면 축제라기보다 실리적 목적으로 벌이는 행사, 곧 ‘이벤트’에 가까운 경우가 많다. 물론 축제의 모습이 일정하지 않고 옛것을 그대로 따름이 최선도 아니나, 그 개념에 부합하는 무엇을 찾기 어려운 ‘관제 행사’가 다수이다. 연예 공연으로 사람을 모으며 칸막이를 여럿 해놓고 전시나 판매에 치중하는, 지역민은 단지 ‘먹고 노는 판’의 손님에 불과한 예도 여럿 보았다. 전문 기업이 기획한 듯 보이는 그런 ‘축제’는 실체와 매우 거리가 있는, 어쩌면 다른 정체를 감추기 위한 거짓 기호에 불과하다. ‘개성’, ‘인권’, ‘환경보호’ 등과 같이 우리 사회에 그득한 말뿐인 허상들이 대개 그렇듯이.
오늘날 축제의 핵심 요소로 이어받을 점은 주민의 참여와 소통이 아닌가 한다. 무엇을 축원하고 자랑하든, 그 마당에서 벌이는 행사의 준비와 실행 과정에서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고 청소년한테 지역 문화를 전승할 때, 비로소 축제라고 부를 수 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말의 허상을 깨고 현실을 개혁하는 하나의 실천이 될 터이다.
최시한 작가·숙명여대 명예교수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국처럼 결혼·출산 NO”…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서 주목받는 ‘4B 운동’
- “그만하십시오, 딸과 3살 차이밖에 안납니다”…공군서 또 성폭력 의혹
- “효림아, 집 줄테니까 힘들면 이혼해”…김수미 며느리 사랑 ‘먹먹’
- “내 성별은 이제 여자” 女 탈의실도 맘대로 이용… 괜찮을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단독] “초등생들도 이용하는 女탈의실, 성인男들 버젓이”… 난리난 용산초 수영장
- ‘女스태프 성폭행’ 강지환, 항소심 판결 뒤집혔다…“前소속사에 35억 지급하라”
- “송지은이 간병인이냐”…박위 동생 “형수가 ○○해줬다” 축사에 갑론을박
- “홍기야, 제발 가만 있어”…성매매 의혹 최민환 옹호에 팬들 ‘원성’
- 사랑 나눈 후 바로 이불 빨래…여친 결벽증 때문에 고민이라는 남성의 사연
- "오피스 남편이 어때서"…男동료와 술·영화 즐긴 아내 '당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