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레드카드'에 담임 교체 요구...대법 "교권 침해"
학부모 B 씨, 담임 교체 요구…"아동학대" 주장
교권보호위, B 씨에게 "부당한 요구 중단" 권고
[앵커]
문제를 일으킨 학생 이름을 교실 칠판에 붙이는 이른바 '레드카드' 규칙을 만든 교사를 교체해 달라며 지속해서 항의한 학부모 행동은 교권 침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담임 교체 요구는 비상 상황에서 개선 노력이 이뤄지지 않았을 때만 제한적으로 허용돼야 한다는 겁니다.
홍민기 기자입니다.
[기자]
2021년 4월, 초등학교 2학년 담임교사인 A 씨는 수업 시간에 페트병을 가지고 노는 반 학생에게 주의를 줬습니다.
이후에도 같은 행동이 반복되자, A 교사는 학생 이름을 칠판 '레드카드' 부분에 붙였고, 방과 후 십여 분 동안 교실을 청소하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날, 학생의 학부모가 교무실로 찾아와 쓰레기를 줍게 한 것은 아동학대라며 담임 교체를 요구했고, 교실에 있는 A 교사에게도 항의했습니다.
다음 날부터는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고, A 교사가 병가를 냈을 때만 등교시키는 등 사실상 등교를 거부했습니다.
'물병 사건'이 있던 날부터 쏟아진 담임 교체 요구만 최소 8번에, 학교 방문이나 문자·전화 항의도 잇따랐습니다.
A 교사는 기억 상실과 불안 등에 시달린 끝에 학부모 B 씨가 교권을 침해했다고 신고했고, 학교 교권보호위원회는 만장일치로 B 씨에게 반복적인 부당한 요구를 중단하라는 통지서를 발송했습니다.
B 씨는 이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냈는데, 1·2심 판결은 엇갈렸습니다.
1심은 반복적인 담임 교체 요구가 부당한 교권 침해라고 봤지만, 2심은 '레드카드 벌점제'가 아동에게 창피를 주는 잘못된 교육이었다며 B 씨 손을 들어 준 겁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다시 판결을 뒤집고 A 교사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재판부는 학부모의 의견 제시는 교사를 존중하는 방법으로 이뤄져야 하고, 만약 문제가 있더라도 무조건 담임 교체만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레드카드 벌점제'를 비롯한 A 교사의 직무 수행도 정당한 교육 활동에 포함된다고 판시했습니다.
학부모의 담임 교체 요구는 교육 방법을 고치는 것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비상 상황에만 허용된다는 건데,
대법원이 이런 법리를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정은영 / 대법원 공보연구관 : 정당한 교육활동에 대한 반복적이고 부당한 간섭은 허용될 수 없다는 점을 처음으로 명시적으로 선언한 판결입니다.]
B 씨가 A 교사를 아동학대로 고소한 사건은 검찰에서 혐의가 인정됐지만, 여러 사정을 참작해 기소유예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잇단 교권 침해 사례와 교사들의 극단 선택으로 몸살을 앓는 일선 교육 현장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YTN 홍민기입니다.
촬영기자 : 최성훈
영상편집 : 연진영
그래픽 : 박유동
YTN 홍민기 (hongmg1227@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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