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식이 던진 문재인 부친 친일론에 "팩트 가져와보라"

조현호 기자 2023. 9. 14.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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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한홍 "왜 고소않나"→윤건영 "고소했다"→박민식 "영광"
"해방직후 농업계장? 해방전 문 부친 이력은?" vs "팩트없으면 패드립"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고 백선엽 장군의 친일 논쟁에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돌연 꺼내든 문재인 전 대통령 부친의 친일론에 결국 사자명예훼손 형사고소로 이어졌다.

국민의힘과 박 장관은 문 전 대통령의 부친이 흥남시청 농업계장을 한 것이 해방이후라면 해방 전 일제 치하에서는 무슨 이력이었는지 따져보자고 주장한다. 민주당은 백선엽 친일파 논쟁을 물타기하기 위해 문 전 대통령 부친까지 끌어들이느냐면서도 따지고 싶다면 팩트를 가져와보라고 반박했다.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2일 국회 본관 245호실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 부친을 두고 “자료를 검토해보면, 고등학교 흥남농고는 1936년에 입학을 했고 졸업은 40년에 졸업을 했고, 졸업하면서 일제시대에 보통문관시험에 합격했다고 되어 있다”며 “문재인 전 대통령 주장은 해방 이후에 흥남시청 농업계장을 했다고 한다. 일제시대 때 공무원 시험 합격하고, 45년 해방될 때까지는 임명을 못 받았다는 얘기가 된다. 논리가 맞질 않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시험에 합격하고 5년 동안 일제시대에 이미 하급직원이었던지, 주임이었던지, 계장이 되기 직전까지 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해방이 되고 나서 농업 계장이 된 것”이라며 “불을 보듯 뻔한 이야긴데, '일제시대는 아니고 해방 이후에 농업계장을 했기 때문에 친일파가 아니다, 백선엽 장군은 친일파다' 그런 주장을 하면서 보훈부 장관을 겁박했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즉시 사자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고 했는데 아직 안 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떳떳하게 해 주시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문재인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박민식 장관을 고소했다. 문 전 대통령의 측근인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2일 오전 문자 공지를 통해 “문재인 전 대통령은 오늘(9.12) 오전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박민식 보훈부 장관을 고소했다”며 “문 전 대통령의 위임을 받은 비서관이 고소장을 양산경찰서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박민식 장관이 아무 근거 없이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친에 대해 '친일을 했다'고 매도한 탓”이라며 “정부여당은 자신들에 대한 비판을 가리기 위해 전임 대통령의 부친까지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행태를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지난 7월5일 다부동 백선엽 제막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박민식 페이스북

그러자 박민식 장관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입장문을 내어 “법적 절차에 충실히 따르되, 그에 따르는 수고로움은 나라를 바로 세우는데 감수해야 할 영광으로 생각하겠다”며 “다만 참으로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지난 국회 정무위 회의에 출석해 답변 과정에서 과거의 아픈 역사를 현재와 미래의 발목잡기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했다”며 “그 과정에서 백선엽 장군과 함께 문재인 전 대통령의 선친을 예로 언급하였으나 문 전 대통령 부친 문용형씨를 친일파로 일방적으로 몰아가거나 비판을 한 바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백선엽 장군이든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친이든 그 삶을 함부로 규정 지어선 안 된다, 일제 강점기라는 아픔의 시대를 살았던 모든 사람들에게는 같은 기준, 같은 잣대가 적용되어야 한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이야기를 한 것”이라며 “이번 고소를 통해 도대체 무엇이 친일이고, 누가 친일파인지 보다 적극적이고 생산적인 토론이 이뤄지는 계기가 된다면 망외의 소득이 될 것”이라고 썼다.

이에 민주당도 다시 박 장관을 비판하고 나섰다. 최민석 더불어민주당 청년대변인은 13일 오후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인터넷 세상에서도 '패드립'은 처벌의 대상”이라며 “장관이라는 사람이 전직 대통령의 부친을 근거도 없이 친일파로 욕보이다니 참담하다”고 밝혔다. 최 대변인은 영광으로 생각하겠다는 박 장관의 주장에 “뻔뻔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며 “친일 전력자를 옹호하는 것이 나라를 바로 세우는 길이라니, 친일파이냐”고 반문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일제 치하 흥남시청 재직 가능성을 제기한 박민식 장관과 국민의힘 주장에 민주당은 팩트를 가져와보라고 반박했다. 최민석 대변인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 뒤 미디어오늘 기자와 만나 “문 전 대통령이 대리인을 통해 고발을 했으니 재판을 해나가는 사자 명예훼손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소명이 될 것”이라며 “분명한 건 문 대통령도 그런 부분에 대해 단호하시고, 한편으로는 자신이 있으니 소를 제기하신게 분명”하다고 반박했다.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2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 부친의 친일을 언급한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에 고소한다더니 왜 안하느냐, 떳떳하면 당장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실제로 문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박 장관을 고소했다. 사진=국민의힘 오른소리 영상 갈무리

최 대변인은 “홍범도 장군 흉상 논란과 백선엽 논란이 핵심이라서 여기까지 온 것”이라며 “이념싸움으로 가기 보다 증명된 역사적 사실에 주목하고 팩트를 갖고 얘기를 하자”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의 부친이 하급관리라도 한 게 드러나면 국민의힘이 그건 친일이 아니냐고 주장하지 않겠느냐'는 질의에 “재판에서 설전이 오고갈테고, 그런 것까지 뭐라고 단정해서 말하기 어렵고. 아직 확인되지도 않았다”며 “장관이라면 팩트 갖고 오셔라. 그게 아니라면 말씀하신 모든 것들은 폐드립”이라고 비판했다.

▲최민석 더불어민주당 청년대변인이 지난 13일 오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친 친일을 언급했다가 고소당한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을 비판하고 있다. 사진=국회 기자회견 영상 갈무리

최 대변인은 “물고 늘어질거면 팩트를 가져오라는 것”이라며 “농업계장 한 것은 해방 이후의 일이고, 백 장군이 간도토벌한 것도 팩트다. 이걸 갖고 얘기를 해야지 단순히 전직 대통령이 민주당 출신이고, 이력을 보니 우연치 않게 시기가 겹친다는 것 갖고 이야기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그는 “할거면 정확히 팩트를 가져온 다음에 따지고, 그 팩트가 털끝만한 것이라도 찾는다해도 독립군토벌한 분과 동급으로 두고 할 수 있을까,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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